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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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간됐을때부터 내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무슨 책이냐~ 벌써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무슨 책인가가 느껴지지 않는가?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인문서적도, 에세이도, 자기계발서도 아닌 소설.
여자나이 서른이 주는 의미, 두려움, 피하고 싶은 나이...서른살. 난 비록 남자지만
내가 서른이 되던해를 돌이켜보면 그리 우울하거나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들 역시 마흔이 다가오면 여자들에게 서른이 주는 고통처럼 고통스럽지 
않을까?

작가는 여자에게 있어 서른이 주는 공포를 이렇게 표현한다.


   
  여자에게 가장 큰 공포는
사내 맛을 못 본 처녀귀신도 아니요,
임신 테스트기의 방백 ’한 줄이냐 두 줄이냐’의 답을 구하는 순간도 아니요,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혈서까지 써대던 진드기 같은 놈의 변심까지의
유통기한이 불과 3년이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대면하게 된 순간도 아니요,
바로 ’서른이 된다는 것’이다.
 
   



재밌는 표현이다. 나도 여자에게 있어 서른이 주는 적잖은 의미를 알고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정말 저 표현대로일까? 너무 ’오버’ 아냐?  ㅡㅡ;
얼마전에 읽었던 ’W뷰티’라는 책에서도 여자나이 25세부터 노화가 시작되고, 
35세가 지나면서 두번째 노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두번째 노화부터서는 막을 방법은
없고, 다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화의 속도를 줄일수 있다면서.. 허니 서른살이
주는 심리적인 쇼크와 함께 피부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신체적 쇼크 또한 그 어느 
나이와 다르게 다가올 나이가 바로 ’여자 나이 서른살’ 일거라~ 감히 추측해본다.

책의 첫장을 넘기면 으례 작가 소개란이 나오기 마련이다. 
작가 김은정이 어떤 사람인가,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언제 무슨 작품으로 데뷔했으며, 
역대 작품은 뭐가 있었고....그런데 이 책에는 그게 없다!
잠시 방송작가를 거쳐 라디오 시사콩트를 쓰다 이 작품을 썼다~ ’토지’를 읽고 감명
받았고, 부족한 필력을 자각하며 의기소침해 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다음 작품을 
구상중이다~  뭐 이정도...
그래 궁금한건 못참는 성격탓에 인터넷을 뒤져 김은정이 어떤 작가인지 검색에 
들어갔다. 먼저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김은정’을 검색했더니, 





아~ 못찾겠다... 가수, 탤런트, 시인, 기업인, 영화배우, 연극배우가 다 나오지만 
책표지에 있던 작가 김은정과 닮은 사람도 없고 이력도 맞는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네이버 책에서 작가 김은정을 검색해 봤는데...




이게 만약 다 한사람이라면 김은정 작가는 소설에, 영어교사에, 부동산 전문가에, 
통계학자에, 인문학자, 심리학자, 사진작가까지 총망라한 슈퍼우먼 되겠다. ㅠ.ㅠ 
역시 이 방법도 실패...
이밖에 소설가 김은정, 작가 김은정,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의 김은정, 방송작가 
김은정을 두루 검색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못했다. 비밀에 가려진 작가다. 
아니면 무명작가든지...

소설은 크게 두 단락으로 나뉘는데 첫번째 단락은 고교시절 부모님의 불의의 
사고로 고교를 중퇴하고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안고 살지만 현실의 벽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의 경리겸 비서로 생활하던 내일모레 서른이 되는 주인공 최순자의 현재의 
삶을 이야기한다. 예쁘지도, 재산이 많지도, 집안이 좋지도 못한 최순자는 만나는 남자
마다 모든걸 다바쳐 사랑하지만 이용만 당하고 차이고, 꿈은 있지만 변변이 꿈을위해 
노력조차 할수없는 현실에 막혀 버둥거리는 이 시대의 스물아홉살 여성의 전형이다.
순자의 친구 지영이 읊조리는 "세월 참 무서워. 스무살로 되돌아가고 싶다. 뭐든 다 잘 
해낼수 있을텐데..." 한마디 대사로 설명이 되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주민등록변경을 통해 81년생에서 93년생으로 12살 어린 나이로
새삶을 시작하게 되는 두번째 단락에서 최순자는 최수지로 이름을 개명하고 중퇴했던 
고등학교에 다시 진학하여 시나리오 작가를 향한 꿈을 키워가게 된다.

