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분만 더 놀면 안 돼요? - 소중한 나의 시간 알차게 보내기 처음부터 제대로 6
은희 지음, 김종민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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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제가 유난히 바빴어요. 방송대 유아교육과 출석수업을 3과목이나 들어야 했고(일요일 하루 종일 줌, 평일에도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10시까지 줌, 물론 그 이후에 과제;ㅁ;...),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논어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업무 중에 독서모임에 두 개나 참여하게(?) 됐거든요. 누가 하란 것도 아닌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었고- 그러다 보니 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발동해 코피까지 쏟아가며 겨우겨우 한 주를 보냈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는 조금 소홀해졌어요. (방송대 출석수업 중에는 카메라 앞에 계속 앉아있어야 했기 때문에ㅠㅠ 게다가 발표와 피드백이 오고 가니 안 들을 수도 없고요) 일주일 동안 엄마와 찐한 놀이를 못한 아이가 기어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딱 5분만 놀면 안 돼요?"


그러고는 이 책을 집어옵니다. 아마도 제목을 보고 고른 것이겠죠. 엄마 아빠에게 5분만 같이 놀아달라 부탁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ㅎㅎㅎ). 이 책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은 어떻게 하면 나의 일과를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자투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시간'과 '시각'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귀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지 함께 고민하는 내용도 있고요. ... 꽤나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흘려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은 저는 아이보다 먼저 뜨끔하더라고요. 특히 휴대전화에 빠져 있던 시간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고(왜 자꾸 알고리즘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걸까요 u_u), '정리'하는 것이 시간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데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뭔가를 찾느라 보내는 시간도 꽤 많았거든요)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본인의 하루에 대해 오밀조밀하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아직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꼬맹이라, 굉장히 주관적인 시간 이야기였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면 후다다다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게 조금 힘들다든지, 어린이집에서는 '손 씻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특별활동하는 시간' 등 여러 가지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이 되면 모두들 하던 놀이를 정리하고 약속된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었죠. 아이가 주체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하원해서부터 엄마가 퇴근해 집에 오기까지'의 시간에는 날씨와 본인 컨디션에 따라 책을 읽기도 하고, 놀이터에 나가 논다고도 했어요. 그러면서 같은 오늘을 살면서도 모두 각기 다른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하루를 어떻게 채워가는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요. 나의 좋음으로 순간순간을 채워나가면, 나의 하루가 맑아지고- 그 하루들이 쌓여 나만의 삶의 궤적이 그려지는 거겠죠.




"5분만 놀자아!"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나'의 하루도 충실히, 엄마로서의 하루도 충실히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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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 뭐 어때? - 올바른 공공장소예절 지키기 처음부터 제대로 3
이지현 지음, 서현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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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토요일! 가영이는 엄마와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아빠 회사 근처에 있는 극장에 가기로 했죠. 엄마와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볼 생각을 하니 가영이는 신이 났어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또 극장에서- 가영이와 엄마의 표정이 자꾸만 일그러져요. 가영이와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책 <나 하나쯤 뭐 어때?>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공공장소 예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 내려가지 않는 것,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것(신문을 펼쳐서 읽는다거나 다리를 쫙 벌린다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 예매한 자기 자리에 앉는 것, 앞 좌석을 발로 차지 않는 것- 등등은 두말하기 입 아픈 기본적인 '공공장소 예절'이죠. 아마 이게 시험이었다면, 모두들 100점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같은 문항을 체크리스트로 두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행동을 살폈을 때도 과연 그럴까요? '에이, 이 정도는 괜찮잖아', '잠깐인데 뭐', '이건 정말 급한 전화라...' 등등의 이유로 당연히 지켜야 할 공공장소 예절들을 지키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새삼 반성하게 되었어요.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오늘날의 우리가 지켜야 할 공공장소 예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어요. 아이가 꽤 어릴 때부터 '위험한 것, 더러운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만은 안된다고 세뇌(?) 시켰던 덕에 아이는 금세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더라고요. 그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주고, 책에 나오지 않는 공공장소 예절을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아이는 금세 '코로나'를 떠올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잘 쓰는 것,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을 때는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지 않는 것, 음식을 먹고 있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 또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까지도요. 이제야 전 국민이 마스크에 꽤나 익숙해졌지만, 코로나 초기에는 아이들보다 외려 어른들이 마스크 착용을 더 견디기 어려워했다는 것을 새삼 상기하게 됐어요. 



