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다시는 미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식의 sf 영화(소설) 만들지 마라

그리고 유대계 인종들은 다시는 홀로코스트 영화(소설, 다큐) 만들지 마라

아주 그냥 두 번만 '리얼 페인' 했다가는 온 우주를 상대로 수익 창출을 위한 학살을 하겠구나!!! 


영화 <리얼 페인>(2024년)은 홀로코스트 탈출 유대인을 할머니로 둔 두 손자의 (유대인으로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리얼 페인(찐 고통?)에 관한 징징댐이다. 홀로코스트의 상처는 정신적으로도 유전된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인 영화배우 제시 아인젠버는 유대인이다. 베냐민 네타냐휴가 가자 지구를 상대로 미친 전쟁놀이를 하고 있는 때에 제목부터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를 만든 것부터 기가 찼는데, 더 기가 찼던 것은 이 영화의 수상이력이다. 실로 화려하다. 97회(2025년) 아카데미에 두 리얼 페인 중 좀 더 심각한 페인은 남우조연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남우주연상은 누구인가? 남우주연상은 홀로코스트 시절 존버하는 유대계 천재건축가를 연기한 애드리언 브로디가 받았다. 참고로 애드리언 브로디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았는데 두 번 모두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 예술가 역으로 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가자지구를 상대로 16개월째 제노사이드를 하고 있는 때에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는 두 개의 남자연기상을 모두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에게 주었다. 97회 남자주연, 조연상을 보고 졸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졸렬함이 2026년의 베냐민 네타냐후와 도널드 트럼프의 든든한 뒷배가 아닐까 싶다. 



영화<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러 가기 직전에 내 손에 들어온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렇다면 소설 먼저 쨉싸게 읽고 영화 봐야지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소설 속 미국과 2026년 3~4월 현재의 미국은 너무나 반대라서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절반쯤 읽었는데 이걸 계속 읽을 가치가 있을까 싶다. 미국(인)은 같은 지구인을 죽이지나 마라. 지구를 구하는 한 명의 멋진 백남이 주인공인 영화 다시는 마들지 마라. 시발 진짜 좆같다!!!! 이 소설 도입부터 피식했던 게 주인공은 근육질의 백남이야 ㅋㅋㅋㅋㅋ 



42쪽

"아니, 모르겠어. 예전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지금은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밖에 몰라." 머리사가 말했다. "이유도 모르겠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태양이 죽어가고 있는 건 확실해."

"어떻게..." 나는 이마를 찌푸렸다.

머리사는 남은 술을 다 삼켰다. "대통령이 내일 아침에 대국민 연설을 할 거야. 동시에 발표하려고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협의 중인 것 같아."

현재 미국대통령은 1946년생 한국나이로 81세인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트루스 소셜에 메시지를 남길 거야. 네타냐후와 얘기가 끝난 거 같아."

로 수정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41쪽

"난 도덕에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진짜로 관심 없어요." 내가 말했다.

"나는 인류를 구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온실효과를 일으키세요. 박사님은 기상학자입니다. 우리가 27년을 버틸 수 있게 해 줄 뭔가를 생각해 내세요. 난 인류의 절반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인류를 구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쟁을 일으키세요. 박사님은 경제학자입니다. 우리가 27조 달러를 수익낼 수 있는 뭔가를 생각해 내세요. 난 내 이익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로 수정해야지 ㅋㅋㅋㅋㅋㅋ 


283쪽

법정 관리인이 앞으로 나왔다. "선생님, 법정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제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나라 군대를 동원할 생각인가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군복을 입은 무장한 남성 다섯 명이 법정으로 들어와 스트라트 주위에 늘어섰다. "저한테는 미군이 있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되게 괜찮은 군대죠."


"진짜 말 그대로 미친 군대죠." 

라고 수정해야지.



1946년생 도날트 트럼프와 1949년생 베냐민 네타냐후.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 태어난 동년배들.

동년배 전쟁광들.  

우리가 2026년 현재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건 천운이야! 

이 두 리얼 페인들아.

핵전쟁에의 열망이 유전자에 새겨져 진 채로 수정됐던 거냐?

80살씩이나 처먹고 고작 하는 짓이 전쟁이냐


UN은  UN헌장에 2026년부터 홀로코스트 영화 제작 금지, 미국인이 인류를 구하는 영화(소설)제작 금지 항목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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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요아킴 트리에. 2026.2.18.개봉

수상이력: 2025년 78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 2026년 98회 아카데미 영화제 국제장편영화상(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남주연상 등 9개 부문 후보였으나 수상은 국제장편영화상 1개)

주연: 레나테 레인스베(2021년 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스텔란 스카스가드(영화 듄의 하코넨 남작ㅋㅋ)