아~ 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설정.. 이게 만약 현실이었다면 최순자가 근무하던 변호사 
사무실의 변호사와 최순자는 변호사법 위반, 사문서 위조, 사기에 주민등록법 위반까지 
줄줄이 엮이겠지.. 
하지만 이런 설정으로만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주인공 최순자와 작가 김은정과 
이시대 서른을 앞둔 모든 여성들의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현실에선 이루어 질수 없는 일이지만 소설이니까 가능한거다..
고교시절로 돌아간 최수지는 열한살 어린 남학생과 사랑을 하고~ 차차 그 시절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다가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건 나이가 아니라는걸 깨닫는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하고, 사귀던 남자마저 시험에 합격하자 다른여자에게 떠나
가며, 헤어진후 알게된 임신사실을 알렸다가 쿨하지 못하고 집적거리는 여자가 되고만 
내일모레 서른 친구 지영. 그래서 함께 펑펑울며 인생을 저주했던 그녀가 당당한 
미혼모로 새 삶을 시작하고, 변호사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되고, 서른살 시절 
일하던 변호사 사무실의 뚱뚱한 못된 히스테릭 마녀같던 40대 사모님이 폐경기의 
우울증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남편과 사이좋게,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된다.

다만 소설을 다 읽고나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 쌩뚱맞는 주인공의 자살시도 
부분... 이 무슨 그야말로 쌩뚱맞는 극의 전개냐..  사랑하는 고삐리의 충격이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만큼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설명도 없었는데...모든게 생각했던
대로 잘 되가고 있는데 무슨... 물론 자살 시도순간 나타나 구해주는 변호사의 등장을 
통해 큰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되는 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겠지만 소설의 구성상
필요없는 부분이고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작가의 ’실수’로 보인다. 
개연성과 필연성이 없지않은가...






이 시대를 살고있는 스물아홉 세상 모든 최순자들이 이 책에서 얘기한대로


   
  무대위에 서있던 난 사위어가는 불꽃처럼 그렇게 소멸해버릴 줄 알았는데, 스무살 무대의 주인공도 나였고, 서른살 무대의 주인공도 나였으며, 마흔살 무대의 주인공도 다름아닌 나였다.  
   

내인생의 주인공은 나고, 세상 모든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내 아내도 서른을 훌쩍넘어 30대 중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흐르는 세월이 
여기저기 묻어나오기 시작했지만 아내가 스무살 꽃피던 시절이어서 사랑했던게 아니고,
지금 이순간의 모습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내이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거라는거
내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다.

으....닭살...그리고 이 멘트가 서평용 접대성 멘트라는걸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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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라, 세계를 향한 영혼의 승부
김한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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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신간 [스피라]를 받아보았다.

어둠속에서 매섭게 눈을 치켜 뜬 강렬한 표지 디자인!
세계의 명품 수제카들과 대등한, 아니 더 우수한 수제카를 만들기위한 저자 김한철의
집념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성공스토리다.


그런데 저 표지디자인을 보고 어디선가 본 듯한, 전에도 봤었던 듯
묘한 데자뷰를 느꼈다. 분명 이 책을 처음 받아봤을 뿐 아니라
책을 받기전 스피라라는 차를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며칠이 지난후 추석때 고향집에 가기위해 차에 오른후에서야
데자뷰의 원인을 알수 있었다. 바로 내가 쓰고있던 네비게이션이었다!








