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 - 89년생이 말하는 세대차이 세대가치
박소영.이찬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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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생이 온다>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이 책도 추천한다. 어쩌면 이 책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가 좀 더 솔직하고 발칙할수도 있다. 이 책은 90년생으로 퉁쳐지는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가 자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어떤 세대는 ‘참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세대는 ‘솔직한 친구들’이라고 하기도 한다. 둘 다 맞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타자에게 솔직하려면 때로는 ‘말을 안 들어야’ 되더라고. 상대를 무안주려거나 일부러 그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기준 앞에서는 때로 ‘말 안 듣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더라도 할 말은 해야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 문제는 이것이다. ‘가치’.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의 두 저자, 박소영과 이찬은 밀레니얼 세대를 움직이는 것이 이 가치라고 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떤 세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뭐 그리 대단해서 그들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를 신경써야 하느냐고? 두 저자는 이런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변한다.

 

 

 200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의 어느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26퍼센트를 차지하며, 사회에 진출하여 노동 및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인원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조직에서 이들을 신경 써야 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16쪽

 

주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 세대에게 일을 시키는 건 만만치 않다.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대의나 조직이나 뭐 그런 걸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쓰였는가를 자각하고, 그것에 스스로 납득이 될 때 밀레니얼 세대는 움직인다. 그렇다고 남들의 조언 따윈 신경 안쓰는 마이웨이만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멘토를 찾고 갈망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이란 단순히 지시 사항을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목적에 합당하게 쓰였는가’와 연관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업무 분배를 할 때는 일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팀원 개개인의 역량 정도를 파악하여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을 배분해야 한다.
30쪽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책임과 권한만을 부여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임이 된다. 시키지 않아도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유능한 신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입사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업무에 대해 확실한 목표를 제시하거나, 넘어서는 안 될 선에 대한 안내나 정보는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상호합의하에서 움직여야 공통의 방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정확히 답변해주는 것이다.
163쪽

 


인류 역사 이래 세대 차이는 그 어떤 나라와 민족도 풀지 못한 숙제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의 세대 차이가 크게 이상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 세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알기 위하여,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하여 공부하지 않는다면 세대 차이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 분열의 가장 강력한 한 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불안한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하여, 지금 필요한 책,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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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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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이 안 좋아서 진료를 가면 가장 자주 듣는 진단이 이거다. '원인이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다'. 내 경험상, 두통이든 근육통이든 몸이 평소와 달리 군데군데 불편하거나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 병인을 확실하게 듣지는 못했다. 직업이 뭐냐고 묻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니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하라는 진단을 들으면 병원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가 그 정도로 대단히 강력한 것인가, 아니면 병인을 찾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로 퉁 치는 건가?'. 과학과 의학의 맹시가 포착해내지 못하는 신체의 변화를 밑도 끝도 없는 스트레스로 밀어붙이는 건 환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2. 남성 환자가 받는 진료와 여성 환자가 받는 진료가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왜냐면 남성 환자와 같이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립선 치료제라고 검색했을 때의 결과와 난소 치료제라고 검색했을 때의 결과가 매우 다르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전립선이라고만 쳐도 바로 전립선 치료제라고 검색어가 완성된다. 성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난소 질병의 경우 검색어 완성은 고사하고 검색 결과에 따라 나오는 정보의 양도 많지 않다. 물론 이건, 검색어를 넣는 유저의 규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이 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어보면 왜 위와 같은 정보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난소암은 증상도 없는 침묵의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소암 환자들이 통증이나 병증을 호소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난소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의사에게 호소해왔다. 의사들이 믿지 않았을 뿐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예민하기 때문에 히스테리거나, 심인성 질환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혹은 귀신에 들렸거나)

 

3. 이 책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 책의 추천인인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의 추천사는 이 책이 어떤 일을 해 냈는지를 알려준다. "저자인 뒤센베리는 우리가 막연하게 '여자라서 내 말을 안 믿어 주는구나'라고 가지고 있던 의심이 실제적인 차별로 존재했음을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연구들을 통해 증명해낸다. 여성 환자가 2/3인 알츠하이머 치매나 만성통증질환들은 정부 연구비나 재정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약물이나 의료기기는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나는지 정확히 모르며, 심장마비를 호소하는 환자 중 오진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환자는 여성이 남성의 7배에 이른다." (추천의 글 7쪽 중에서)