이 영화를 통해서 요아킴 트리에는 나와는 결이 맞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별 기대 없이 보았던 <the worst person in the would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도 그저 그랬는데(영화 시작 부분 오슬로 시내를 전망하는 장면에서는 호감이었지. 오래전 나의 오슬로 여행을 추억하게 해 주었으니까) 호평이 자자한 이번 영화는 기대가 있어서였을까, 칸에서 2등 상, 아카데미 9개 부분 후보라는 후광 때문이었을까 실망이 컸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남)의 < 그 여름의 시간들>(코로나로 인해 프랑스의 많은 도시가 봉쇄되었을 때 넓디넓은 가족 별장에서 휴가 같은 격리 생활을 하는 문화 금수저 두 형제의 미숙함을 다룬 소소한 영화로 감독의 자전적 코로나 격리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영화),  마렌 아데(여) <토니 에드만>(68혁명 세대의 아버지와 2008 금융위기 이후 세대인 딸 사이의 세대 간 불화를 다룬 영화. 아버지는 68세대 답게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철없는 기성세대이고 딸은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정리해고와 기업이윤에 따라 냉정하게 움직이는 일 중독자다) 두 영화가 얼핏 얼핏 연상되었지만 어딘가 불협화음이었다. 뭔가 억지스러웠다. 그 억지스러움은 문화 금수저 남자 감독이 성공한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만든 탓인 거 같다. 딸의 마음을 아들, 그것도 문화 금수저인 니가 어찌 알아? 하는 마음이었달까.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가중되었다.  


노라의 아빠인 영화감독 구스타프는 영화 <그 여름의 시간들>에 맏형으로 투입하여 이들을 천방지축 금수저 삼 형제로 하면 마침맞을 정도로 미성숙하다. 라면조차도 끓이지 못할 것 같은 류의 미숙함이다. 영화 속에서는 키친타월사용법을 모르는 것으로 연출된다. 노라는 두 자매 중 맏이이며 무대 공포증을 심각하게 앓는 중인 연극배우이다. 같은 극단의 유부남(조만간 이혼 소송 예정인)과 내연 관계로 관계가 진지해지는 것이 싫어서 유부남을 사귀는 중이다. 둘째이자 막내인 여동생 아그네스는 노라와는 달리 남편과 함께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역사학자 워킹맘이다. 이런 대조적인 설정부터 진부했고 나를 빡치게 했다! 자매가 있으면 누구든 한 명은 배려심 있고 사려 깊게 가정을 꾸리고 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남자들의) 생각이 구렸다. 이건 전인류적으로 딸들에게 씌우는 멍에인가? 노르웨이 딸들도 쉽지 않네, 돌봄 노동!!


영화는 두 자매의 엄마 장례식 뒤풀이(?)에서 시작한다. 뒤풀이 장소는 자매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자매의 엄마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이다. 장례식 뒤풀이는 당연히 아그네스가 준비했다. 음식도 홈메이드인 듯하다. 이런 아그네스를 노라는 출장 뷔페를 부르지 그랬냐라고 타박한다. 이때 느닷없이 전 부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구스타프가 뒤풀이에 나타나서 노라는 놀람과 동시에 불쾌해하며 아그네스에게 "니가 연락했어?!!"라고 물으며 또 타박하고, 아그네스는 그래도 아빤데 연락해야지라고 대답한다. 두 자매의 대조적 성향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역시 너무 뻔하다. 이 무슨 KBS 저녁 일일연속극 같은 설정이란 말인가! 두 딸과 아내를 버리고 바람나서 가출한 저명한 영화감독 아빠의 등장이라뉘!!! 딸들아 (너네 엄마가 죽었으니 이제 너희에겐 나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니?) 이제 우리 잘 지내보자꾸나 하고 등장하는 철부지 아빠라니!!!!!!!! 빡치네!!!!!!!!!! 심지어는 자매가 어린 시절에 살았고 엄마가 죽기 전까지 살았던 그 집은 100% 전남편의 소유였던 것으로 밝혀져!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집은 구스타프가 그의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집니까. ㅋㅋㅋㅋ 두 자매는 그 집을 상속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집은 매우 심각하고 우울한 사연이 있던 집이었다는 것이 구스타프의 새 시나리오로 밝혀진다. 철들 수 없는 예술하는 부모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딸아 내 상처를 니가 보듬어다오라니 ㄷ ㄷ


한 때 잘 나가던 예술영화감독이었던 구스타프는 십 수년 째 장편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가 전 부인의 장례식 뒤풀이에 낄낄빠빠하지 못하고 나타나서는 연극배우인 딸에게 "나는 연극이 싫다, 하지만 너의 연기는 다 보고 있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아직 보지 못했구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연극이 싫다. 그러나 너는 훌륭한 배우지, 재능이 있어. 그래서 너를 위해 준비했다. 이번 내 영화의 주인공이 너란다. 너를 염두해 주고 시나리오를 썼단다. 어때? 아빠 짱짱맨이지? 비록 바람나서 너희 자매를 버리고 떠났긴 했지만, 이런 멋진 아빠 본 적 있니?"라고 주접을 떨어댄다. 노라는 이런 직진에 분노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구스타프 식으로 화해를 요청하는 사람 극혐이다. 이기적이다 정말 이기적이야!!!!!