위 사진은 네비게이션 맵피의 초기화면이고 아래는 스피라의 책 표지이다.
이렇게 비교해보니 맵피가 스피라를 모델로 초기화면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빼박았다.
물론 자세히 보면 사이드미러의 위치랄지 전면 조향장치 부분이 달라 같은차는 아니지만
책을 받아본 후 어디선가 본 듯했던 묘한 기분은 충분히 설명이 되는 장면 아닌가?


책은 마치 위인전을 읽듯이 저자 김한철의 범상치 않았던 어린시절 오토바이와 차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 잠시 옆길로 샜다가도 직접 수제차를 만들어 내겠다는 집념과 투지로
갖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마침내 세계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를 담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우리 모두가 관심은 갖고있지만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자동차,
그것도 스포츠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사실적인 묘사하면서
사진을 많이 첨부한 탓에 어려운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봐 왔던것과 같은
동질감을 주고있기 때문이며,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이유는, 그 꿈의 실현이 오롯이 김한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프로토디자인과 김한철에서 시작된
국산 명품 수제카의 꿈의 완성이 결국에는 어울림모터스의 박동혁 사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피라의 성공을 어울림모터스와 박동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
한평생 스피라에 모든걸 바쳐온 저자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일 아닐까?


하지만 대범하게도 김한철은 자신이 구상하고 시작하고, 모든 정열과, 젊음과, 재산을 바쳐도
결국 이루지 못했던 슈퍼카 제작의 꿈을 박동혁을 통해 이루게 되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그를 고마워한다. 어찌보면 뻔한 성공스토리로 끝날것 같은 성공담이
이 세가지 이유로 인해 더욱 관심이 가고 여타 성공스토리와 구별이 되고 있는것이다.
신문기사를 보면 어울림모터스의 박동혁 대표는 2006년 김한철 사장의
프로토디자인과 합병하면서 스피라 개발비로만 3년동안 400억을 더 들였다하니
그의 도움없이 저자 김한철만의 노력으론 결코 오늘날 '스피라'의 모습을
기대할순 없었으리라...


[스피라]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까지는 나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론 부족하고,
 반드시 나와 뜻이 맞는 주위사람들의 눈에 보이든 보이지않든 많은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란걸 깨닫고 고마워하자!


책의 마지막장에는 깜짝 보너스가 포함돼있다.







바로 간지나는 '스피라'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
왼쪽의 작은 차가 책의 실제 사이즈이니 오른쪽의 브로마이드는 책장의 8배 사이즈다.
파리도 미끌어질 정도의 외관만 봐서도 저자가 얼마나 '스피라'에 대해 애정을 갖고있는지를
알수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나, 또는 아직 어린 '미래의 김한철, 박동혁'이라면
 아마 벽에 붙여놓고 매일 스피라를 보면서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지 않을까?


스피라. 영혼의 spirit과 영감의 inspiration 의 합성어. 영혼을 울리는 영감.
이제 스피라는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판에 들어선다고 한다.
역사적인 1호차의 주인공은 40대의 공인회계사라고 하고, 가격은
스피라N이 790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며 스피라S가 8900만원,
스피라터보는 1억2700만원, 스피라EX가 1억 6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김한철, 박동혁의 꿈만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준
스피라의 성공과 더 나은 발전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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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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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책상에는 열두권의 책이 쌓여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며칠 남지않은 10월이 다 가기전에 읽어야만 하는 책들...
내가 그 많은 책들중에서 이상권의 소설집 [성인식]을 빼든건 순전히 가장 작은 
사이즈에 얇아 보였던게 소위 ’만만해 보여서’였다. 두껍거나 제목에서 풍기는 
위압감으로 무거워 보이는 책들은 최대한 뒤로 미뤄두고, 얇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찾다 고른게 바로 [성인식]이었다. 그러고보면 처음에 이 책을 받아보게 된 이유도 
그와 같았던것 같다. 제목에서 풍기는 야릇함에 기대를 갖으면서 짧은시간안에 한 권을 
독파할수 있을거란 기대감...
결국 짧은 시간안에 완독했다는 점에서는 기대대로 이루어진 셈이지만 그 계기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근래 읽은 수많은 책들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안에 완독한 책.
하룻만에...그것도 주말도 아닌 낮시간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퇴근후에 펼쳐든 책을 
새벽 한시까지 붙잡고 읽을수밖에 없었다. 아~ 근래 읽은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소설이다.





