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생계와 연결될 때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연구소 로비에 잠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나는 어쩐지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지고 가야 할 먹고사는 걱정, 밥줄에 대한 집착이 무섭고, 그 집착이 앞으로 198주년, 298주년, 398주년......이 지나도록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연구소라는 곳에 발목이 잡힌 채 끝없이 허덕여야 하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슬프고 무서웠다.

<영생불사연구소 / 너의 유토피아 / 정보라 소설집>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그러면 변화는 좋으냐 하면 변화는 더 싫다는 게 나의 문제이다. 이런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매일의 옷과 액세서리와 네일 컬러를 바꾸는 것이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잠시 휴식(+간단한 식사), 홈트, 설거지, 샤워 순서로 해치운다!! 그다음에는 다음날 입을 옷을 정한 후 서재로 가서 내란 뉴스 들으면서 그 옷과 어울릴 만한 색을 골라서 네일 컬러를 바른다. 컬러를 다 바른 후 뉴스를 닫고 영화를 켠다. 부채로 컬러를 말리면서 좋아하는 영화의 좋아하는 부분을 다시 본다. '샤워 후 서재로 가서 책을 읽는다'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책을 읽을 뇌의 기력이 없기도 하거니와 실시간 내란 뉴스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에서 내란 뉴스(유튜브)를 들으면서 네일 컬러는 바르는 것이다. 이것이 위에 인용된 소설 영생불사연구소의 직원 같은 생활을 하는 내가 삶에 대한 집착을 유지해 나가는 내란 이후의 생존법이다. 

123 내란 1주년 기념 유튜브들에서는 3617이 비상계엄을 발표하던 그때 각자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그때 무슨 기분이었는지를 주고받는 것을 방송했다. 그날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 10시 전에 자고 아침 6시 즈음 일어났다. 내가 잠든 사이에 그런 엄청난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2025년 12월 3일 밤에도 나는 밤 10시 전에 잠들었고 다음날 6시 즈음에 일어났다. 그 시각에 깨어있던 사람들은 다들 체력이 엄청나구나 하는 생각을 추가로 했다. 나는 밤에는 자야지 다음 날 생활이 가능하기에 무조건 충분히 자고, 충분히 누워 있어야 하는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내 이멜다 마르코스는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1986년 2월 필리핀의 민주화혁명 세력이 대통령궁을 점령했을 때,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신발이었다. 3천 켤레가 넘는 명품 신발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멜다는 남편이 대통령으로 있던 8년 동안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고, 단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멜다는 사두었던 신발을 다 신어보지 못했고, 영원할 것 같던 권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압류된 신발은 박물관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이멜다의 신발 컬렉션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박물관에 초대된 이멜다가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구두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착취해서 구두 욕심을 채운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영화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 김중혁>

내란 뉴스를 들으면 들을수록 4398은 실로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범죄를 저지르려면 잠을 안 자고 24시간 뇌를 풀가동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약빨과 신빨과 범죄가 주는 도파민이면 가능할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어떤 영화보다 더 4398의 범죄 사실들이 재미있다!! 멀리서 보는 나도 이렇게 재미가 있는데 4398 본인은 얼마나 재미가 있었을까 싶다!!! 서울대 졸업했다면서 목에 힘두고 에헴헤헴하는 놈들이 다들 4398앞에서는 굽신굽신 따까리 노릇을 하고(응? 박성재는 고려대라고??), 자그마한 파우치부터 그 끝을 알 수 없는 금은보화가 매일매일 진상되고, 현대미술관 그림을 당당하게 훔치고, 조선시대 왕의 유물들도 보란듯이 훔쳐서 실생활에 사용하다가 깨 부시고 변상은 세금으로 하고. 전속 사진사가 인스타st 사진 찍어준 것을 영부인 전용 액자를 최초 제작해 그 액장에 사진을 넣어서 타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잠을 자고 싶지 않았을 거 같다, 잠자는 시간만큼 재미가 줄어드는 거니까. 임기가 끝나길 바라지 않았을 거 같다, 임기가 끝나면 왕놀이(범죄)도 끝이고, 그 끝에는 4398과 무기수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니까.

원래도 무속을 믿지 않는다. 4398을 보면서 역시 무속은 없다라는 걸 다시 한번 확실하게 확인했다. 진짜 무속이 있었다면 '니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너희 부부는 깜빵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라고 해줬겠지.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연쇄살인범 우호성(강호순)은 자신은 완벽하기 때문에 증거를 남길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만만해 하는데, 그 장면을 보는데 4398도 저렇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것 말고는 도리가 없기도 하겠지. 현실도피 말고는 희망이 없으니까. 
 
p.s. 나는 등장인물 우호성을 보면서 전직 검사 한동훈을 많이 떠올렸다. 캐릭터가 똑같다! 특히 외모에 대한 집착과 나르시시즘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응? 이건 4398도 마찬가지잖아!! 한동훈이 강남 8학군의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또한 사법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암기력이 없었다면 한동훈의 기질(나르시시즘과 잔인성)로는 우호성 같은 범죄자가 적성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이가 검사라는 흉기로 죽인 사람은 몇 명일까? 검사 엄희준(쿠팡, 대장동 관련 검사) 같은 사람이 청문회나 국정감사나 법사위 등에 나와서 자기 변명하는 거 보면 범죄 드라마에서 연쇄살인범이 피해자(살해당한 사람)에게 하는 말과 똑같다. 그러게 누가 가난한 동네에 살래? 그러게 누가 밤에 모르는 사람 차 얻어 타래? 그러게 여자가 함부로 몸을 놀려? 그러게 누가 검사한테 기소당하래? 죄가 없으면 무죄 판결받겠지. 어느 것이 연쇄살인범의 말이고 어느 것이 검사의 말인지 구분하기 매우 힘들다. 

p.s2. 미드 <모던 패일리>처럼 한드 4398도 최소 10년 이상으로 누가 제작해 줬으면 좋겠다. 4398의 남편 3617역에는 조진웅 배우가 열연해 줬으면!! 4398역은 김남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서 생존의지가 0에 수렴하다가다 '4398이 감옥에서 병사하는 꼴은 봐야지!!'하는 생각이 들면 생존의지 게이지가 차오른다!! 그래서 요즘은 내란 뉴스(유튜브) 보면서 저녁 홈트를 거의 매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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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06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글이 이렇게 신선할 수가!!!
일인 일표제가 이럴 때는 완전 부당하게 느껴진다니깐요!
이 글을 읽고 민주주의의 한계를 체험합니다 ㅠ

홈트 계속 그렇게 유지하세요. 게이지 걱정은 없을듯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