장소는 어느 극장. 엘 패닝(헐리웃 스타)이 관객석에서 넋 나간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극장 밖으로 뒤쳐 나간다. 엘 패닝이 감동한 영화는 해안가 도시의 어느 영화제의 구스타프 감독 기획전에서 상영한 구스타프의 대표작이자 둘째 딸 아그네스가 아역으로 출연하여 천재적 연기를 펼친 영화다. 엘 패닝은 비공개 저녁 식사 자리에 구스타프 감독을 초대하고 장녀 노라에게 거절당한 구스타프는 엘 페닝에게 구애(?)하여 새 시나리오의 주인공 캐스팅에 성공하게 된다. 


장면은 구스타프의 낡고 늙은 사연 많은 하우스! 눈치 빠른 아그네스는 구스타프 소유의 집에 있는 엄마의 물건들을 치운다. 엄마의 유산을 혼자 맘대로 처분하는 게 맘에 걸려서 언니 노라도 오라고 해서 상속권(?)을 행사하게 해 준다. 난 이 장면이 참 싫었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딜 가나 아그네스 같은 딸들이 있다. 파투 위기의 집안을 홀로 온몸과 온마음으로 지키는 딸들. 마치 백범 김구가 홀로 남아 상해임시정부를 지키듯이. 뒤늦게 나타난 노라는 아그네스가 맘에 들어하는 꽃병을 자기도 맘에 든다면서 가져가 버린다. 물론 고의는 아니다. "아빠도 오기로 했어."라는 아그네스 말을 듣고 뒷문으로 도망가는데 하필 손에 꽃병이 들려 있는 우연!


둘째 딸 아그네스를 자신의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시켰던 구스타프는 둘째 딸의 아들(구스타프에겐 하나뿐인 손자)을 또 영화에 출연시키려 한다. 아그네스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맘대로 손자에게 접근하여 출연 허락을 받아낸달까?? 천사 같던 아그네스도 이점에 대해서는 구스타브에게 화를 내면서 아들을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주장한다. 


구스타프 신작의 주인공이 원래는 노라였다는 것을 알게 된 레이첼(엘 패닝)은 더더욱 연기에 몰입하지 못하고 이 배역은 내 것이 아닌 노라의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영화에서 하차한다. 엘 패닝이 주연이라서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댄 것 같던데 이는 어찌 되는 건지 궁금했지만 영화에서 따로 언급은 없다. 한편 구스타프의 시나리오를 읽은 아그네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언니뿐이다는 확신으로 시나리오를 들고 노라를 찾아가서 '읽어보기라도 해'라고 하면서 미끼를 던진다. 


영화의 엔딩은 이렇다.

노라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엄마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구스타브가 그의 모친에게 상속받은 낡고 늙은 사연 많은 그 집은 현대적으로(곡선보다는 직선이 많은 현대 북유럽스타일?)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에  직선이 강조되는 모던 키친에서 노라가 아들(아그네스의 아들이자 하나뿐인 노라의 조카)을 등교시키고 안방으로 가서 천장에 줄을 매단다. 이때 아들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고 노라는 거실로 나가서 "왜 왔니?" 물으니 아들은 "휴대폰을 두고 갔어." 하면서 휴대폰을 들고 다시 나간다. 노라는 다시 안 방으로 들어가서 하던 일을 마저 하려고 하고 카메라는 이 모든 것이 영화 세트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트장에서의 삼대 즉 구스타프, 노라와 아그네스, 그리고 아그네스의 아들은 화기애애해 보인다. 


이 영화에서 쫌 웃겼던 장면은 구스타프가 손자에게 준 생일 선물이다. 그것은 dvd 두 장인데 한 장은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이고 또 한 장은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돌이킬 수 없는>이다. 하... 나는 대학생 때 <돌이킬 수 없는>을 보고 난 후 한 동안 무서워서 지하터널 통행로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런 영화를 초딩 손자에게 생일 선물로 주는 구스타프는 어떤 사람일까? 개그캐?? 착한 아그네스는 "dvd플레이어가 없어서 이건 볼 수 없어."라고 말하며 웃고 만다(역시나 배려심 깊은 아그네스). 이 장면이 구스타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자기 위주, 주변사람 특히 가족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 물론 구스타프 식 개그를 표현한 선물일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필요한 선물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시간조차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다. 


ps. 2026년 여성의 날 기념 알라딘 굿즈 1) 페미니스트 찻잔 세트 2) 여성 참정권 우드트레이를 소장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곱게 감상될 리가 없었다는 것을 밝힌다. 솔직히 구스타프는 너무 자녀를 우려먹는 거 아닌지? 노라를 위해 쓴 시나리오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사연 많은 하우스)를 치유하기 위해서 쓴 것이고, 모친에게 받은 상처를 딸로부터 보상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 꼽사리로 손자까지 출연시키고. 좋게 보려고 해도 그렇게 안 봐진다. 


