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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ㅣ 생각하는 숲 1
셸 실버스타인 지음 / 시공주니어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테디 샐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대를 넘어서서 사랑받는 시대를 초월한 책이란 의미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 mile stone 마다 점점 더 깊은 의미로 다가서는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제 삶의 모퉁이 모퉁이 마다 함께 해 주는 책입니다.
어릴때는 그저, <준다>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졌었죠. 그래서 나무가 꼭 엄마처럼 느껴졌어요. 나무의 목소리에서 늘 엄마를 느꼈지요. 끝없이 내게 줄 것을 만들어 내는 엄마의 손. 그리고 엄마의 가슴. 그런데 막상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아.. 나무같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됩니다...
대학시절엔 <존재>라는 것에 초점이 갔었죠. 뭔가 줄 것이 있다 없다라는 물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나를 다 가지도록’ 허락하는 마음의 상태에두요. 그때 그때 너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소유의 이동보다, <나>라는 존재를 <너>라는 존재에게 던지는 삶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렸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소년의 엄마가 된 생활에 익숙해진 이즈음. 저는 ‘하나 하나’나를 떼어 내어주던 시간적이고 부분적인 <줌>을 <동시에> 해야함을 느낍니다. 사랑고픈 아들에겐 얼른 내 가슴의 사과를 먹여주어야 하고, 세상살이에 지쳐 맥 빠져하는 신랑이 들어오면 두둥실 보트가 되어 속세?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합니다. 남자의 속성이 그렇듯, 곁에 있는 나보다 좇아가야 할 목표가 많은 신랑이지만 지친 발을 끌고 내 앞에 올때는 그저 쉬어가라고 밑둥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접하면서 이제 이 책을 그리 빠르게 읽지는 못하겠어요. 공백이 주는 여운과 어휘속에 스며든 인생의 냄새까지 천천히 느끼게 되는군요. 아이가 올려다보던 나무, 아이가 들고가던 나무, 그리고 아이가 앉아있는 나무.. 15초짜리 CF에 길들여져 있던 제 두눈이 스르르 감겨집니다. 외워버릴 수도 있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마음으로 읽어가려구요. 불혹을 지나 환갑 잔치를 할 무렵에라도, 내 사랑에 <뿌리>가 있음으로 인해 <살아있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