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력적인 친구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의 중심이 되는 쉽고도 놀라운 방법
김상중 지음 / 치읓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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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기계발서라기보단 ‘매력적인 사람’을 주제로 쓴 에세이 같다. 저자가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지도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살아보니 이러하더라, 내가 해보니까 좋았으니 너도 해보면 어때?’라고 말을 거는 책이라는 뜻이다.

 

 [이 매력적인 친구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목이 무척이나 긴 덕분에 이 책의 표지를 몇 번씩이나 거듭해서 본 지금까지도 나는 이 책의 제목이 헷갈린다. 표지를 보지 않으면 정확한 제목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이 책의 주제만큼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는 시종일관 이 주제에 충실하다.

 

 언젠가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리더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시민 작가 본인은 매우 분석적인데 이런 성격은 리더가 못 된단다. 분석에 능한 사람은 2인자가 적합하다고 웃으며 리더는 분석 능력 같은 이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기억이 정확하지 않음주의, 분명 저 표현이 아니었는데 내 머릿속 타자기가 제멋대로 편집해서 저 내용이 되어 버렸네). 나는 유작가가 언급했던 저 리더의 자질을 매력이라는 말로 풀이한다. 카리스마니 아우라니 비슷한 말들이 많지만 가장 결정적인 단어는 단연코 저 매력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매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인기 좋은 사람이 되려면 이렇게 하라, 는 팁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본문을 읽어나가면 저자가 매력적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무게가 ‘매력’ 그 자체 보다는 ‘사람’에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여타의 책에 비해 이 책이 더 매력적인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저자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비법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선두에 ‘배려’를 놓았다.

 

 매력과 배려가 다르지 않은 면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152쪽에서 결정적으로 나온다. 사람을 만날 때 미리 장소를 확인하고 대상을 만나기 전 나의 모습을 점검하고 혹시라도 상대의 건강에 악영향 줄 수 있는 요소도 제거하고,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어 인사하라는 등 10가지 준비 자세는 어떤 사람에게 대입해봐도 매력적이다. 썸남이 이래도, 친구가 이래도, 직장 후배나 상사가 이래도, 하다못해 어떤 계기로 내가 무척 싫어하게 된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해도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겠구나 싶다.

 

 배려를 예의의 선상에서 놓고 보면 다소 따분하고 답답해 보이는 인상도 준다. 하지만 배려를 매력의 선상에서 놓고 보면 ‘배려’의 가치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듯하다.

 

 매력 있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세워주는 책이다.


처세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당연한 듯 여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는 처세술이 직장생활의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일에 습관처럼 익숙해지는 겁니다. 호랑이의 위세와 같은 배경을 이용하는 여우의 처세술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자기 배경만 믿고 무례하고 교만하게 처세술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사람들에게 인기만 얻는 사람이 되려고 순간의 처세술에 의존하여 자신의 매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41쪽

칭찬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타인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한 사람이 있습니다. 타인을 칭찬하면 자신의 위치가 낮아질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인간은 타인을 칭찬함으로서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상대방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이 됩니다"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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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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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히든 피겨스]를 자주 본다.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거듭 보는 나는 이 영화 역시 기분 내킬 때마다 보는 중이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부분 중 하나는 ‘수학’의 존재다. 캐서린이 가진 능력은 단순한 연산력이 아니었다. 체감할 수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그래서 미지 혹은 허구나 다름없는 공간을 ‘수’로 규명해내는 능력, 그건 수학의 영역이었다.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과학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수학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다. 수학은 항상 거기 있었지만 그걸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서문에서 저자 김민형 박사는 몇 세기 전에는 수학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개념을 지금 우리는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뉴스로 강우량 몇 퍼센트를 확인하는 일이 그렇게 놀라운 일인 줄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김민형 박사는 우리들의 일상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수학을 상기시키며 지금 우리가 어려워하는 수학적 문제들도 언젠가는 상식이 될거라고 썼다. 아하, 정말?

 

 이 글을 쓰면서 고백하건데 나는 이 책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 100%는 무슨, 50%나 될까 모르겠다. 생활로서의 수학은 나의 삶 속에 이미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건만, 학문으로서의 수학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별 같은 존재. 저자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 어렵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내용이라는 이유로 읽기를 포기하기엔 이 책이 너무 아깝다.

 

 김민형 박사가 강연을 듣는 사람들 (이 책은 김민형 박사가 1년 여 동안 강연한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엮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수학은 무엇인가’. 이 두 마디의 간단한 주제는 사실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모른다. 나 같은 경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수학이 뭔지 전혀 알고 싶지 않다. 아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랬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추상을 체계적으로,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수학이라는 것. 그러면서 서서히 수학에 대해 하나도 관심이 없던 나조차 탐구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밖에 없는 주제들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확률론의 선악을 규명하는 내용, 수학은 발명되었는가 발견되었는가 등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4강과 5강이었는데, 이 부분은 심지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도 엄청 재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 거기 존재하는 추상과 정신 세계, 예를 들면 ‘호감’의 정도 같은 것들을 정밀하게 또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실용적인지 이 책을 통해 똑똑히 배우게 된다.

