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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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페인의 순례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생에 한 번은 거기를 꼭 가보리라고 굳은 다짐을 들려주던 친구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결혼과 함께 아이를 낳아 지금은 초등학생을 키우는, 또 다른 의미의 순례 중이다.

 

너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기에 솔직히 나에게는 되려 호기심도 반감된 여행지였다. 더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은 거기 말고도 너무나 많다. 하다못해 제주도만 해도 순례자들을 기다리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나는 왜 굳이 '카미노'여야 하는가, 이게 궁금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스페인에, 왜 꼭 그 길이어야 하는가.

 

내 또래의 여성인 저자는 마치 나 같이 까다로운 독자를 만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듯이 응답했다. 인생의 어느 때라도 괜찮고 나이가 얼마든 괜찮다고. 결혼을 앞두고 있든 배우자와 사별을 했든, 사업에 실패했든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며 보이지않는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든. 어느 때든 다 좋다고. 그러니 가방은 내 몸무게의 1/10로 꾸리고 가방이 몸에 꼭 붙도록 끈을 날렵하게 줄이고, 먼 옛날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보라고 한다. 그 길은 내 인생에서 얻어야 할 것을 고민하는 길이 아니라 무엇을 버려야 할지, 버려도 버려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최후의 남겨진 그것은 무엇인지를 사색하는 길이기 때문에.

 

한국인 인류학자, 김양주 선생님은 가장 감명을 받은 장소는 어디였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되돌아온 답이 바로 스페인의 순례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였다.

인생과 여행에서 짐을 꾸리는 방법은 같습니다. 필요 없는 짐을 점점 버리고 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만이 그 사람 자신인 것입니다. 걷는 것, 그 길을 걷는 것은 어떻게 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한 과정입니다.”

나이도, 자란 환경도 제각기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순례자들이 함께 잠을 자고 한솥밥을 먹으며 성지를 목표로 걸어간다. 그들의 말을 듣는다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인생관을 그대로 접하는 일이었다.

그들의 말이, 편견과 상식에 묶여 있던 굳어 있던 내 머리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때로는 날카로운 칼처럼 꽂히는 말에 몸이 깎여서, 숨겨왔던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쓸데없는 외피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나는 남겨진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여행은 버리기 위한여행인 것이다.

7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의 저자는 일본인 여성이다. 도시에서 한창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그녀는 갑자기 앓게 된 공황장애를 계기로 스페인의 순례길로 떠났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순례를 했다는 그녀. 가장 최근에 36일동안 800km를 걸은 기록을 책으로 담아냈다. 그리곤 책의 첫머리, 스페인으로 떠나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도 전부터 그녀는 그 여행은 '버리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강조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쩌면 도피로 보일 수 있다. 갑자기 마주친 인생의 복병을 피해 꼬리를 감추고 후다닥 도망가 버린 여행. 복병이 사람이든 일이든 병이든, 어쨌건 그 자리에서 감당이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떠났다면 그건 도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 포기할 수도 있지.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데도 무대포로 부딪혀서 내 쪽이 박살나버릴 것 같다면 도망가는 게 나은 거 아닌가? 36계 줄행랑도 전술이다. 도망쳐도 괜찮아.

    

중요한 건 항상 '나 자신'이다. 이기적으로 굴자는 뜻은 아니다. 나조차 나를 학대하고 함부로 취급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스스로를 아끼면서 내가 먼저 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나는 그게 올바른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존중하기 때문에 결국 타인도 존중하게 되는 마음.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는 이런 이야기들을 여행의 언어, 순례의 단어들로 풀어낸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도미토리에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이 걷게 되는 순례의 길 카미노. 거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발견의 공기 같은 것들이 있나봐.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사람(예를 들자면 이 책의 지은이)조차도 마음을 열고 영혼에 바람을 불어넣게 되는 그런 곳인가보다. 그래서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를 혼자서 곱씹고 다시 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800km를 완파하게 되는 곳일까.