(아래는 마지막에 남겨둔 결정적 스포일러??)






ps2. 그 낡고 늙은 집의 사연은 이렇다. 젊은 시절 노라의 할머니 즉 구스타프의 엄마는 나치반대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나치에게 끌려가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가혹한 고문을 당한다. 고문의 구체적인 형태는 역사학자인 아그네스가 도서관을 뒤져가면서 찾아낸다. 이 가족에게 아그네스는 절대적 구원자인 듯. 고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구스타프의 모친은 침실의 천장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그 집을 구스타프가 상속받는다. 결혼 후에 그 집에서 가족들과 살다가 바람나서 가출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구스타프의 모친이 자살한 그 방은 구스타프 부부의 방이었다가 이혼 후에는 노라 엄마의 방이 된다. 노라 엄마는 그런 사연을 모른 채로 평생 그 방에서 살았던 것. 이것도 참 별로다. 이 이야기가 이번 구스타프의 신작이고 노라가 자살한 할머니 역할, 아그네스의 아들이 구스타프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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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2026.2.19.개봉

감독: 김동호

장르: 장편 다큐멘터리

출연: 김동호,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고레에다 히로카즈, 탕웨이(꼽사리 김태용), 뤽 베송, 데르덴 형제, 차이밍량, 임권택, 문소리+장준환, 심재명(명필름), 한재덕(사나이픽쳐스, 이 다큐 제작, 한재덕이 제작한 영화는 셀 수도 없지), 정지영(감독), 장재현(파묘 감독), 강제규(쉬리 감독), 윤가은(세계의 주인 감독), 박정민, 이정재, 김남길, 황정민, 고아성 등등. 출연진이 너무 많고 엄청나서 다 기억하기엔 무리무리. 


관객수: 2026.3월 22일 현재 간신히 1000명 넘어서 1090명. 내가 봤을 땐 700명 초반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00만 명을 넘었다는데. 참고로 나는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 둘 다 연휴 때 봄. 두 영화 모두 잘 되길 바랐는데 <휴민트>가 흥행 못해서 눈물이 ㅠㅠ <왕과 사는 남자>와 개봉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면 더 흥행했을 텐데... 이 두 영화 감상문은 임시저장으로 길게 있는데 살릴지 말지 고민 중. 


무기력할 때, 인생 활력이 0에 수렴할 때, 만사 귀찮고 때려치우고 싶을 때 보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영화!!


김동호는 초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김동호이다. 

이 다큐를 보고 김동호에 대해서 알게 된 점: 전공은 법. 하지만 법조인이 되지 않고 관료가 되어 문화부에 발령받아 어쩌다 보니 영화관련 행정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 

영화 속에는 80살은 충분히 넘었을 것 같은 김동호가 다큐를 찍기 위해서 촬영 감독에게서 카메라 온 오프부터 배우는 장면, 고령의 나이에도 매년 독일 등등 영화제에 참석하는 장면, 엄청나게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쓰고 독수리 타법보다 느린 타자로 원고를 쓰는 장면 등등 깜짝 놀랄 장면들의 연속으로 나와서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엉엉). 내일모레면 90살이 되는 김동호는 나보다 더 왕성하게 움직이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1937년에 태어난(처음 본 영화를 말할 때 625 전쟁으로 피난 가서 본 영화라고, 그때가 중학생 때라고) 김동호는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아마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문화공보부 공무원으로 입사하여 퇴직할 때까지 문화 관련(특히 영화) 주요 행정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스크린 쿼터제 관련 업무도 처리했을 듯하고, 이때 영화 종사자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다큐 속 정지영 감독과의 면담에서 얼핏 나온다. 


2026년 3월 현재 한국나이로 90세, 만으로 88세. 자신의 만든 첫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화(특히 영화) 관련 행정부 공무원이 되었을 뿐인데 삶이 온통 영화로 채워지는 세상 부러운 삶!!! 김동호가 스포츠 관련부서에 발령받았다면 아마도 이 다큐는 '미스터 김, 축구장에 가다'가 되었을 지도. 장르가 뭐였든 열심히 했을 것 같은 사람이다. 


봉준호 언제 나오나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역시나 봉감독은 주인공(?)이라서 말미에 나온다. 끝까지 기다려야 해!!


다큐의 주요 테마는 전세계라고 하지만 주로는 유럽과 아시아의 오래된 극장에 찾아가서 관련자들과 인터뷰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상영관 의자, 영화관 로비의 테이블에서 이루어진다. 필수 질문은 '당신에게 영화관은 무엇인가?' 