 

4.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고 나서 가장 강하게 드는 생각은 성차별이나 성평등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신체에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누구나,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서조차 무지하다.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를 기술하는 일조차 서툴다. 문제는 이것을 환자들만 인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누구보다 먼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의사들은 몸의 이상을 100% 진단할 수 없다. 그러니 그저 기분탓이나 스트레스탓으로 병인을 몰아서 환자가 유별나다거나 예민해서 그런 고통을 호소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 모두가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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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던지는 위험 - 예측 불가능한 소셜 리스크에 맞서는 생존 무기
콘돌리자 라이스.에이미 제가트 지음, 김용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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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위험’이 정치인들에게만 위협이 되는 시대는 갔다. 내가 자주 가는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리는 어떤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고 공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무심하면 안된다.’라고. 개인의 삶과 정치가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게 된 오늘날, 기업들은 물론 이름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조차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파동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개인의 날개짓이 기업이나 정치권의 어떤 악습이나 부조리한 것들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좋은 시대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파도에 떠밀려 내가 원치 않는 길로 들어서게 될지 모르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더 피곤한 시대가 되었다고 해야겠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다. 최근에 국무장관이 여성인 영화나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는데 아마 이런 콘텐츠가 쏟아질 수 있는 발판을 놓은 유력한 인물 중에 콘돌리자 라이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가 같은 대학 동료 교수인 에이미 제가트와 함께 책을 냈다. 에이미 제가트는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 책임자로도 일하고 있다. 정치적 위험과 그 영향, 인과 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눈이 밝은 두 사람이 정치적 위험에 대한 책을 냈으니 단연 출간되자마자 읽어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들은 ‘블랙피쉬 효과’를 설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부상한 새로운 정치 세력, 예상할 수 없는 유형의 위험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솔직히 나는 예상할수 없는 유형의 위험들에 대해서는 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위험 자체에 대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위험이 닥쳤을 때 내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이 책 [정치가 던지는 위험]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흐름을 읽어야 하고, 어떤 의견과 입장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정치가 던지는 위험]은 ‘모든 것이 정치’가 된 이 시대에 정치적 파도에 휩쓸려 끌려 다니고 싶지 않은 사람이 읽어볼 책이다. 소신과 주관은 고집하고 다르다. 고집은 싸움을 하게 만들지만, 소신과 주관은 선택을 하게 한다. 정치적 파도에 떠밀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고집만 부리다간 부러지거나 패대기쳐지기 십상이다. 위험을 파도 삼아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해보라는 조언이 이 책에 담겨 있으니, 글로벌한 차원에서 정치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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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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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 책을 받는 독자 열에 아홉은 (혹은 그 이상이) 하오 선생의 한국어판 서문을 읽으면서 징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흔히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뭔가 소독약 냄새와 광기와 불안한 눈빛들이 난무하는 그런 공간이 먼저 떠오르는데,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은 정신병원에 대한 이런 이미지들에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빛의 색을 불어넣는다.
 ‘당신도 버섯인가요?’ 이 한 마디에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아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저런 한 마디, 단 한 줄의 말일지 모른다. 당신도 나와 같냐는 물음. 그런 질문을 감히 던져볼 수 있을 만큼 안심과 확신을 주는 상대가 있다면, 그런 상대와 (보통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력 있는 정신 치료제가 아닐까 싶다.

 

 중국 웨이보 170만 팔로워를 자랑한다는 정신과 의사 하오선생의 이 책은 유쾌하다. 정신과 환자들의 이야기지만 심리학 서적이나 어떤 에세이라기 보다는 옛날 이야기 혹은 단편선을 읽는 것처럼 명랑하고 즐겁다. 물론 이야기의 주제나 사건들은 즐겁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너무나 살기가 힘들어서 병에 걸려 버렸다. 누군가는 간이 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장이 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맘이 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맘이 상해버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정신병이라고 부를만한 현상들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는 여러 가지 현명하고 효과적인 그리고 검증된 방법들을 동원하여 그 상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 책의 띠지에 적힌 한 마디가 눈물겹게 공감된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다. 이토록 말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니 상처를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지는 말자. 작은 스크래치에 대일밴드를 여러겹 얹어두면 도리어 탈이 나는 법이다.
 그렇다고 그런 스크래치를 방관하여 덧나게 하거나 흉을 지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삶은 결국 내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빛깔이 결정되는 거니까. 이왕이면 하오선생의 자세처럼 개그드립을 간직하며 진지하지만 명랑하게 살아가자. 