또, 도서관 책은 깨끗하게 보고 반납기한을 잘 지켜 반납하는 것, 신호를 잘 지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마트에서 줄을 잘 서는 것 등등도 얘기해 주어 아이 시선에서 '공공장소 예절'이 무엇이고, 어른들이 무엇에 둔해졌는지를 돌아보게도 되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혹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며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공공장소 예절'은 너무나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우리 사회의 약속이죠. 하나하나 나열하고 보면 지키기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너무 쉽기 때문에, 또 너무 쉽게 어겨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작은 약속 하나하나를 지켜가는 일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일일 거예요.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으로,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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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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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라는 제목 아래,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남자인 자신을 이야기하려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했던지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세상에 성 소수자임을 밝힌 그는 본인의 성정체성만으로 '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얼핏 평범한 하루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의 파동은 우리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소수자이므로, 다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과 행동 사이에서 시시 때때로 움츠러든다. 그들이 꼭 그에게 무엇을 해서가 아니다. 소수자라는 건, 그렇게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작아지게 한다.



어느 그룹에서나 다수자들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건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종의 약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에 섞여 살아가는 소수자들은 그 당연한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오해받은 채로 왜곡되고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누군가는 그 또한 흔쾌히 수락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로서 존중받고 싶다. 문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하는 게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한 노력을 넘어 목숨을 걸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일반적인 이성애자'로 치환되어 사는 게 더 편하고 스스로도 그걸 원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170쪽)



그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이성애자인척 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동성애자라는 건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드러나지 않는 편이니까. 실로 그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있었다. 애써 야한 동영상을 보며 흥분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의 문제란, 노력만으로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는 '노력'의 종류를 바꾸기로 했다. 자신을 숨기려는 노력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한 노력'이다.



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저 아득한 심연처럼 막막하고 위험천만해 보였다. 옆집 이웃에게 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꿈꾸고 있으며 자식 대신 고양이를 키울 거라 말하는 것, 내가 다닐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세상이 나를 속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끝이 보이지 않는 버거운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83쪽)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은 나를 계속 도망치게 만드는 나태의 도구일지도 모른다'고도 썼다. 그게 진짜 슬펐다. 세상 그 누구도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 자 없겠지만- '누가 나를 봐주겠어...'하는 자들을 더 많이 돌아보고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건 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고도. 정치가 소수자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국민된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보내야 할 때다. 누구라도 나를 속이지 않고, 그저 나인채로 '안전하게' 이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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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스키 탈 수 있니?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5
레이먼드 앤트로버스 지음, 폴리 던바 그림, 김지혜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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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둘, 셋, 넷, 다섯. 마음속으로 다섯을 세면 어느새 아빠가 성큼! 아기 곰은 씩씩하게 일어났어요. 아침을 먹으며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데 스키 타는 사람이 나왔죠. 아빠는 아기 곰에게 뭐라고 말했어요. "너 스키 탈 수 있니?"라고 묻는 것 같았죠. 제대로 들었을까요? 아기 곰은 어깨를 으쓱했어요. 학교 가는 길에는 친구를 만났어요. 눈이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친구의 인사는 듣지 못했어요.



그때 아빠가 다시 물었어요. "너 스키 탈 수 있니?"


정말 나한테 묻는 거 맞나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네, 맞아요. 이 그림책 <너 스키 탈 수 있니?>의 주인공 아기 곰은 잘 들리지 않아요. 아빠가 다가오는 것도 바닥이 울리는 진동으로 알아챈 것이고, 선생님의 목소리도 선생님이 굴리는 발을 보고 짐작할 뿐이죠. 하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요. 친구들이 모두 웃을 때도, 왜 웃는지 알 수 없어요.