누구더라. 박찬욱이었나. 영화관은 학교라고 했다. 나 역시 이 말에 매우 동의함! 확실한 것은 같은 영화라도 영화관에서 보면 더 잘 봐진다는 것이다. 인강과 직강의 차이랄까. 기계가 읽어주는 교과서 본문보다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본문이 뇌에 더 오래 남는 것과 비슷한 이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교실에서 선생님이 본문을 읽어주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이해도 더 잘 되었다. 그래서 공부할 때,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의 책을 읽을 때는 작게 소리 내어서 또박또박 읽곤 한다. 그러면 이해가 잘 됨. 


영화 속에서 인터뷰 하는 영화감독, 영화배우, 영화 제작자, 영화 제작 종사자, 영화관 종사자들 대부분은 영화관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영화의 미래도 좋게 전망하지 않고 있다. 나는 전망이 나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지금, 있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감상하자는 주의다. 


임권택 감독이 나오는 장면. 1937년 생인 김동호는 인도네시아던가 그 쯤 나라의 어떤 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 특별전을 하는데, 이 특별전에 1936년 생 임권택 감독을 모시고 참석하겠다면서 임권택 감독 섭외를 시도한다. 김동호에 비해서 활력이 많이 없어 보이는 임권택 감독은 해외여행을 망설이는 눈치다. 이 장면에서도 도대체 김동호의 저 활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불가사의할 뿐이었다. 나는 저 나이에 살아있지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ps. 올해의 작은 목표: 인디영화 관람 스탬프 10개 다 모으기. 인디영화 1편당 스탬프 1개. 현재 4편 봄. <맨홀> <한란> <세계의 주인>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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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넷플릭스에서 영화 <파반느>를 봤다. 

원작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고 나는 이 소설이 너무너무 좋아서 최소 3번은 정독했을 정도. 하지만 정독을 3회 한 것도 이 소설이 출간되고 5년 이내,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은 것도 이제 10년이 넘었을 듯. 나는 이 소설에서 아미고 어쩌고 하는 요한의 장광설이 너무너무 좋았다. 미의 기준으로써의 항문 주름 얘기가 특히 ㅋㅋㅋㅋㅋㅋ

이 소설 이후로 박민규를 잊었는데, 검색해 보니 역시 그 이후 특별한 작품은 없는 듯. 미투 때 노모 병간호에 지친 박민규가 징징대는 트윗인가 뭔가를 써서 돌봄 노동을 묵묵히 해내는 K딸 K며느리의 염장을 제대로 지른 게 기억남 ㅋㅋㅋㅋㅋ K아들이란 무엇인가 ㅋ 나약함의 상징인가? ㅋ


아무튼 고아성은 여자주인공 맡기엔 지나치게 예뻤고, 영화 속에서도 나름 못생겼게 연출했지만 객관적으로 예뻤음. 고아성보다는 한예리가 더 나았을 듯. 일단 고아성은 눈이 너무 커서 못생기기 힘들다. 눈 큰 삼백안이라면 모를까. 고아성의 사슴 같은 눈망울로는 천하제일 추녀는 불가능. 아무튼 그렇게 소설을 떠올려가면서 현대에 맞게 각색한 부분을 찾아내면서 감상하던 중 엔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엔딩을 완벽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요한이 각색한 엔딩까지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야 '아, 그랬지... 소설에서도 진짜 엔딩이 따로 있었지...' 했다.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고, 특히 암기력은 수준급이라고 여기며 살아오고 있는 중인데 좋아했던 소설의 엔딩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 있다니!!! 충! 격!! 적!!!


기억을 뇌 속에 깊이 새겨 넣기 위해서, 그리고 검색 없이 자력으로 복기하기 위해서 

여력이 되는 한 소설, 영화, 드라마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써 보기로 했다.


<콜드 미트> 2026.3.16. 개봉 / 전국관객수 755명(26.03.20. 기준)

아무 기대 없이 OTT에서 90분 정도 멍 때리고 싶을 때 보면 만족감이 높을 영화.

하지만 나는 영화관에서 보았지.


영국영화라서 영화 속 배경이 영국인줄 알았는데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지명을 들어 보니 미국인 듯.

미국의 한적한 도로변 식당 웨이트리스 애나는 요리사마저도 퇴근한 늦은 저녁 마지막 손님으로 데이비드를 맞이한다. 

이때 술 취한 애나의 전남편이 식당으로 와서 애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하자 데이비드가 이를 막아선다.

애나의 전남편은 가정폭력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태.


왜 인지 모르겠지만 데이비드의 승용차 보조석 사이드미러는 테이프에 둘둘 감겨 있다.

식당을 나온 데이비드는 폭설을 뚫으며 주유소로 향한다. 주유량이 0이었기 때문.