 

버리기 위한 여행은 거기 아니라도 되잖아, 라고 반문하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카미노 여행의 장점과 특징을 따로 구성했다. 음식이 싸고 맛있다든가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숙박이나 짐꾸리기 등 실용적인 내용까지 꼼꼼하게 잘 구성했다. 이 책의 구성은 마치 카미노 순례를 3번이나 다녀온 저자의 짐가방 같다. 꼭 있어야 할 것만 담고 그것도 아주 잘 정리해서 넣었다. 쓸데 없는 것, 정신 없는 것이 없는 책이다.

카미노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 한 권만 가지고도 괜찮을만큼 여행 정보에 충실하면서도 순례길에서의 성찰도 놓치지 않은 야무진 책.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란다. 미유키, 자신을 겨울 장미가 아닌 한여름의 해바라기처럼 대해주렴."

책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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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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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할머니는 항상 그러셨다. 밥도 군것질도 항상 반쯤 남기는 나를 야단치셨다. "저 밖에 가믄 굶어 죽는 아가들이 얼매나 많은데 너는 이러고 있냐." 입이 짧았던 나는 굶어 죽는 아이들 이야기는 건너듣고 할머니의 타박만 새겨듣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 입이 짧은 건 고쳤지만 그때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저 밖에 가믄 굶어 죽는 아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너듣는 건 여전했다.

그런데 기아대책이나 기아후원 이런 거에는 영 관심이 없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줄이야. 굶어 죽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새겨듣게 될 줄이야.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하거든.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WFP의 과제일 따름이지.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야. 8억 명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80

 

그래, 시장은 잔인하다. 구조적으로 모두가 공평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 하나 공평한 것은 '경쟁'이다. 누구도 잔혹한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 처음부터 남보다 많이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어쩌겠냐, 다들 적응해야지 뭐.' 이런 속편한 소리로 넘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남만큼 가진 것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은 푸념은 커녕 숨소리 내는 것조차 힘들다.

 

이 경쟁이 비싼 차를 굴리느냐, 안 비싼 차를 굴리느냐 정도를 결정짓는 차원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문제는 경쟁이 생존의 영역까지 지배하면서 나타난다.

중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걸어서 흙탕물 한 병을 얻어 식수로 쓰고 남미 약소국의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이 과연 척박한 자연환경 탓일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런 숫자의 배후에는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찬 세계가 존재한다.

불평등이라는 부당한 역동성이 현재의 세계질서를 결정하고 있다.

한쪽에는 민족을 초월한 소수의 과두체제에 지배되는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학문적 군사적 힘의 집중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삶, 몇 억 인구의 절망과 기아가 있다.

162

 

소리 없이 매일 많은 사람을 죽이는 기아에 대한 범세계적 투쟁이 어려운 것은 또한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흑인들의 예를 들어보자.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나라의 유일한 수출 품목은 가축인 경우가 많다. 흑인 농부들과 유목민들은 수백만 마리의 낙타, , , 염소들을 가지고 있다. 미네랄을 함유한 토양 덕분에 서아프리카의 가축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에 충실하게, 국제통화기금은 국립 수의사국을 민영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거의 아무도 레바논 상인들이나 다국적 제약회사가 파는 혈청, 비타민, 구충제 등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지불할 수 없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들은 몰락하고 있다.

180

 

저자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오랜 시간 일했다. 그는 지구촌 수많은 나라들에서 발생한 기근 문제를 직접 보고 들은 증인으로, 이 분야의 다양한 보고서와 사례, 자료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너무 많은 나라들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배고픔은 근본적으로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치와 향락을 합리화하는 돈이 식량의 분배는 합리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굶어 죽는 사람들을 구제할 충분한 자본과 식량이 지구촌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지배를 받는 세상 속에서 생존 환경 자체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아주 자세히 썼다. 특히 그는 '기아'에 무게를 두고 내용을 전달한다. '어린이가 굶어 죽는 것'은 국제사회, 국가와 사회의 부조리 즉 어른들의 부조리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희생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관심이 없다고 외면하고, 누군가는 '자연도태'라는 잔인한 말로 포장하는 이 처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저자는 심혈을 기울여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은 부르키나파소처럼 생소한 나라들 그러나 결국 이 시대에 나와 같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처한 식량부족의 상황과 희생되는 아이들의 얼굴을 낱낱히 그려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기아원조 가운데 매달 배급되는 의약품이나 비타민류, 단백질 보조식품 등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는 군부와 비밀경찰이 가로채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는구나. 도시나 지방의 고아원에서는 아이들이 속속 죽어나가는데도 지배층은 호화롭게 살고 있나 봐.