아빠는 아기 곰을 '청능사'에게 데려갑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오디오그램이라는 종이로 얼마나 들을 수 있는지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아기 곰 눈에 그 종이가 마치 산비탈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그림 같았나 봐요. 심각해진 아빠 얼굴과는 달리 아기 곰은 신나 보이죠? 그리고 얼마 안있어, 귀 모양으로 생긴 기계를 받았어요. 보청기가 생긴 거예요! 아기 곰은 비로소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은 단 한 번도 아기 곰을 '장애인'이라거나 '농아'라고 표현하지 않아요. 직접적으로 '안 들린다'라고도 하지 않죠. 그래서 처음 두어 장까지는 아기 곰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러다 점점 '엇, 뭔가 이상한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가는 길에서는 '혹시 아빠가 말을 할 수 없거나, 들리지 않는 걸까?'하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이어지는 수업 장면에서 아기 곰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들리지 않는다는 건, 일상에서 꽤나 큰 불편일 텐데- 그걸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만큼 아기곰은 참 씩씩했어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보청기가 아기 곰에게 열어준 세상이 '조금 더' 편안한 생활이라는 점이요. 보청기가 없을 때도, 조금 불편했을 뿐 괜찮았다고요.



다시, 표지를 보니 아기 곰이 보청기를 끼고 있네요.


분명 표지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왜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어쩌면 우리,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이고, 들리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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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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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예란은 다시는 못 걷게 될 것 같아요.”


엄마의 목소리는 슬펐어요. 하지만 종일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또 블록 쌓기를 하는 예란의 일상은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어스름 녘이 되면 어스름 나라에 사는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오거든요. (사람들이 허깨비 나라라고 하는 바로 그 나라, 맞아요!) 이 그림책은 백합 줄기 아저씨가 처음으로 예란을 데리러 온 날의 이야기에요. 그 날은 엄마가 ‘아무래도 예란은 다시는 못 걷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 바로 그날이었어요.


예란의 집은 삼 층에 있었고, 창문이 잠겨 있었는데도- 아저씨는 곧장 창문으로 들어왔어요. 바둑판무늬 외투를 입고, 머리에 높다란 검정 모자를 쓴, 아주 작은 남자였죠. 그는 스스로를 ‘백합 줄기’라고 소개했어요. 혹시 어스름 나라에 가고싶다면 데려가 주겠다고요. 다리가 아픈것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니- 예란은 곧장 따라나섰지요.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집니다. 하늘을 날게 되기도 하고, 사탕이 열린 나무도 만났어요. 전차를 운전하기도 했는데, 전차가 철로를 벗어나도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동물원에서는 레몬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아기 곰을 만나기도 했고, 아주 자유로운 사슴을 만나기도 했지요. 예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을거에요. 그럴 때마다 백합 줄기 아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이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어스름 나라에서 돌아온 예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대에 앉아 있어요. 하지만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지요. 걷지 못하게 된 슬픔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어스름 나라에 갈 수 있게 된거라면 예란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불을 밝힌 도시의 전경을 보며, 예란의 ‘어스름 나라’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어스름 나라’는 과연 어디일까, 예란에게 ‘어스름 나라’는 어떤 곳일까-하는 것부터, 나를 침대에 묶어두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필요한 ‘어스름 나라’는 어떤 곳일까, 하는 것까지요. 그러다 문득- 예란에게 백합 줄기 아저씨가 온 것이 우연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란이 어스름 녘을 기다리며 펼친 책 때문이겠지요. 만약 예란이 책을 펼쳐들지 않았더라면, 어스름 나라는 그의 삶에 끼어들지 못했을거예요. 걸을 수 없고, 움직이고 싶을 때 곧장 도와줄 사람도 없는 예란에게 삶은 어쩌면 절망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아이는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 작은 움직임이 그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같은 맥락에서 프리다 칼로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어스름 나라는, 곧 예란에서부터 시작된것. 날 수 있게 된 것도, 상상하는 모든 일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도요. 다시, 표지를 마주하며 예란과 백합 줄기 아저씨의 여정을 바라봅니다. 그들의 매일이 새롭기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신나는 모험을 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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