고작 20리터를 주유하고 담배 두 갑과 초코칩 쿠키 1통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현금이 부족해서 쿠키를 포기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유소에서 만난 경찰은 테이핑 한 사이드미러에 대해서 경고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비드가 주유소에 있을 때 그곳에 경찰도 있고, 애나의 전남편도 있다.

애나의 전남편은 초대형 트럭을 타고 데이비드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시간은 밤이고 기상은 폭설 경보쯤 될 듯.

지금은 단종된 기아의 프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데이비드의 소형차를 초대형 트럭이 폭설을 뚫으며 추격하기 시작한다.

눈 속에 파묻어버리려는 듯. 

그래서 내년 봄 눈 녹을 즈음에나 발견되게 하려는 듯.


갈림길에서 간신히 트럭을 따돌린 데이비드는 길을 잃고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어딘가에 처박힌다.

휴대폰은 먹통이 되어 구조 신고 전화를 할 수도 없다.

데이비드는 폭설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차 밖으로 나간다.

차 밖으로 나온 데이비드는 뜬금없이 차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연다.

트렁크 속에는 손발이 묶이고 입은 테이프로 막힌 애나가 들어있다.


눈은 계속 내리고 발은 눈 속에 푹푹 빠진다.

그러다가 발이 구덩이에 빠진다. 

놀랍게도 발이 구덩이에 빠졌을 뿐인데 정강이뼈가 뚝 부러지고 뼈가 피부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다.

또 놀랍게도 그 다리로 다시 걸어서 자동차로 돌아간다.

새하얀 눈 위에 빠알간 피를 뚝뚝 흘리며 데이비드는 후퇴한다.


한편 애나는 죽을힘을 다해 자동차 뒷좌석을 눕히고 트렁크를 탈출하여 운전석으로 진출한다.

대시보드에서 갈색병을 발견하는데 그 속에 든 용액이 강력한 마취제라는 것도 알게 된다.

뒷좌석의 숨어 있던 애나는 데이비드가 돌아오자 뒤에서 기습공격하여 데이비드의 코에 마취액에 젖은 수건을 갖다 댄다. 데이비드는 3초 만에 기절!!!


이후 영화의 대부분은 차량 내부에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얼굴 또는 상반신 클로즈업 장면이 대부분이라는 말. 라이언 레이놀즈가 관에서 원맨 쇼하는 영화 <베리드>의 2인 차량 버전같달까. 아무튼 나는 영화 <베리드>가 계속 생각이 났다.


둘은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왜 연쇄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변명하고, 당연하겠지만 자신을 학대 방임했던 엄마 탓 ㅋㅋㅋ 애나는 역겨운 연쇄살인마의 변명을 꾸역꾸역 들어줄 수밖에 없다. 

20리터뿐인 연료를 아끼기 위해 히터 가동 시간을 조절해 보지만, 영하 20도에서 연료보다 먼저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다. 둘은 동사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체온으로 버틴다. 다시 말해 끌어안고 있었다는 말. 하지만 연쇄살인마는 살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틈을 노려 애나를 죽이려 한다. 이때 온통 눈에 덮여서 외부가 보이지 않는 차량의 앞유리를 거대한 손바닥 같은 것이 그림자 지면서 이 손바닥은 앞유리를 반복해서 때린다. 


그것은 데이비드가 마취된 상태 또는 기절 상태에서 꾼 꿈에서 반복해서 본 거대한 순록 수컷이었다. 그 손바닥은 순록의 뿔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숲 속에는 순록이 사는 듯. 순록은 노르웨이와 핀란드에 사는 거 아녔나? 북극권에 서식하는 사슴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무튼 미국에도 사나 봄. 아니면 순록이 아닌 단순 사슴일지도. 순록은 데이비드를 끌고 가 버린다.


그리고 다음날으로 추정, 거대한 제설차량이 눈 속에서 길을 만들며 천천히 주행하다 프라이드를 닮은 소형차를 발견한다 운전사가 내린다. 차량 근처를 살펴본 운전자는 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얼지 않은 핑크빛의 싱싱한 창자가 곱게 돌돌 말려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운전사는 자주 봤다는 듯 놀라지 않는다. 아마도 인간의 것이 아닌 다른 동물의 창자로 여긴 듯. 제설차 운전사는 트렁크를 열어 본다. 얼어 죽은 듯한 애나가 웅크린 채 옆으로 누워 있다. 운전수가 랜턴을 비추자 애나는 두 눈을 번쩍 뜨고 그 두 눈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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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해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일과가 있습니다. 아흐레 동안 한 번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아무런 방해 없이 지내는 거예요. 그리고 글쓰기 좋은 넓은 공간을 갖는 겁니다. 거대한 탁자가 있었으면 해요.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이 정도의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작은 공간을 가리키면서] 공간밖에 남지 않거든요. 이 버릇을 고치려고 하는데 안 되는군요.

