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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ㅣ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올해 기업과 가계의 빚이 빛의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가계 빚의 경우 증가폭이 전 세계 주요 43개국 중 1위에 올랐다. 빚 위에 올린 일상. 너무나 아찔하고 위태로운 이 계절에 경제온도계는 아마 위험을 경고하는 선명한 빨간색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다.
경제의 지표는 체감하기 쉽다. 월급이 통장을 스치우는 회사원, 하루 벌어 하루를 견디는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경제 경고음을 듣는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경제 경고음 이상으로 강렬한 경고음을 울리는 지표가 또 하나 있다. 지구 환경과 에너지 지표가 그것이다.

‘지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대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이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지구사용법’에 문제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잘못된 지구사용법에 단단히 길들여 있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위기의 지구, 물러날 곳 없는 인간]에 수록된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 그래프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주어진 생태 자원보다 8배 이상을 소비하는 나라다. 들어올 월급은 고만고만한데 ‘오늘만 살자’는 욜로의 심정으로 펑펑 과소비를 한다는 뜻이다. 이러니 주어진 자원 이상으로 필요한 분량은 고스란히 빚이 된다. 우리는 지금 후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 후대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미리 앞당겨 다 소비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소비된 환경과 에너지는 오염된 환경, 멸종당한 생명체, 자원의 고갈 등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경제적 빚만 무서운 게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지구 환경과 에너지 빚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남성현 교수는 해양과학자다. 전 세계 각지의 바다를 60회 이상 탐사한 그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 가는 지구 환경의 원인과 해결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강명강 시리즈의 신간인 [위기의 지구, 물러날 곳 없는 인간]은 그간 저자가 관측하고 연구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를 회복시킬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자연적이 기후 변동성을 벗어나 평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평정’ 상태가 깨진 것에 있다. 국제층서위원회에서는 다른 지질시대와 구분되는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용어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오늘의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82쪽

남성현 교수는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를 데이터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지난 400년 동안 과학과 공학은 지극히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에서만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공멸을 향해 가고 있다.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쓰나미, 태풍, 지진 등 역대급 자연 재해를 우연한 천재지변이 아닌 지구환경 작동 원리로 분석하여 자연 재해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구환경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과 그러한 이해 위에서 공학적인 해결책과 사회과학적 방법들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구환경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고 대비한다면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은 재해가 아니라 서비스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이런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한다. 기후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스티븐 호킹은 이제 이런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며 200년 안으로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미래에도 현재의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하는 RCP8.5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은 약 0.6미터 상승할 것이고, 여러 가지 노력으로 인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키면 RCP2.6 시나리오에 따라 약 0.4 미터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해수면의 상승 정도는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인 RCP8.5의 전망치보다도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어쩌면 이 전망 또한 과소추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단지 온도 1도의 상승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이다. 빙하가 녹고, 평균 해수면이 상승하며, 해양생태계 전반이 위험에 처하는 등 자연의 평정을 깨뜨린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수정한 결과 맞이한 인류세적 사태인 것이다.
124쪽
하지만 떠나서 어디로 가려고? 온 우주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할 곳은 지구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이다. 남성현 교수는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에서 바로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기후변화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남 교수는 책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실질적인 재앙들을 설명한다. 그러나 설명은 재앙을 경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 남겨진 희망을 조망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그 희망은 어디에 있나? 바로 ‘바다’다.

결국 인간은 그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이곳에 분포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을 그대로 섭취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지진 해일로 유출된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문제 또한 이와 같다. 해양오염은 먹이사슬의 상위 단계로 갈수록 누적되어, 결국 생태계의 가장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모두 축적될 수밖에 없다.
162쪽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보다 훨씬 많은 산소가 사실은 바다로부터 오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특정 플랑크톤 종이 우리가 만들어낸 오염 물질의 독성 때문에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전 지구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즉 지구의 산소량이 급변할 정도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203쪽
바다는 미지다. 특히 심해를 관측할 정도의 기술을 인류가 갖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우주보다 더 접근하기 어려운 바다는 인류가 생존의 희망을 걸고 관측하고 보존해야 할 마지막 자원이다. 해양과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바다와 인류의 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왜 바다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해양을 향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책의 마무리를 읽다보면 독자 역시 마음이 뜨거워진다. 뜨거워진 지구의 온도를 내리려면 기술의 온도만큼이나 우리들의 관심과 마음의 온도 역시 뜨거워져야 한다는 걸 배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의 문제는 무지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우리의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일깨워준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5쪽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다. 한번쯤 읽으면 좋은 정도의 책이 아니라 ‘인생에서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들이 한 두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읽어야할 책이 있다.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를 논하는 책, 1년 아니 1달이라도 더 어릴 때 읽으면 이후의 인생이 달라지는 책.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그런 책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오늘 바로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지구에 함께 거주하는 인간의 운명을 논하는 책이고 우리는 모두 이 지구라는 별과 생존을 같이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의 문제는 무지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우리의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일깨워준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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