’성인식’이라는 단어를 접할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20살, 장미꽃다발, 남친이나
여친, 그리고 키스, 어른이 된다는것, 야릇한 상상, 이 모든걸 단 한소절로 함축하고있는
박지윤의 노래 "나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이게 성인식의 이미지다.
이 소설 역시 그런쪽을 상상했던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기대했던 성인식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소설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중고등학교 시절 청소년기에 겪는 사춘기, 
또는 성장통을 다룬 소설이다. 제목을 ’성인식’이 아닌 ’성장통’이라고 했어야 할~
소설은 한권의 책 안에 5개의 단편이 묶여있는 옴니버스 단편소설집이다.

성인식, 문자메시지 발신인, 암탉, 욕짱할머니와 얼짱소녀, 먼나라 이야기 이렇게 
다섯개의 단편이 성인식 제목으로 책 한권에 담겨있다.
성인식은 [청소년 문학]2007년 여름호에 실었던 ’눈물이 몸보다 무겁다’를 개작한 
작품으로 과학고에 다니는 주인공 시우가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 홀로계신 고향집을 
찾았다가 몸이약한 시우를 위해 가족처럼 키우던 개를 잡아 약으로 먹이려는 어머니와의
갈등과 개를 잡는 과정을 하나의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성인식’에 비유한 이 책의 대표 
단편이다.
이밖에 청소년 학창시절 집단왕따를 주제로 한 ’문자메시지 발신인’과 ’암탉’, 조류독감 
에피소드를 다룬 ’욕짱할머니와 얼짱소녀’, 광우병 파동을 다룬 ’먼나라 이야기’는 각기 
청소년기의 주인공을 통해 시사적인 세태를 다루면서 주인공이 겪는 아픔을 통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재밌는 점은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2MB등으로 희화화 한다는 점 ^^
이로인해 작가 이상권은 아마 쥐도새도 모르게 미운털이 박혀 사찰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라고 감히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단 말인가...
이 책의 또다른 특이한점은 말미에 문학평론가 유성호교수의 작품해설집이 있다는점~
이 해설집을 통해 단편 하나하나에 대한 작가의 의도와 얼핏 흘려넘기기 쉬운 은유나 
의미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 꽤나 
신선한 느낌.

마지막 작가의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동짓달 어느 날이었다. 나를 찾아온 이장님이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몇시까지 회관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다. 약속된 시간에 나가보니까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내 친구들이 대여섯명이었고, 나머지는 다 형들이었다. 그때
마을에는 초상이 나있었다. 요령잡이를 하는 아무개 어른이 나타나더니, 이번 장례식
때는 청년들이 상여를 메야 한다고 했다. 어른들의 회의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
면서. 황당했다. 우리들 중에서 상여를 메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러 어른들이 와서
상여메는법, 상여소리 내는법을 가르쳤다. 어른들은 상여를 메봐야 어른이 된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술까지 돌렸다. 그러니까 일종의 성인식인 셈이었다. 
그때 내나이 열일곱이었다.

이 대목은 첫번째 단편 ’성인식’의 또다른 버전인 셈이다. 아마 작가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성인식’을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을 청년들이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심지어 감옥에 가는 이들까지 생기자 어른들이 
회의를 하여 내린 결정이었다고...장례를 직접 체험하게 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하루도 허투로 살지 말고 나쁜길로 빠지지 말아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소설에 나오는 각기 다섯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중,고등학생들로 설정되어 있지만 
서른이 훌쩍 넘은 나마저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또래 아이가 되어 책속에 몰입할수 
있었다.

