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사고의 기술 - 늘 하던 대로 열심히만 했던 직장인을 위한 전략적 업무 처리의 모든 것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엮음, 김수진 옮김 / 프리렉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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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만 한다고 원하는 걸 얻게 되지는 않더라. 살면 살수록 점점 더 크게 느낀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운이 나빠서라거나 내 열정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열심히만’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나름대로, 재량껏 열심히 산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원하는 걸 얻고 누군가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 왜? 이 책 [전략적 사고의 기술]에서는 그 이유를 ‘전략의 부재’라고 꼬집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관련한 서적을 올해 꽤 자주 접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 대학원 소유의 경영학 월간지인데 단순한 학회지가 아니라 일반 기업 종사자들부터 경영을 공부하는 스터디그룹까지 폭넓은 층이 찾아 읽고 공부하는 잡지다. 

 하버드 비즈리스 리뷰에 게재된 여러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 [전략적 사고의 기술]이다.

 

 이 책은 무엇이 ‘전략’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 전략은 개인의 차원에서도, 조직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며 이 전략을 각각의 개인이 그리고 조직 전체가 어떻게 수립하고, 공유하고 실행해가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결정된다. 전략을 세우기 시작해서 실행하기까지, 개인의 차원에서도 조직의 차원에서도 의사 결정과 관리에 해당하는 다양한 단계가 진행된다. [전략적 사고의 기술]은 전략적 업무에 필요한 29개의 테마를 차례로 열거하며 독자를 유능하고 스마트한 전략가의 길로 이끈다. ‘조직의 전략을 이해하는 법’, ‘트레이드 오프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법’, ‘기업 비전을 팀원에게 전하는 법’등 비즈니스에 국한되는 테마들과, 거기서 더 나아가 일상에까지 확장시켜 적용해볼만한 ‘행동과 선택에 심사숙고 하는 법’, ‘적은 데이터로 의사결정력을 키우는 법’등 흥미로운 테마들이 함께 있다.

 

팀이 성공한다면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뚜렷한 아웃풋 이미지를 사람들이 말해주는가? 팀원들에게 성공하면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물어보면 그들이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는가? 전략적 사고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공을 들인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몇 가지 평가 기준을 놓고 상사를 안심시키는 일에 급급한 대신 실행 활동과 조직 내 행동, 사내 관계, 전략적 성과 차원에서 성공을 이끄는 요소가 진짜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성공이라는 강력한 비전에 맞춰 팀을 잘 정렬할수록 성공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
책 224쪽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그렇게 반문할 수 있다. ‘세상 사는 데 잔머리를 그렇게까지 굴려야 하나?’라고. 이런 의문이 든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전략적 사고가가 되었을 때에 내가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지를. 구체적인 성과가 가늠도 안 되고 상상도 안 된다면? 아마 그 명확하고 구체적인 아웃풋을 생각하는 것부터가 나 자신에게 필요한 ‘전략적 사고’의 첫 발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전략적 사고를 체계적이고 명료하게 만들어가는 데에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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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하루 한마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무노 다케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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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소한 이름의 저자다. 저자의 이름을 읽고 ‘일본 할아버지’라고 만들어진 첫 인상은, 저자의 이력을 읽고 난 후에는 크게 바뀐다. 전쟁 당시 신문 기자였던 저자는 당시에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껴 종전 날에 퇴사했다. 그리곤 낙향하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저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신문을 펴내고 공부 모임을 만들고 끊임없이 그와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연대하였다. 그는 종전 후 일본 사회에 이렇게 물었다. “전쟁은 누가 언제 시작하였는가, 난징 대학살과 종군 위안부 등 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일본이 침략한 중국과 한국에 대한 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일평생을 전쟁과 싸웠고, 사람들의 무지와 안일함과 무책임함과 나태함과 비열함과 무자비함에 대하여 싸웠다. 저자는 2016년 타계하였다.

 

 이 책은 그가 아직 살아 있을 적에, 그의 아들과 함께 다듬어 펴낸 책이라고 한다. 그는 글공부와 수련 차원에서 색지에 글을 한 구절씩 적어두었다. 짧고, 선명하고, 뚜렷하게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적어내고자 그렇게 틈틈이 써둔 것을 아들에게 주었다. 처음에는 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이 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회 생활을 한다면서 출타가 잦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은 아버지의 글을 통하여 점점 아버지와 교감하고 소통했다. 그리고 그 글귀들을 책이 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 한 구절씩이다. 이 책은 저자가 색지에 썼던 글귀 365편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비슷하게 겹치는 글귀들도 있고 한 편의 에세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장편도 있다. 대부분은 짧고 간략하고 명료하다. 그리고 엄격하다. 저자는 365편의 글귀에서 내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일, 한 인간 생명으로서 존재하는 일에 대한 가치과 무게를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2월 26일
금화가 산처럼 쌓여 있어도 지나간 시간은 그 누구도 살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은 그만큼 값비싸다. 특히 지금 진행 중인 현재는 과거보다 몇십 배, 몇백 배 비싼 가치를 지닌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그 시시각각의 현재를 공짜로 땅바닥에 흩뿌리고 있다. 그러면서 아까운 줄도 모른다.
39쪽

