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 수업 때였다. 2학기 막바지였으니깐, 추운 겨울. 종강을 두 주쯤 남겨둔 수업이었다. 매시간 진행되던 미니 북 세미나에서 교수님이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이 부분을 읽어 주셨다.
책 읽기는 '즐거운 도망'이고, '즐거운 저항'이다. 도망치면서 저항하는 것인지, 저항하면서 도망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한 없이 도망치고 한 없이 저항한다. 아니, 도망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만약에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지 않다면 당신은 제대로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못 한 것이다. 그건 당신이 변변찮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책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악착같이 즐겁게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애초에 그럴만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 _ 《로쟈의 인문학 서재》 2009 이현우 산책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 짧은 글이 나에게 메세지를 던져주었다. 나는 즐겁게 읽고 있지 않고, 의무감으로 타의에 의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반성 아닌 반성. ( 잘못한 것도 아닌데... ) 그래서 당장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았고, 기말고사가 끝나고 읽기 시작했다. 부제가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데, 너무 아찔한 고공비행이라서, 읽으면서 다 읽으면 ( 빌린 책이지만 ) 방바닥에 내팽개치고 싶었다. 지금 기억나는 부분도 위의 인용한 부분,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학자들의 이름, 꼼꼼하게 번역을 지적한다는 인상이 전부다.
그때부터 가끔 들르는 곳이 이곳이다. 로쟈의 저공비행 http://blog.aladin.co.kr/mramor/ (알라딘 블로그) 괴물 서평가라는 평가처럼, 쉬지 않고 읽으며 서평을 남기는 분이다. 책 읽기와 강의 이외의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는데, 놀라울 뿐이다.
독자와의 만남을 정리해둔다.《책을 읽을 자유》도 군데군데 읽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 충동구매한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랑 카페 댓글이벤트 당첨으로 얻은 《그래도 책 읽기는 계속된다》도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서형욱인가? 박문성인가? "박지성의 발에 페인트를 묻혀두면, 경기장에 페인트가 묻지 않는 공간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로쟈에게 적용하면, 로쟈가 알지 못하는 책, 그가 밟지 않은 책도 별로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
<로쟈의 강의 & 독자와의 만남>
그래도 세계문학 읽기는 계속된다
《그래도 책 읽기는 계속된다》(현암사) &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오월의 봄) 출간 기념
그래도 세계문학 읽기는 계속된다 @ 현암갤러리 2012년 7월 20일 (금) PM 07:30
《안철수의 생각》 출간 덕분에 알라딘 MD도 참여하지 못한 독자와의 만남이었다. ( "안철수 사태"로 불렸다. ) 내가 참여했던 행사 중에 가장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현암갤러리' 찾아가는 것도 약도 없이는 불가능할 만큼 쉽지 않은 길이었다.
처음 뵙지만, 블로그를 통해서는 이미 만났던 것 같아서 아는 친구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로쟈의 정체성.
① "인터넷" 서평꾼 → 서평자 → 서평가. 두 번째 서평집.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책을 읽을 자유. 2》였는데, 제목에 "2권"이 붙으면, 판매량은 첫 번째 책보다 두배씩 하락. ② 러시아 문학 연구자
③ 지젝 전도사 / 애독자
2000년부터 알라디너. "서재의 달인"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 그 이전에는 비평고(?) 라는 카페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죄와 벌》번역 중... 조금만 더 끌면 계약을 하고, 최장기간 번역이 안 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
"로쟈"라는 이름? 필명에 관하여... 듣는 질문들.
로쟈 룩셈브르크? 박노자? 노자? / 이전에 쓰던 닉네임은 중국 배우이름.
인생 선택지에 없던 일, 서평가.
매일 1시간씩 책을 검색. 이전의 언론사 시험문제였던, '알고 있는 책 제목 100권 쓰기' 는 즐겁게 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된 서점 순례.
1부 소설 읽는 로쟈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프로필에도 언급된, 중학교 2학년 시절. 5공화국의 과학입국 정책. 천문학에 흥미를 느껴서 천체망원경을 갖고 싶었지만, 고가라서 대신 현미경을 구입. ( 보이는 것도 없었던 현미경. ) 수학에 문외한(門外漢)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겠다는 어렴풋한 꿈?
요즘 고등학교 강의를 해보면, 학생들의 독서량이 한 달에 한 권을 넘기 어려운 것 같다. 이건 한 달에 한 두번 운동으로 건강해 지려는 것이다. 독서력을 갖추는 사회만들기.