에밀리 디킨슨이 글을 쓰던 아주아주 작은 책상을 떠올리면서 '참, 귀여운분야!'라고 웃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 정도의 작은 공간만 가졌을 뿐이지요. 어떤 파일 정리 시스템을 사용하든 얼마나 자주 정리를 하든 마찬가지예요. 일상, 서류, 편지, 부탁, 초대장, 청구서들이 끝없이 밀려들어 옵니다. 저는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대개는 아홉 시에 출근하고 다섯 시에 퇴근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지요. 일하는 도중에 급히 글을 쓰거나 주말이나 새벽에 써야만 했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2 토니 모리슨>


주말이 되어 점점 창고화 되어가는 서재방에 와서 책상에 앉아보니 책상 위에도 빈 틈이라고는 없이 학용품과 종이들와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위에 인용한 토니 모리슨의  저 말이 생각 나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된 글을 써 보겠다는 결심으로 '작가'에 대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십 여권 샀었는데 일기 이상은 쓰지 않는, 그나마도 불규칙하게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서 글쓰기&작가에 관한 책은 전부다 불투명 문짝이 달린 책장에 고이고이 숨겨두고는 다시는 읽지 않아야지 다짐했었는데, 오늘 토니 모리슨의 저 문장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책장 문을 열고 꺼내보았다. 


맥북이 한 대 있을 땐 맥북이 두 대 있으면 일기를(글을) 더 꾸준히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맥북 두  대가 되면서 망상으로 판정됨)했었다. 맥북 한 대는 서재에 두고(서재에서는 맥북과 LG32인치 모니터를 연결하고 매직마우스와 매직키보드를 사용함. 트랙패드는 불편하고 마우스가 편함), 다른 맥북 한 대는 침실에 두면 침실에 있을 때 굳이 서재에 가서 HDMI 케이블을 뺀 후 맥북을 들고 침실로 가서 글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 번거로운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면 글(일기) 쓰기에 좀 더 쉽게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맥북이 두 대가 되어서 서재와 침실에 각각 있게 되자 의지력만 더 줄어들었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선진국이 아닌 시대에 태어난 나는, 그리하여 청소년기에는 영문도 모른 채 IMF를 겪으면서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 내 돌반지 돌려줘를 외치며 엄마에게서 기어니 반돈 자리 돌반지를 돌려받은 나는, 선천적 후천적으로 헝그리 정신이 뼈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헝그리 정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헝그리 정신만이 나를 전진시킨다!!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습관이 있으신가요?

레싱: 그건 그저 습관에 불과하므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아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맹렬하게 쓰는 법을 훈련했습니다. 주말이 비어 있거나 한 주 정도 시간이 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량을 작업했죠. 지금은 그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사실 더 천천히 작업할 수 있으면 훨씬 잘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습관이 들었어요. 

<작가란 무엇인가2 도리스 레싱>


동트기 전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이건 필요해서 생긴 습관인가요. 아니면 이른 아침이 글 쓰기 제일 좋은 시간이라서인가요?

토니 모리슨: 동트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필요에 의해서였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고, 걔들이 엄마를 찾기 전 시간을 이용해야만 했어요. 그 시간은 언제나 새벽 5시경이었지요. 

<작가란 무엇인가2 토니 모리슨>


토니 모리슨은 어떻게 직장을 다님과 동시에 육아를 하면서 훌륭한 소설 쓰기까지 할 수 있었을까? 역시 관건은 선 체력 후 의지일까? 얼마 전 구 맥북의 pages에 쓴 글을 외장메모리에 백업하면서 과거의 나는 엄청난 일기를 강박적으로 써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과거의 일기들을 읽으면서 '그시절 나는 진지했고 매우 심각했고 비장했구나.'하면서 막 웃었다. 


#1. 나의 경우,

저녁 홈트를 한 후 샤워를 하고 나면 체력은 0에 수렴한다. 그러면 무조건 누워있고 싶어진다. 내 상상은 이랬다. 침대에 누워서 배 위에 쿠션을 올리고 쿠션 위에 적당한 각도로 맥북을 거치하고 누워서 pages를 열고 일기를 쓴다. 아주 간단히라도 일기를 쓴 후 책을 조금 읽다가 잔다는 구체적인 구상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배 위에 쿠션을 올리고 맥북을 거치하고 '건강하게 살찌는 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다가 '건강하게 살 빼는 법'영상만 많다는 것에 잠시 좌절한 후, 안아키와 큰 차이가 없을 법한,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채워진 후에는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이때부터는 의사 유튜버는 사이비 교주가 된다!!) 현직 의사 유튜버들의 건강과 섭식에 대한 헛소리 영상들을 막장 드라마 보듯이 보다가 자는 것이 루틴이 되어버렸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섭식 헛소리 영상에 달린 많은 간증 댓글이 일품이었다(거짓말이거나 지나친 과장  같던데, 그 거짓 간증에 달린 대댓글을 보면 진심으로 믿는 거 같기도 했다)!! 지난달에 앓았던 장염으로 인해 줄어든 체중은 장염 회복 후 한 달이 넘도록 복구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찌는 법이 필요했던 건데, 세상 모든 섭식&의학 유튜버들은 '이렇게 먹으면 살도 빠지고 건강 수치도 정상이 된다'라고만 하고 있으니 도무지 뭘 더 먹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2.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다면?

