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작 1 -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 ㅣ 공작 1
김당 지음 / 이룸나무 / 2018년 7월
평점 :
간첩 혹은 공작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컸다. 아주 어릴 때는 몰랐지만 자라면서는 어느 정도 가늠했고 아주 커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간첩이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에 현존하는 아주 현실적인 존재라는 것을. 적어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간첩이니 스파이니 공작원이니 하는 사람들은 허구일 수가 없다. 공작원들이 일상 속에서 일반인들과 뒤섞여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목적을 은밀히 달성해가는, 영화에서만 있을 것 같은 일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그곳이 바로 여기 한반도다.
어릴 때는 간첩 신고 찌라시를 자주 보았다. 간첩 신고는 000번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광고판이나 스티커도 길거리에 많았다. 실제로 간첩들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차곡차곡 살아오면서 나는 정작 간첩들이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공작을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하긴, 내가 그렇게 쉽게 공작 내용을 알 수 있다면 이미 간첩 활동이라고 할 수 없겠지.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한반도의 현실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증언을 책으로 만났다. 실제 공작 활동을 하다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했던 공작원 흑금성은 수감 기간 동안 자신의 활동을 생생하게 적어 수기로 남겼다.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기자는 그의 수기를 바탕으로 이 책 [공작]을 썼다.
책은 저자 김당이 흑금성과 최초로 접촉하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절대로 서두르거나 격앙되지 않고, 차분하게 흑금성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흑금성의 성장과정과 그가 어떻게 공작원으로 일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 그리고 그가 북한까지 건너가 무엇을 진행했는지를 차례차례 이어간다.
윤종빈 감독의 영과 [공작]의 개봉 즈음에 맞추어 이 책이 출간되었다 보니 이 책에는 영화 감독의 인터뷰나 영화에서 흑금성 역할을 맡은 황정민 씨와 찍은 사진 등 서비스 컷들이 실려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영화 내용의 원작 혹은 모티프로만 선전될 책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우리가 거쳐 온 정권들의 물밑에서 북한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우리가 뉴스와 기사로만 접했던 당시의 이슈들의 실상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믿을만한 증언들이 이 책에 있다. 첩보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이 우리가 살아온 우리 역사의 실재라는 걸 낱낱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99%의 사실과 1%의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이중스파이는 언제든지 남과 북 양측에서 버림받기에 십상인 ‘극한직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