( 로쟈의 블로그에 글을 링크해둔다. http://blog.aladin.co.kr/mramor/5727574 )
러시아 문학을 선택한 것은 당시의 한국문학은 빈약해 보였다. 적은 수의 작가로, 작가가 별로 없었다.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는 세계문학 읽기의 출사표 같은 책이다. 내년 초에 1권을 더 내고, 2권 정도 더 출간할 예정이다. Sample과도 같은 책.
독서는 자아 확장의 최적화 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경험의 확충을 통한 자아의 성장.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그렇다면, 책을 안 읽을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는 제로 값 (0), 기본 값 (디폴트 default 값) 이다.
세계문학의 재발견과 확장. 친숙한 것을 재발견하는 즐거움. 실존의 위기에 대한 압력?
세계문학전집 붐. 대부분의 메이저 출판사는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고 있으며, 앞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출판사도 있다. ( 창비 )
2부 서평 쓰는 로쟈
Career에 생긴 Reviewer라는 이름. 인생계획에 없던 일. ④ 책 전도사도 정체성 중 하나.
서평과 리뷰, 비평에 대한 총론은 《책을 읽을 자유》에서 언급.
책소개와 비평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서평. 보도자료 수준의 책소개. 인터넷 서점에 다 나오기 때문에 이제는 필요없어진 책소개 보도자료. 서평은 원고지 10매~20매 정도 분량. 비평은 형편에 따라서 한 권의 책으로 비평원고가 나올 수도 있다. 가끔 원고지 20매이상 쓰는 서평도 존재한다. 계간지 서평이나 on-line 서평( 프레시안 ) 같은 경우.
어떤 분들이 저의 서평과 외국 논문수준의 비평을 비교해놓았던데, 서평과 비평은 차이가 있다.
좋은 서평과 나쁜 서평의 판별 기준은 정보의 전달 여부(?) 어떤 서평가가 어떤 책을 선택한 것만으로 그 책은 "읽을만 하다." 판단 가능 독서 여부의 판단 기준, 자료로 삼을만 하다.
매일 쏟아지는 책을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책 대신 서평으로 대체 해야 하는 경우 서평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는다. 정보를 저장해 두는 역할.
서평을 통해서 책을 구분한다. ① 읽을 만한 책인가를 판단. ②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을 걸러주는 역할.
좋은 서평은 별 다섯 개짜리 ★★★★★ 강추 서평이 아니라, 별 한 개짜리 ★ 서평. 별 한개짜리의 서평은 원고지 20매로 그 책을 안 읽어도 되는 이유를 써주는 역할. 서평 나름의 역할을 수행.
스타이너 "비평의 대상은 Good이 아닌 The Best이다." 최대한 쓰는 것이 비평이다. 일독(一讀)을 목표로 하는 것이 서평이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을 때 하는 것이 비평. 판별의 기준.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작품이 있다면, "왜 그러한가?" 대한 의견. 톨스토이의 가장 좋지 않은 작품은 웬만한 소설가의 가장 잘 쓴 작품보다 가치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의견. ( 이런 비평?? )
한국은 시인이 가장 많은 나라. 독자의 수보다 비평가의 수가 더 많은 한국의 비평책 시장. 비평책은 안 팔리는 것이 당연.
리뷰 연습을 통해서 서평 → 비평의 단계로 넘어가기를 희망.
그리고 즐거운 문답잔치 ( Q & A )
1. 생존 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밀란 쿤데라"라고 했는데, 그 이유와 쿤데라의 책 중에서 번역이 가장 잘 된 것은?
처음에는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 많은 매력을 가진 작가이다. 이전의 작가들은 묘사에 치중한 반면, 쿤데라는 성찰적 글(에세이,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설적 플롯(Plot, 구성)이 훌륭하다면,《불멸》은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드는 휼륭한 글들이다.
콘데라의 소설론에 보면 영화, 음악에 조예도 깊어서, 독서 템포까지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한다.
망명 작가이기 때문에 정본이 두 가지이다. 불어판과 체코어판. 전집판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도 좋다. ( ※ 번역. 아는게 병이다. Lacan을 루카누스로 오역 )
2. 한국문학이 빈약하고, 작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 중에서 비평을 해보고 싶은 작가나, 읽어볼 만한 작가는? ( 나의 질문 )
읽어 볼만하기 때문에 고전이 아니라, 고전이기 때문에 읽는 것이다. 읽을만한 작가라서 고전이 아니라, 고전이기에 읽어야 하는 작가. 고전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이 벽을 넘어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가장 별로인 소설도, 일반 작가의 가장 좋은 소설보다 뛰어나다. 왜 그 뛰어난 작가가 별로인 글을 썼는가에 대한 가치.
