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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일 - 아이디어, 실행, 성과까지 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양은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기획자의 일] 책의 가장 첫 번째 챕터, 그러니까 들어가는 글에는 기획안 발표를 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있다. 기획안을 본 상사의 반응 나열인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주 주옥같다.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닌데.”
“좀 다른 거 없어?”
“한마디로 결론이 뭐야?”
“그건 당신 생각이고....”
“수고했어.”
기획안 발표하면서 들어본 낯익은 반응들이다. 대환장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의 대잔치, 아마 나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저런 반응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얼음!!!’이 되거나 척추에서 경추까지 순식간에 화가 솟구쳐 오르곤 했다. 완전 냉탕과 온탕을 오갔지. 경험이 좀 쌓이고 나니까 상사의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감정은 좀 다듬어졌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스킬마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건 아니다. 스킬은 노력하지 않으면 날렵해지지 않는다.
[기획자의 일]은 스킬을 가다듬고 싶은 회사원들을 위한 책이다. 양은우 저자도 머리말에 썼듯 ‘기획안 수정으로 날밤 새우는 모든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현실적인 조언에는 연륜이 필요하고 위로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연륜과 배려를 모두 장착한 저자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하우와 함께 일하는 데에 필요한 격려까지 이 한 권에 담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일 잘하는 사람은 000000] 책에서도 그랬지만 [기획자의 일]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일을 스마트하게 하려면 시야가 넓어야 한다. 문제는 ‘시야를 어떻게 넓힐 것인가??’다. 시야를 넓힌다는 건 생각을 넓힌다는 뜻인데, 이 생각의 근육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벌크업을 해야 할지 그게 참 쉽지 않다. ‘기획’을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일이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획자의 일]을 쓴 양은우 저자는 기획안이 까이고 까여 마르고 닳아 없어지기 직전인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이 모호하고 난감한 기획을 어떻게 하면 보다 제대로, 잘 할 수 있을지를 책으로 썼다. 여기서 ‘잘’이란 ‘까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고를 받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직에서는 이게 중요하다. 그저 크리에이티브하고 뭔가 쌈빡한 아이디어만 잔뜩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획을 잘하는 게 아닌 이유다.
굳이 회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장사를 하든, 뭘 하든 세상에 원맨쇼는 없다. 일이란 서로 연결된 사람들끼리의 협업이다. 이해니 소통이니 하는 덕목으로만 되는 게 협업은 아니다. 전략이 필요하고 기술이 필요하다. 타자의 입장과 관점으로 옮겨가 그들도 모르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기술, 치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운 효과적인 전략. [기획자의 일]은 독자에게 이런 기술과 전략을 전수한다.
‘일을 잘하는 비결’은 복잡한 게 아닌 듯 하다. [기획자의 일]을 읽으면서 일 잘하는 비결을 메모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