 


 정신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 환자는 매일 우산을 손에 들고 모퉁이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었죠. 그 이상한 행동은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재차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한 의사가 우산을 들도 환자를 따라 모퉁이에 쪼그려 앉았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쪼그려 앉아 있기를 한 달. 그 길고도 조용한 시간을 함께한 끝에 드디어 환자가 입을 열었다는군요.
 “저기... 당신도 버섯인가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이야기지만, 이건 그저 일부일 뿐. 뒷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환자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했죠.
 “네, 저도 버섯이에요.”
 그러고는 일어서서 한마디 더 건넸답니다.
 “전 이만 가야겠습니다.”
 그러자 환자가 물었습니다.
“당신도 버섯이라면서 어떻게 걸을 수가 있죠?”
“버섯도 걸을 수 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의사가 약을 꺼내 들었답니다.
 “전 약을 먹어야겟습니다.”
 “당신은 버섯이라면서 왜 약을 먹는 거죠?”
 “버섯도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환자는 의사를 따라 약을 먹었습니다. (중략)
 몇 달 후, 병원 치료에 내내 응하지 않던 ‘버섯’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할 수 있었답니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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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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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는 뭐고 연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아마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물음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다. 


 전경린 작가의 최근작 [이중 연인]의 표지는 마치 선으로 무심히 낙서를 해 놓은듯한 모양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이게 무슨 이미지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멀리서 표지 전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세 사람의 표정, 서로에게 향해 있으나 눈맞춤은 하지 않는 그들의 얼굴.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과 동시에 연애에 들어선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인 황경오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누구의 인생이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폐허인 거야. 무너진 잔해들로 가득한 폐허이지. 폐허를 덮기 위해 다시 뭔가를 하고, 또 하는 거야.”(책 131쪽) 우리의 연애도 그런 것일까. 가까이에서 보면 아무런 의미 없는 낙서 같은 순간들과 감정의 파편들이 멀리서 보면 자못 무시할 수 없는 선이 되어 우리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이 얼굴을 그리기 위하여, 우리는 다시 뭔가를 하고, 연인을 찾고, 또 연애를 하는 것인가 한다.

 

  [이중 연인]은 나무옆의자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열세 번째 작품으로 발간된 소설이다. 주인공 수완에게는 두 명의 연인이 생긴다. 한 명은 공기처럼 가벼운 이열, 또 다른 한 명은 사막의 모래처럼 뜨거운 황경오다.

 

이열은 무엇이든 가볍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인생에 무거운 건 없을 것 같았다. 황경오는 강렬하고 자극적이고 매력적이고, 이열은 담담하고 소소하고 편안했다.
143쪽

 

 그러려던 건 아니었다. 수완은 흔히 말하는 양다리를 걸치고 싶은 생각도, 그럴만한 맹랑함이나 기술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이열의 말처럼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보통 30대 중후반이 되면 남자든 여자든 문을 열어두는 데 인색해진다. 수완의 말처럼 열린 문으로 뭐가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러나 이열의 말이 마치 주문 같아서였을까. 수완은 문을 열어 두었고 두 남자와 연애를 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황경오하고도, 이열하고도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이건 아마 내가 아직 열린 문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 어쨌건, 막연한 호감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사람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자신의 싸움을 상대에게 미루는 덜 자란 남자도 나는 감당할 수 없다. 다만, 이 소설의 끝에 그것 하나는 정확하게 인지한다. 어떤 남자가 나에게 좋은 남자인 줄은 모르겠으나, 어떤 남자가 나에게 나쁜 남자인 줄은 알겠다.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서, 그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제 사랑을 배우며 서로의 폐허를 덮어 주고 시원의 맑은 얼굴을 건져 낼 수 있으면 좋겠다.
207쪽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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