이광수 전집도 없는 것이 한국 문학계의 현실. 뛰어난 성취가 없지만 도발하는 작가. 동시대의 작가로 김훈, 김상화(??) 조정래 선생처럼 작품 수가 많은 분을 비평할 수 있을지는 의문.
문학비평가를 등단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옆구리 등단.
3. 책을 어느 정도 읽으시는가?
강연 때 마다 받는 질문인데,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제가 대답을 하면 원하는 답이 아니라서 청중들이 실망을 합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답합니다. "책은 자면서도 읽습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읽으려고 합니다.
서평을 쓸 때 다른 분은 책의 구절은 바로바로 쓰시던데, 저는 필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체크를 하면서 읽습니다.
분량에 따른 차이. 원고지 10매라면 바로 정색하면서 쓰면 되는데, 원고지 20매 분량이면 약간의 드라마가 필요합니다.
4. 팟 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어보셨는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노력, 만화도 책이라고 생각?
<나는 꼼수다>는 김어준과 같이 방송을 하게 되면서 열심히 들었는데, 요즘은 뜸한 것 같아서 대신 김종배의 <이털남>을 듣곤 합니다.
⑤ 독서 전도사라는 정체성. 1주일에 한 권을 읽게 되면 과연 우리가 어떻게 될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독서량이 지금보다 4배~5배로 늘어나면, 뭐가 달라질까? 가 궁금합니다.
독서력, 독서근육.
활자를 인지의 뇌 부위와 만화를 인지하는 부위가 다르다. 만화가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화된 것이 익숙하게 체득되어 얇은 독서를 하게 됩니다.
박사학위 중일 때 아르바이트로 학원 논술강사를 했는데, 그 때와 지금 학생들의 독서현실이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특강을 가보면, 대부분이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엎드려서 잠을 잡니다. 언어영역 문제풀이는 되는데, 토론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답은 찾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질문을 하면 대답을 못하는 현실입니다.
독서근육은 독서경험에서 나옵니다. 2년에 100권~150권 정도씩 읽은 경험. 독서 경험과 변화를 공유.
독서를 하지 않는 부유층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들은 다른 방편이 있을테니 )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고등학교의 현실을 방치해 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에 고등학교 두 곳에서 강의를 했는데, 첫 번째 학교의 학생 수는 한 학년에 세 반 정도되는데, 2만~3만 권의 도서보유량이 있는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고,( 그 만큼 선생님들이 조금 신경을 쓴 듯 ) 두 번째 학교는 서가 두, 세 줄을 놓고서 도서관이라고 하는 현실.
5. 전자책에 대한 생각?
상호보완적 역할. 책은 super normal. 최적화된 상태로, 경쟁력이 있다. 전자책은 신문기사나 짧은 글, 휴대에 유용. 만질 수 있는 촉감과 여러 페이지를 동시에 넘기면서 찾아내는 입체적인 독서 가능한 것이 책. 책에서 어느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현재 책의 형테가 전자책보다 빠른 속도일 것이다.
6. 번역이 잘 된 세계문학전집은?
작품에 따라 case by case. 후발주자로 최근에 나온 번역 책들이 아무래도 좋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 편집자의 지위. 저자와 역자 지위. 편집자의 역할. 번역은 역자를 보고 판단 할 것.
전집의 다른 기증은 인테리용. 우리가 나오는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처럼 구입했다고 모두 읽을 수는 없다. 책을 구매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인테리어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7. 지난 지젝 방한 강의 관련?
지젝 전문가가 아닌 전도사. 한국 사회 평등주의 사고로 인한 겸손. 지젝에 대한 사심(私心). 애독자로 갖게 된 마음.
☆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남들도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전체주의적 사고.☆ 이런 마음으로 책 읽기를 하고 있고, 주변에 권하고 있습니다.
사인을 받으면서, 내가 물어본 것은 "베스트 셀러는 안 읽으세요?" 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읽지 않았다고 했고, 분업의 관점에서 많은 사람이 읽는 것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상위 0.001%안에 들게 책을 사는 사람. 이 분이 끊임없이 쓰시는 저공비행의 무료 강의장.
나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자유인 책을 읽을 자유를 마음껏 누릴 것이고, 비록, 세계문학 다시 읽기가 아닌 처음 읽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책 읽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