 

 아직 이 책에 선사하는 수학의 풍요로움에 제대로 미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병철 번역가가 이 책에서 인용한 결정적 문장들에 깊이 공감한다.

‘직관에 의존해도 세상을 무난하게 살아갈 수있다, 그러나 직관에 약간의 수학적 사고를 첨가하면 물리적 세계의 아름다운 속성이 들어나고,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진다.’
 

‘직관에 의존해도 세상을 무난하게 살아갈 수있다, 그러나 직관에 약간의 수학적 사고를 첨가하면 물리적 세계의 아름다운 속성이 들어나고,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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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1 -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 ㅣ 공작 1
김당 지음 / 이룸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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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혹은 공작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컸다. 아주 어릴 때는 몰랐지만 자라면서는 어느 정도 가늠했고 아주 커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간첩이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에 현존하는 아주 현실적인 존재라는 것을. 적어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간첩이니 스파이니 공작원이니 하는 사람들은 허구일 수가 없다. 공작원들이 일상 속에서 일반인들과 뒤섞여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목적을 은밀히 달성해가는, 영화에서만 있을 것 같은 일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그곳이 바로 여기 한반도다.

 

어릴 때는 간첩 신고 찌라시를 자주 보았다. 간첩 신고는 000번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광고판이나 스티커도 길거리에 많았다. 실제로 간첩들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차곡차곡 살아오면서 나는 정작 간첩들이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공작을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하긴, 내가 그렇게 쉽게 공작 내용을 알 수 있다면 이미 간첩 활동이라고 할 수 없겠지.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한반도의 현실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증언을 책으로 만났다. 실제 공작 활동을 하다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했던 공작원 흑금성은 수감 기간 동안 자신의 활동을 생생하게 적어 수기로 남겼다.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기자는 그의 수기를 바탕으로 이 책 [공작]을 썼다.

 책은 저자 김당이 흑금성과 최초로 접촉하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절대로 서두르거나 격앙되지 않고, 차분하게 흑금성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흑금성의 성장과정과 그가 어떻게 공작원으로 일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 그리고 그가 북한까지 건너가 무엇을 진행했는지를 차례차례 이어간다.

 

 윤종빈 감독의 영과 [공작]의 개봉 즈음에 맞추어 이 책이 출간되었다 보니 이 책에는 영화 감독의 인터뷰나 영화에서 흑금성 역할을 맡은 황정민 씨와 찍은 사진 등 서비스 컷들이 실려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영화 내용의 원작 혹은 모티프로만 선전될 책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우리가 거쳐 온 정권들의 물밑에서 북한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우리가 뉴스와 기사로만 접했던 당시의 이슈들의 실상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믿을만한 증언들이 이 책에 있다. 첩보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이 우리가 살아온 우리 역사의 실재라는 걸 낱낱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99%의 사실과 1%의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이중스파이는 언제든지 남과 북 양측에서 버림받기에 십상인 ‘극한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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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
김지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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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다!’
뭐라고? 내 몸값이 햄버거 하나 밖에 안 된다고?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 책, 제목부터 수상하다. (심지어 사람도 아니고) 침팬지가 햄버거를 내려다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 표지의 책을 낸 저자 김지헌의 전문 분야는 브랜드 심리학. 브랜드 전략이나 온라인 판촉 전략, 마케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다. 인지·사회 심리학을 근간으로 한 소비자 행동 연구에 힘써온 저자의 배경을 생각하면 이 책의 제목이 타겟으로 삼은 바가 무엇인지 쉽게 가늠이 된다.

 

