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아>를 관람한 다음 날 트럼프가 가자 휴전을 성사시켰고 이번 노벨 평화상을 본인이 받아야 한다고 난동을 부렸다.  트럼프의 그 꼴을 보니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후 치료해주고 나서 금은보화가 나오는 박씨를 요구하는 놀부가 따로 없네 싶었다. 


<쇼아 1부>는 264분, <쇼아 2부> 281분 그리고 삭제된 필름 중 일부를 편집한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94분을 하루에 다 봤다.  1부 보고 나서 너무 힘들면 2부는 취소하고 집에 가야지 했는데, 영화(다큐)에 별 내용이 없어서(이미 대충 다 아는 내용들이라) 힘들지 않았다. 아우슈비츠 편 브이로그 또는 9시간짜리 겨울 노르웨이 기차 영상 비슷했다. 


<쇼아>를 보기 며칠 전에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를 봤다. 2차 세계 대전과 유대인 학살이 배경이 되는 전기 영화였다. 올해 1월 개봉한 <리얼 페인>은 폴란드 유대인 학살 답사가 배경인 영화로 2025년 97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다. 매년 나치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학살 관련 영화가 몇 편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졌다. 2025년 97회 아카데이 남우주연상 역시도 유대인(<브루탈리스트>)이 받았다. 에드리언 브로디는 두 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두 번 모두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재능이 출중하여 사회적 명망이 었었던 예술가 역이었다는 것이 웃픈 현실 ㅋ. 유대인 중에 천재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생학으로 우리를 멸종시키려고 했나라고 따지는 듯!!


<쇼아>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도대체 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가자 지구에 가두고 심심할 때마다 학살하는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 다큐를 보고 내린 결론은 아우슈비츠=까방권?!!


<쇼아>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영화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이다. 지금의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유대인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회스 부부와 참으로 똑같다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스 부인은 유대인의 뼛가루를 화단을 가꾸는 비료로 쓴다. 유대인의 값비싼 모피 코트를 걸치고 그 주머니 속에 있던 립스틱을 바른다. 지금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들도 회스 부인이랑 똑같지 않나 싶다. 가자 지구에 수 백만 팔레스타인 난민을 가둬두고 의료, 식량, 이동을 차단하거나 제한하고 가끔은 학교나 병원에 폭탄을 떨어뜨려서 죽이면서 겁주고. 자신들이 당한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한없이 억울해하면서 매년 비슷한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에서 상 받고 동정심 얻고(까방권 얻고). <쇼아>에 나오는 비겁한 독일인들은 다들 하나 같이 유대인 절멸기차(가스실과 화장 절차)를 몰랐다고 했다. 지금의 이스라엘 사람들도 "전 네타냐후에 반대합니다, 가자 지구에 그러면 안 되죠. 하지만 우리도 당했다고요!!! 내 증조부모도 아우슈비츠에서 죽었어요."라고 하겠지. 그게 독일인의 몰랐다와 같은 개소리 아닌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다른 홀로코스트와 다른 이유는 이것이 전쟁 혹은 전투 중에 발생한 비계획적 사건이 아닌 인류 역사 중 유일무이하게 '행정 절차'에 의한 체계적인 살해였다는 점이라고 하던데, <쇼아>를 보고 난 후 나는 이 점에 대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행정 절차를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엽기적인데, 행정 절차를 결과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었다. 즉 하필 그 때 대륙철도망이 전 유럽에 완비되어 있었으니 아이히만이 아닌 그 누구라도 철도 운송으로 물건(나치는 유대인을 물건, 화물로 문서에 기록했다)을 날라서 처리할 생각을 했겠지 싶었다. 철도가 있으면 아유슈비츠고 철도가 없으면 킬링 필드인 것일 뿐이었다는 걸 <쇼아>를 보고 깨달았다. 


<쇼아>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홀로코스트 역사학자 라울 힐버그의 "나치의 유대인 절멸 작전은 지난 천 년간 유럽에서 지속 누적되었던 유대인에 대한 차별의 결과일 뿐이다."라는 분석이었다. 천년 동안 유럽인들이 유대인에게 한 행동들(낙인찍기, 배제, 직업적 한계, 게토 등등)을 똑같이 나치도 했다. 다만 그 속에 비교적 최근의 발명품 '기차'가 추가되었을 뿐이다는 것. 


누적의 결과라는 말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 일기를 쓰는 지금도 그렇다. 지금 한국도 많은 것을 누적시키고 있지 않나... 윤석열이, 조희대가, 지귀연이, 박성재(영화 <한나 아렌트>에서의 아이히만이랑 똑같은 개소리를 볼 줄이야. 계엄에 따른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다라니)가, 김건희가 누적의 중간 산물임과 동시에 이 누적을 가속시키고 있으니까. 


<쇼아>는 종전 80주년 기념 상영이라는 타이틀로 상영 중인데, 나는 그렇다면 유대인은 80년 동안 팔레스타일은 학살하고 있다는 뜻인 거네라고 읽혔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비싸게 돈 들여 잘 만든 영화들, 그 영화들이 아카데미 영화제 등등에서 화려한 상을 받을 때마다 나는 '팔레스타인은, 가자 지구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영화를 만들 자본력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을 반사적으로 하게 된다. 최근에 본 가자지구 영화(다큐)는 <폐허에서 파쿠르>. 80년 동안 팔레스타인에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하면서 괴롭히는 이스라엘이 나치 못지않게 어쩌면 더 심각하게 잔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종 청소용 절멸열차와 인종 청소용 가자지구 분리장벽 중 뭐가 더 엽기적이고 행정적인지 따져 묻고 싶다. 


 <쇼아>는 2023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다시금 유대인의 자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러니 트럼프가 대놓고 노벨 평화상(이제 노벨 평화상은 수명을 다 한 듯) 달라고 징징대는 거 아닌가. 내가 본 <쇼아>는 값비싼 필름으로 찍은 브이로그 정도였다. 총 러닝타임은 10시간 정도지만, 그 밀도는 120분 정도.  


p.s. 다시 생각해도 <리얼 페인> 너무 나약하다. 이런 영화 왜 만드냐? 무슨 염치로?? 윤석열의 보석 신청 이유 같네.  <리얼 페인>의 벤지(키에란 컬킨)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만신창이 폐허가 된 건물 잔해에서 목숨 걸고 파쿠르 하는(실제로 추락해서 죽는 장면도 나옴) 가자 지구 청소년들 다큐 <폐허에서 파쿠르>를 보고 진짜 고통이 뭔지 좀 배워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검색유입으로 왔어요 2025-10-16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독했네요. 하나부터 끝까지 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