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스키 탈 수 있니?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5
레이먼드 앤트로버스 지음, 폴리 던바 그림, 김지혜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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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둘, 셋, 넷, 다섯. 마음속으로 다섯을 세면 어느새 아빠가 성큼! 아기 곰은 씩씩하게 일어났어요. 아침을 먹으며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데 스키 타는 사람이 나왔죠. 아빠는 아기 곰에게 뭐라고 말했어요. "너 스키 탈 수 있니?"라고 묻는 것 같았죠. 제대로 들었을까요? 아기 곰은 어깨를 으쓱했어요. 학교 가는 길에는 친구를 만났어요. 눈이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친구의 인사는 듣지 못했어요.



그때 아빠가 다시 물었어요. "너 스키 탈 수 있니?"


정말 나한테 묻는 거 맞나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네, 맞아요. 이 그림책 <너 스키 탈 수 있니?>의 주인공 아기 곰은 잘 들리지 않아요. 아빠가 다가오는 것도 바닥이 울리는 진동으로 알아챈 것이고, 선생님의 목소리도 선생님이 굴리는 발을 보고 짐작할 뿐이죠. 하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요. 친구들이 모두 웃을 때도, 왜 웃는지 알 수 없어요.



아빠는 아기 곰을 '청능사'에게 데려갑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오디오그램이라는 종이로 얼마나 들을 수 있는지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아기 곰 눈에 그 종이가 마치 산비탈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그림 같았나 봐요. 심각해진 아빠 얼굴과는 달리 아기 곰은 신나 보이죠? 그리고 얼마 안있어, 귀 모양으로 생긴 기계를 받았어요. 보청기가 생긴 거예요! 아기 곰은 비로소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은 단 한 번도 아기 곰을 '장애인'이라거나 '농아'라고 표현하지 않아요. 직접적으로 '안 들린다'라고도 하지 않죠. 그래서 처음 두어 장까지는 아기 곰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러다 점점 '엇, 뭔가 이상한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가는 길에서는 '혹시 아빠가 말을 할 수 없거나, 들리지 않는 걸까?'하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이어지는 수업 장면에서 아기 곰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들리지 않는다는 건, 일상에서 꽤나 큰 불편일 텐데- 그걸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만큼 아기곰은 참 씩씩했어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 점이 참 좋았습니다. 보청기가 아기 곰에게 열어준 세상이 '조금 더' 편안한 생활이라는 점이요. 보청기가 없을 때도, 조금 불편했을 뿐 괜찮았다고요.



다시, 표지를 보니 아기 곰이 보청기를 끼고 있네요.


분명 표지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왜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어쩌면 우리,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이고, 들리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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