 ‘인간은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착각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누가 인간더러 합리적이라고 하는가? 차라리 개미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 이성이기 보다는 감성이다. 뇌에서 감정을 인지하는 영역을 제거하고 난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에 장애가 생겼다는 연구(출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구나....)가 보여주는 건, 인간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김지헌 교수는 이 책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소비자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핵심 코드를 설명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이 책은 소셜미디어를 이렇게 활용하라는 가이드가 아니라 이 시대의 소비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선택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썼다고 했다. 어떻게 소셜미디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이윤을 낼까에 대한 고민 이전에 사람 즉 소비자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표피는 푸르지만 내부는 붉은 수박처럼, 소셜미디어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 눈으로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는 그 안에서 쉴새없이 움직이고 요동치는 ‘사람’의 선택과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비단 이 분야 뿐만 아니라 언제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저자는 소비자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코드로 공감, 공유, 공명, 공생, 공정을 제시한다고 이 책을 소개한 후 각 주제의 챕터에서 충실하게 설명을 풀어간다. 서두에서 먼저 이 책의 내용 이해가 쉽도록 큰 주제를 제시하고 흐름에 따라 독자를 유연하게 이끌어간다. 소비자가 읽는 소비자의 행동 유형에 대한 글인데, 거부감이 들거나 난해한 부분은 전혀 없고 전체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흥미와 재미가 유지된 채로 다 읽었다. 인지 심리학과 소비 심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의 관찰과 분석이 영민하고 그걸 풀어낸 글솜씨는 명쾌하다.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여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다. 나와 우리가 무엇에 공명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생이 모두에게 좋은지를 마케팅 분야를 통하여 확인하고 겉다르고 속다른 기업을 판별하거나 위기관리 방법을 엿보는 등 다각도로 유익한 내용들로 알차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공통의 관심을 가진 이들의 온라인 공통체를 의미하는 ‘디지털 클라우드’가 넘쳐난다. 자신들의 욕구를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외면하는 이들은, 누군가가 관심을 끄는 주제를 제안할 경우 언제라도 조건 없이 결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 브랜드가 모래알처럼 흩어진 집단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즉 공명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이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할 경우, 대규모 집단이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의 혁신 과정에서 중심에 설 수있다. 가령 브랜드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이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를 찾아 이슈화하거나,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상황적 제약으로 누구도 나서지 못해 불편한 진실로 남겨진 주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함께 해결해나갈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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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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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를 많이 사본 사람들은 안다. 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잡지 표지모델로 이름 없는 사람, 이도 저도 아닌 사람, 눈길을 끌지 못하는 사람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기획상 일부러 이름 없는 범인을 쓰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획이 특별한 경우다. 표지모델은 당대의 가장 핫한 인물들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잡지의 표지가 모델만 신경쓰는 건 아니다. 가장 흥미로울 기사를 가장 눈에 띄게 배치하고 소비자 혹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주제(키워드)를 곳곳에 넣어 어떻게든 이 잡지를 구입하지 않고서는 혹은 들춰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잡지!

 

 잡지 중의 잡지라고 할만한, 그야말로 진짜 잡지가 나타났다. 그래서 서론이 길었다. 내가 요 근래 봤던 여러 책 중에 이 책은 단연코 가장 대단한 표지를 가진 책이다. 썰을 푸는 모양새가 단연 압권이다. 어떻게 이런 잡지를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을까?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을 오목조목 정리하여 구성지게 실은 이 책 [조선의 잡지]는 표지부터 완벽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특히나 나를 깔깔거리게 만든 건 뒷표지였는데, 몇 번을 봐도 재밌다.


 조선 후기 생활사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거라곤 사극에서 곁가지로 본 게 전부다. 이덕무나 연암 같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에 매료되어 그들에 대한 혹은 그들이 쓴 서적을 읽어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상이나 이론, 글쓰기 같은 지식 분야에 대한 것을 알게 될 따름이지 그들의 생활이 어떠했다는 것까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조선 후기 생활사에 대한 소감을 저런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선 후기란 멀리서 보면 신비롭고 가까이서 보면 그냥 똑같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저자 진경환 교수는 조선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경도잡지]를 뼈대 삼아 조선의 생활상을 낱낱이 취재하여 [조선의 잡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18~19세기는 근대로 들어서는 큰 변화의 시대였다. 시대가 급변했다는 의미는 사람과 그 생활상이 급변했다는 뜻이다. 조선의 수도를 주름잡았던 양반님네들의 생활상, 당시 변화의 맥을 짚어보는 것은 꽤 유쾌하고 재미있다. 왜냐하면 그 변화의 맥이라는 게 무슨 고려에서 조선으로 국호가 바뀌고 왕의 씨가 바뀌는 엄청 거대한 스케일이 아니라 애완동물로 비둘기를 기르거나, 밥상에 호박이 반찬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거나 하는 소소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잡지]는 조선시대의 원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빚은 오류들을 바로잡고 크게는 의식주, 조금 더 세밀하게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입고 먹고 마시며 혼인하고 살림하고 놀고 즐기고 키우고 장사하고 노름하였는지 담아냈다. 책의 목차만 봐도 웃음이 나는 게, 당시의 생활상을 얼마나 나노단위로 들여다보았는지 노름하던 내용까지 실었다. 이렇게 당돌하고 웃기는 역사서를 봤나. 책을 읽으며 조선 후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것들의 흔적을 여러 번 접하며 번번이 큰 아쉬움을 느꼈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조선 산지마다 다양했던 전통술이다. 서울은 삼해주, 경기에는 문배주 등등 지역마다 저토록 많은 술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마셔볼 수 없다니 아쉬움이 크다.

 

 대부분의 책이 비슷하게,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은 특히 더 그러한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의 개념을 바로 잡아주어 아주 고맙다. 결혼이냐, 혼인이냐. 이 부분에서 혼과 인이라는 글자를 설명하여 결혼보다는 혼인이라는 단어가 남녀의 결합에 적합하다고 설명해주는 내용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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