아동 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추임새가 결코 빈말은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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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식 Go!
정허덕재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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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피는 봄이오면’, ’순정만화’의 작가 정허덕재라는 분이 쓴 유쾌한 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책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와함께 다소 유치해 보이는 제목과 
- 고황식 Go! -, 역시 유치해 보이는 삽화가 왠지 이 책을 그저그런 3류 소설로 보이게 
한다. 출판사는 왜 이런 제목과 표지디자인을 채택했을까~
 
 
 

 

 

제목이나 표지 삽화 이면에 가려진 사회고발과 통쾌하고 유쾌한 반전을 기대하며 
읽었던 책. 그런데 근래 하도 무거운 책들만 읽어서일까? 이 책은 왜이리 너무나 가볍게 
느껴질까..

기대했던 통쾌하고 유쾌한 반전은 결국 끝까지 없었다.

한가지 위안을 삼자면, 정통 소설이 아니라 영화화를 염두에 든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할까? 또한 영화가 주제의식을 담은 무거운 영화가 아니라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가볍고
편한 영화를 염두에 둬서,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썼으리라~고 혼자 추측해본다.

이 시대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백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건강하고 밝은 
사고로 암울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다가 희망섞인 암시를 주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그리고....그게 끝이다..아~ 유치한 3류소설...

 

하지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보면, 그리고 생각을 고황식의 눈높이에 맞게 세팅하면 
다소 공감이 가고 "한 순간의 폭발적인 자극보다는 아기자기한 잔물결 이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으로 ‘힘내라 고황식!’을 나지막이 외치며 소설 
속의 황식을, 현실 속의 나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는 
작가의 변처럼 삶의 희망을 찾을수 있을법 하다.

환경이 최악에 놓여있던 주인공 고황식이 항상 밝기만 한 캐릭터 설정에 다소 비현실감
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극후반 병상에 누워 의식없이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는 어머니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흘리는 부분에서 아~ 그도 어찌 모든게 신나고 재밌기만 했을까..

속마음은 이렇게 울고싶은 나날의 연속이었을텐데...라는 공감을 형성하며 이제껏 
황식의 오버스런 말과 행동이 나락에 떨어질수록 주위에 꿀리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척
아무렇지 않은척 어렵게 버텨내고 또 버텨내는 우리네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본다면 고황식은 곧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생뚱맞은 캐릭터가 아니겠는가...

 

취업에 목 메이는 미취업자들...가정형편이 어려워 희망을 찾기 힘든 처지에 놓인 
젊은이들, 사랑에 차여 세상을 비관하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희망 프로젝트가 
바로  "고!황식 Go!"가 아닐까? 부디 빠른 시간안에 영화화되어 책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감동과 사랑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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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 자전거, 도마뱀, 그리고 하나님 - 여덟 살 꼬마와 철학박사 아빠의 톡톡 튀는 하나님 이야기
제임스 스피글 지음, 강선규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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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다.

종교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살림출판사의 신간.

제목과 표지 삽화에서 느껴지는게 종교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간 책이 아닐까~하고 
추측했는데...

 

맞다 ^^ 신실한 기독교 집안인 저자 제임스 스피글네 가족들의 종교이야기였다.

여섯살 베일리, 다섯살 샘, 세살 매기, 한살 앤드루 이렇게 네 자녀를 둔 스피글과 
아내 에이미 여섯식구들의 생활속 이야기와 자연스런 아이들과 엄마,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종교인이라면 (아니 기독교인..) 누구나 갖게되는 원초적인 의문들을 
알기쉽게 풀어나간다.

 

심오한 철학을 다루지도, 깊이있는 종교이야기를 하는것도 아니지만 가장 기본이되는

교리를 모두 다루고 있는듯하다.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 하느님은 누구인가, 
어떤분이신가 하는...

이 책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나는 하느님이라고 글을 쓴다.