-그게 옳은 일일까요?

뭐가? 원조가? 아니면 구호품을 가로채는 것이?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92-93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분유를 제공하려다 살해당한 정치가를 움직였던 힘은 무엇일까? 회생 가능성이 없이 죽음에 가까운 아이를 외면하고 회생 가능성이 조금 더 있는 다른 아이에게 약을 주어야 하는 간호사가 그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비극을 목도하고 설령 더 많은 비극을 보게 되더라도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계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저자의 영혼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사실 이미 책 속에 있었다.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그 이야기로 시작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22)

기아라 국가 구조, 경제 체제의 문제인 동시에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쓴대로 세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없이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기아해결의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아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그리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옮겼을 뿐이다. 그리고 가능성이다. 권유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공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에 같이 하자고. 적어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알고 있어 달라고.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는 없다.

168

 

배고픔의 숙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라도 말이다.

부족한 것은 연대감이며, 국제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진짜 의지이다.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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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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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났을까?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인간관계'에 매우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건 20대 후반이었다. 아주 기본적으로 가족관계부터 시작해서 연인, 친구, 동료 등등 수많은 관계들이 삐그덕 거리고 있었다. 고장난 관계들이 만드는 소음에 쌓여 나는 질식할 지경이었다. 내가 '인간'이긴 한건가 싶은 생각도 했었다. 예전에 배운 한자풀이로는 서로에게 기대는 사회적 동물,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어서 한자로 인간(人間)이라고 쓴다는데 그렇다면 나란 인간은 인간이길 거부한 존재인듯 싶었다. 관계가 이토록 피곤하고 소모적인 것이라면 차라리 인간이길 포기하겠다는 각오까지 들었다.

 

인간에게 겁을 먹은 나는 책으로 도망갔고, 수많은 책 특히 심리학 서적과 인간관계에 대한 계발서 등을 기웃거렸다. 거기서 조금씩 조금씩 주워 먹은 것들로 다시 관계 조정에 나섰고 수없이 깨지고 많이 실패했지만 다행히 인간이길 진심으로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 인간관계가 뭐 크게 좋아진 건 아니다. 다만 관계에 재능도 열의도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주었을 뿐이다. 다른 말로, 인간관계에 욕심을 버렸다는 뜻이다. , 정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물리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고, 관계다.

 

그러나 욕심을 버렸다고 관계 자체가 주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산 꼭대기로 굴려 올린 돌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지면 다시 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인간관계는 사람만 바꿔가며 비슷한 유형으로 나를 괴롭게 하니까. 시지푸스는 워낙 교활하고 못된 사람이라 그런 형벌을 받았다는데, 나 역시 성질이 못되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참 고약한 것이 이 부분이다. 상대에 대한 고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의심과 고민으로 귀결되고야 만다. 그렇게 20대의 수많은 나날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모습으로 30대의 나날을 보내던 차에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촌스런 표지에 멋없는 제목.

하지만 책 속에 가득 담긴 진주 같은 이야기들.

카네기 선생님, 어떻게 당신은 그 시절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취재하고 분석할 수 있었나요?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이렇게 다채로운 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니 그냥 그것만으로도 양손 엄지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치켜 올라갑니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도자로서의 혹은 사업가로서의 관계 경영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실린 조언들은 성공만을 위한 내용이 아니다. 신뢰할 만한 인간,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인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힘이 되는 인간이 되라는 조언들이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특정한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진심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성공하는 인간이란 능력이 잘난 인간(일수도 있지만)이기 보다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절대 상대를 기만하라고 하지 않는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위선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나의 이익을 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타협점을 찾아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조언들이 있는데 어쨌거나 정말 다 유익한 내용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북마크로 표시한 부분들을 정리하니 책 한 권 수준의 메모가 나왔다.