어제는 금요일이었다. 위에 적은 것처럼 홈트를 하고 나서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씻고 나면 뭘 할까? 1) 침대에 누워서 팟캐스트 듣다가 졸리면 걍 자기. 2) 침실 책상에 앉아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계속 읽기. 3) 거실에 가서 넷플릭스에 찜해둔 영화 보기. 현재 보고 싶은 것 1위는 개봉 때 못 봤던 <고당도>. 

그랬는데 바디로션을 바르고 잠옷을 입고 나니 범죄 스릴러 연속극이 보고 싶어졌다. 최소 10회 이상의 작품으로. 머릿속으로 내가 찜해둔 작품들, 만사를 잊고 싶을 때를 위해서 상비약처럼 아껴둔 드라마들을 떠올리다가 <자백의 대가>가 보고 싶어졌다. 기대보다는 재미가 없다는 평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어서 기대치가 낮아서였을까 재미있었다. 이번 주말은 <자백의 대가>로 탕진하겠구나!! 


3화가 끝나자 느닷없이 잠이 쏟아졌다. 더 보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잠을 거부할 수는 없지. 그때가 23시. 그때 잠들어서 8시간 내리 자고 7시에 일어났다. 수면점수는 99점. 


매일 어김없이, 특히 아침에 체력이 완충되었을 때, 이렇게 좋은 몸상태를 출퇴근(노동)에 거의 다 쓴다는 것은 엄청난 인생 낭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내가 바라는 생활에 체력과 시간을 쓴다면 과연 나는 제대로 생존하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바라는 생활은 지난밤 3시간 정도 꼼짝도 않고 소파에 누워서 <자백의 대가>를 보는 것을 매일, 원 없이 하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체력을 영화(드라마) 보기, 책 읽기, 일기 쓰기에만 쓰면서 대부분의 나날을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이다. 일주일 중 이틀 정도만 외출하고(아마도 그마저도 극장 방문용 외출일 테지만) 나머지 닷새는 두문불출하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멋진 생활이다. 


내가 바라는 그 멋진 생활을 원없이 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막연히 상상했던 것처럼 재미가 있을까? 두 대의 맥북처럼 되는 게 아닐까? 상황이 여유로워지면, 느긋해지면, 충분해져 버리면 '욕망'도 느슨해져버리는 게 나라는 인간이 천성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풍요의 저주랄까!


#3.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

부양가족이 나 자신 밖에 없는 비수도권 생활자라서 딱히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나는 돈이 많이 필요하지가 않아서 지금도 지나치게 충분한 것 같다. 그렇기에 코스피 5000, 6000이라고 해도 굳이 내가 주식을 왜?? 돈이 부족한 것도 화근이지만 돈이 많은 것도 화근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서 지금까지 근속한 결과, 여생은 걍 파이어족을 해도 상관없기에 매일 '언제 그만 두지?' 하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출퇴근을 하는 생활에서 가장 큰 활력을 얻는다(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회사일이 바쁠 때, 좀 어려운 업무를 할 때 정신이 맑아지고, 오늘 하루는 재미있다고 느끼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노망 든 건가! 이런 상태를 전문가들은 일중독이라고 한다고...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주말을 즐기려면 주중에는 출퇴근을 해야 하고, 밥이 맛있으려면 적당한 허기가 있어야 하고, 책&영화 감상이 재미있으려면 역시나 망중한이어야 한다는 것. 이런 생활 방식의 문제는 계속 일을 하면 도무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통장의 숫자만 커진다는 것이고 나는 그 숫자 놀음이 싫다는 것이다. 숫자 놀음을 피하려면 돈을 버는 만큼 계속 돈을 써야 하는데 돈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 대단한 열정과 체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물건을 계속 구입하고, 서비스를 계속 받는 것에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써야 하는데 노동하고 남는 시간에 소비(물건 구입+서비스 받기)를 해야 할지 책과 영화를 감상해야 할지의 밸런스 게임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압축적으로 기분 좋게 돈을 쓰기 위해서 샤넬에 가서 보석을 사곤 했다. 보석은 부피도 적고, 늘 몸에 지니고 있을 수 있으니까 나로서는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요즘은 샤넬도 만렙인 상태여서 멍하니 통장 잔고의 숫자만 보고 있다. 이 숫자들을 어떻게 다 처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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