 

 

3월 6일
생명체 자체의 생명은 무엇일까? 생명의 출발부터 종료까지 생명 유지 활동을 이어나가고 연결하고 성장시켜나가는 바로 그 에너지가 아닐까? 내 나이가 현재 98세인데,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3만5,000일이 넘는다. 도중에 하루가 무너지거나 끊어지면 모든 게 그 순간 끝난다. 반대로 말하면 오늘까지 모든 하루하루의 생명 유지 활동이 3만5,000일에 이르도록 그 무게를 저마다 감당해왔다는 이야기다.
 “일평생 어떤 날이든 경시하지 않고 힘껏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 생명체의 생명이다.” 인생의 진리는 이토록 평범하다. 하지만 실로 무겁다.
44쪽

 

5월 30일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자문하고 이를 신경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일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확실하게 자답하는 것이다. 명확한 목적의식은 성취에 도움이 되는 방도를 명확하게 가르쳐준다.
89쪽

 

 

 내 인생에, 내가 살아가는 하루 한 시간 1초를 내가 책임을 진다는 것. 이것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에 인생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내가 발버둥쳐서 할 수 있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고 싶지 않아서, 무상 무념 무책임으로 일관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뭔가? 내가 뭐라도, 바늘 하나 만큼의 뭔가라도 해야 바늘 하나 만큼이라도 달라지는 법이다.

 인생을 인생답게, 생명의 가치와 무게에 충실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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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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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나는 저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주제가 있는 책이거든 먼저 책의 목차를 보라. 내가 끌리는 챕터 타이틀이 하나라도 있거든 일단 관심을 갖고 좀더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목차를 살펴본 다음에는 저자 설명을 읽어본다. 저자가 이전에 출간한 책들이 있다면 그 제목들을 천천히 읽어본다. 한 권이라도 마음에 드는 제목이 나타나면 오케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을 낸 저자 최경원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Good Design],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등의 책을 냈다. 그가 낸 책은 이것보다 좀 더 많지만 내가 이 두 가지 책 제목만 여기에 열거한 이유는 저 책 제목들이 마음에 들어서다.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좋아하는 그는 어린이 책에 그림도 그렸다고 한다.

 나처럼 저자의 이전 저서에 끌렸든, 아니면 그냥 이 책이 마음에 들었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꼭 저자의 머리말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저자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했던 이유, 이 책을 독자들이 읽고 얻기를 바라는 부분을 이렇게 적었다.


 역사는 리듬이고 흐름이며 주고받는 것이다. 새롭고 합리적일 것만 같던 서구 디자인도 이제는 그 효력을 잃고 있다. 아울러 낡고 비합리적이었던 것 같은 우리 역사가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역사는 그렇게 흐른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그것이다. 수많은 디자이너와 역사적인 디자인들로 꽉 채워져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정한 역사적 교훈과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5쪽 머리말 중에서


=건축과 디자인의 상관관계, 그 흐름과 특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관심있다면 추천. 특히 안도 타다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의 첫 번째 챕터를 보세요.

=여성과 패션의 상관관계, 특히 샤넬이라는 걸출한 인물로 보는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잘 설명했다. 샤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조차 재밌게 읽히는 책.

=일상과 인생과 삶과 디자인의 상관관계, 살아가는 시간을 편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저자의 식견과 분석이 돋보이는 내용

=21세기의 디자인, 현대의 디자인과 나에 대한 이야기. 철학과 디자인 그리고 사상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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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 - 종이 1장으로 팀을 움직이는 소통의 기술
마이크 필리우올로 지음, 고영훈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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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소모임을 나간 적이 있다. 소모임이 시작하는 첫 날, 그때의 미션은 ‘나를 한 장으로 쓰기’였다. ‘자기소개 해주세요~’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자기를 글로 써보라는 미션은 처음 받아본 나는 그때, 종이 한 장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를 느꼈다. 쓸 것은 많았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오늘 뭐를 먹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뭘 하고 어딜 가고 저녁엔 뭘 할건지를 써도 나에 대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별 의미없는, 다이어리에나 적을 법한 일정 따위를 적는 걸로 ‘나를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라는 사람의 생각, 내 가치관, 내 선택의 기준, 내 생각과 의식의 중심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굴려볼 때는 대충 쓸만하겠다 싶은데, 글자로 옮기려면 그때부터 복잡해진다. 실타래가 엉킨 채로 풀어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나는 나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다는 현실을.