눈치채신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랄까~

똑같은 하느님을 믿고있지만 여러모로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하느님 
표기부터가 다르다 ^^

 

나 역시 천주교인이라 칭하고 다니지만 사실 진실된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란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기 힘들어하는 ’짝퉁신자’다. 아무래도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창조론도 믿기 어려울뿐더러(ㅡㅡ;) 우리 모든 환경과 지나온 길, 앞으로 가야할 길까지 
하느님이 정하셨다는 말에도 공감하기 힘들다...그러면서도 왜 신자라고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다. 단지 만물은 최초의 ’원인모를’ 물리적 화학적 작용을 통해 생긴 
단세포로부터 차츰 진화되어 현세계가 형성되었고, 운명이란 없으며 개척하기 나름
이라는 믿음을 가지면서도 왠지 절대선으로 상징되는 절대자가 있었으면~하는 바램과 
나 편하자고 쉽게 의지할수 있는 존재를 믿으려 노력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종교가 가르치는 옳은길을 내 가족과 아이들이 따랐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이런 나같은 짝퉁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과 예수님의 이야기를 엄마, 아빠가

여섯살 베일리에게 설명해주듯 침착하고, 쉽게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하느님은 어떤분일까?

하느님은 어떻게 생겨나셨을까?

하느님은 어디서 사실까?

하느님은 어느정도나 알고 계실까?

어째서 하느님을 믿지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왜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실까?

하느님은 어떻게 우리를 고치실수 있는가?

선한 사람이 되는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무엇을 해야하나?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예수님을 보면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 어떻게 알수 있나?

우리는 언제 예수님을 보게될까?

천국에서는 무엇을 할까?

천국에는 누가 갈까?

천국이 그렇게 멋지다면 왜 나는 죽는것이두려울까?

천국에서 죄를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열 일곱가지 질문은 여섯살 베일리와 다섯살 샘이 아빠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우리 기독교인이 정말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맨 처음 질문인 하느님은 어떤분인가? 에 나오는 답변들이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기습적인 꼬맹이의 질문에 당황하며 얼떨결에 대답했던 하느님은 아빠와 같다라는 
대답... 어쩜 이리도 적절한 대답이란 말인가!

아빠는 나를 낳으신 분이고, 내가 잘되기만을 바라시는 분이며 때론 엄격하고, 때론 
한없이 넓은 아량과 사랑으로 나를 감싸안는 존재 아닌가... 내가 잘못했을때 심하게 
꾸짖기도, 때론 매를 들기도 하지만 이 모든건 결국 나를 위한것이다. 나 잘되기를 
바라는...
이 첫번째 문답에서 [풍선껌,자전거,도마뱀,그리고 하나님]의 책에서 설명하고자하는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지않나 싶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섯번째 문답인 "어째서 하느님을 믿지않는 사람들이 있을까"에서 하느님을 믿지않는

사람은 죄로인해 하느님을 보지못하고 자기가 지은죄에 대해 하느님에게 벌을 받을까봐

애써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점점 죄를 더 많이 짓게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는 자칫 무신론자 또는 타종교를 믿는 사람에 대해 "기독교인=선한사람, 

그 외는=악한사람"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위험한 말이다. 어찌보면 기독교인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정서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무신론자들이 종교인들에 비해 더 도덕적이고 선하다"는 표현을 

한 바있다. 기독교인들은 선한 행동을 하는것이 정작 본인들이 천국에 가기위한 목적을 

갖고있는 의도된 행동이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보답을 바라지않고 선한 행동 

그 자체를 행하기 때문이라고...이런 리처드 도킨스의 말은 일면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아무튼 하느님을 믿지않은 사람은 죄를 더 많이짓고 악하다라는 인식은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싶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독서를 하는동안 많이 공감하고 하느님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경험을 한 시간들이었다.

 

스스로 종교인이라 칭하는 이들,

또는 종교가 있되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

아니면 종교가 없지만 어떤 절대자를 믿고싶은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 강추하는 도서다.

보라, 얼마나 따뜻하고 정감있는 제목과 삽화인가~

행복한 한 가정을 보여주는 이 표지삽화가 정말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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