 

 [1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은 나를 표현한 종이 한 장, 1page가 효과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의 시작이자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생각’이라는 건 참 묘하다. 분명 마음에, 머리 어딘가에 분명히!! 있는데, 이걸 정작 내 눈에도 보이고,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는 글로 표현하려고만 들면 다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냇가에서 피라미를 잡으려 이리저리 어망을 들이대보지만, 바위 틈으로 잽싸게 숨어버리는 탓에 눈으로는 그들의 흔적도 좇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이라는 게 잡으려 하면 그렇더라. 그래서 이 생각이 어느 정도 묵직하고, 부피감 있게 여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어망에 낚이는 것 같다.
 [1page 혁명,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은 어망에 낚일 정도로 생각이 여물고 숙성되도록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사고를 유도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명료하고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하도록 이끈다.

 

 모든 행동은 생각에서 기원한다. 모든 선택 역시 생각에서 잉태된다. 이미 우리의 생각 속에는 내 행동과 선택과 내 미래가 향하는 행로까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리더십은 노력이 필요할 뿐 실천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훌륭한 리더십의 비결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바라는 리더의 모습을 이해하기 쉽게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일부 독자들은 ‘아니야! 리더십은 실천이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이는 한 발 앞선 생각이다. 어떤 기준으로 실천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것인가? 명확한 리더십 철학이 없는 실천은 위험하다.
 물론 당신에게는 당신의 행동을 이끄는 고유한 신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념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이 책은 당신의 행동을 이끄는 신념을 분명히 정의하고 나타내는 과정을 안내한다.
12쪽

 

 

 이 책의 가장 첫 번째 타겟은 아마 기업 CEO같은, 어느 조직의 수장-리더를 대상으로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현지 리더의 위치에 있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란, 카리스마와 지휘력을 가지고 조직을 끌고 가는 장군의 유형이 아니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때로는 자신의 감정이나 약점까지 드러내면서 사람들과 공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그런 사람을 ‘리더’라고 썼으나, 나는 읽는 내내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 읽었다. 좋은 리더란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걸로. 혁신적인 리더가 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이 되라. 단,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는 이 책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자. 권위와 명령이 아닌, 소통과 공감으로 주변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리더이고, 진짜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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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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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은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곳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원래의 자연적 모습과 땅의 질감을 잃어버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납작해진 경관이다. 계획된 도심 주거지 건축이다. 평평한 운동장과 컴퓨터 게임 화면이다. 우리의 시각적 삶을 지배하는 픽셀 또는 프린트로 뒤덮인 평평한 정보의 표면이다. 평면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지형의 다양성에 대한 추상적이고 인공적인 공간의 승리이다. 평면의 일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차마 눈으로 보기 괴로울 수도 있다. 평면은 문명화의 상징이기도 하고, 살아 숨 쉬는 지구에 대한 인간의 불경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20-21쪽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 사는 지구는 둥근데 어째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들 속에는 네모가 가득하냐고 묻는 노래다. ‘네모난 아버지 지갑,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 네모난 학원’. 여기 등장하는 네모난 것들은 모두 인위적인 것, 그러니까 사람이 만든 것들이다. 자연적인 것의 정반대 측에 서 있는 것들이다. 


 B W 힉맨이 쓴 [평면의 역사]를 읽다보면 이 노래가 연상된다. 이 둥근 지구에, 바다의 수면은 둥글고, 산은 울퉁불퉁한 이 지구에서, 사람들은 평평하게 땅을 다져놓고 산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평면’이다. 바닥면, 벽면, 가구면. 하다못해 우리가 날마다 쓰는 스마트폰이나 신용카드의 기본 형태는 ‘평평하다’. 그렇게 꾸며놓고, 그런 평평한 것들로 도배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신체는 정작 평면이 없는데도 그러하다. 참 이상한 일이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평면’이 인공적인 공간이며 이 평면을 문명화의 상징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서 위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내가 쓰는 거의 모든 것들이 평평하지만, 정작 내 신체도, 내 생각도 평평하거나 밋밋한 구석은 없다는 현실 인식이 든 것이다.

 

 저자는 왜 인간은 자연계의 평면화에 그토록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와 왜 인간은 인공적으로 평평한 사물의 제조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이 두 가지 질문에 알맞은 답을 찾기 위하여 276페이지에 이르는 짧지 않은 여정을 안내한다. 단지, ‘평면’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공간 인식이 어느 지점으로부터 출발하여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이 추적의 단서로 동서양의 신화와 여러 역사 및 문화적 요소들을 그러모았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 신선한 인식을 준다는 면에서 이 책은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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