 

지금 이 책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의 책장에 꽂혀 있다. 책을 다 읽고 내가 바로 선물했으니. 그 역시 내가 감탄했던 것과 비슷하게 기뻐하면서 이 책을 읽고있다. 다행이다. 어쩌면 인간관계는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다행이고, 그런 우리에게 등불이 될 수 있는 조언이 있어서 그리고 그 조언을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강과 바다가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백성의 위에 서려고 하는 이는 반드시 말로써 자기를 낮추고, 백성의 앞에 서려는 자는 반드시 그 몸을 뒤로 할 것이다. 그러하므로 성스러운 사람은 위에 처해 있어도 아랫 백성이 무겁다 아니하고, 앞에 처해 있어도 뒷 백성이 해롭다 아니한다."
-도덕경 제66장
258쪽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단 한 가지 사실이라도 터득한다면,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항상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을 배운다면, 이 책은 당신 생애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이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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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건 칭찬이다
린다 로텐버그 지음, 주선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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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나, '기업가 정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정신은 정신인데 기업가들이 대체로 가지고 있는 정신? 아니면 기업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인드?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이 참 어렵다. 이 단어에 대해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배웠던 의미와 대학을 들어가서 수업 때 들었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나 뉘앙스가 나하고는 그다지 친밀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 아는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했다.

무언가를 즐기면, 아주 심하게 즐기면 보통은 그것에 미쳐있다고 표현하게 된다. '내가 요즘 웹툰에 미쳐가지고...' 낮에 나와 브런치를 함께 했던 친구가 했던 이 말처럼.

미쳤다는 건 무엇을 아주 대단히, 과하다싶을 정도로 좋아하고 매달려 있는 상태다.

그런데 <미쳤다는 건 칭찬이다>의 저자는 이 미쳐있는 상태에 대해 조금 더 정돈된 의견을 내 놓는다. 미쳤다는 건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해보는 것. 나아가 그 대상에 대해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상태다. 저자는 이런 상태, 이런 마인드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정리했다.

 

이들은 빠져나갈 길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 다른 이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거나, 또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129

 

오늘날의 리더십은 단순히 스스로를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슈퍼맨도 24시간 내내 슈퍼맨은 아니다.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인지하고, 당신 스스로도 당신의 단점들을 주목해야 한다.

275

 

기업가는 기본적으로 지도자다. 리더, 사람이나 어떤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존재다.

부모님이 장사를 시작하시고, 그 일을 옆에서 거들거나 지켜보면서 나는 장사든 뭐든 주도면밀하지 않으면 그 일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걸 배웠다. 무엇보다 이 주도면밀함의 기저에는 '주체'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남이 해주거나 가르쳐주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은 결코 그 다음단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나아지려는 사람들은 주체가 된다. 이런 사람들이 리더다.

 

저자는 책 서두에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훌륭한 기업가가 되는지 '일상 속의 기업가 정신'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다음단계에 대해서도 논한다. 앞에서 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들, 세계의 수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사례 분석에만 분량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당신은 어떤 유형의 기업가인지 고민해보라'고 독자의 손을 잡아 끌고 책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멘토의 단계로 올라선다.

 

살아간다는 자체가 아주 복합적인 사고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세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더 깊은 피로를 호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다는 것은 언제나 그래왔다. 다만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과 주의 깊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차이를 예전에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미디어와 통신의 발달로 인해, 아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기업가 정신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인드일 수 있다. 남보다 잘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격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 자신을 나답게 지켜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대단한 사업을 일으키는 것만이 기업가 정신은 아니다. 모든 일에 예민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매달려 있으란 말도 아니다.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변화에도, 어떤 일이나 조직의 중심이 되는 일에도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 주저함과 머뭇거림을 떨쳐버리고 일단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진다면 삶의 많은 것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적절한 멘토를 찾아 필요한 조언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조언을 들었을 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다. 그간의 경험을 거쳐오면서 나는 예외 없이 적용되는 한 가지 원칙에 도달했다. 정말 받아들이기가 힘든 조언이야말로 당신이 꼭 주의를 기울여서 곱씹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 사람일수록 이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보통 기업가는 성공할수록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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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세일즈다 - 누구에게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비법
프레더릭 에크룬드.브루스 리틀필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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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에너지가 넘친다. 대책없이 무대포로 오직 '긍정'만 가지고 있는 성공담과는 전혀 다르다. 

전략이 있고 냉철하고 민첩하고 영리하다.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청년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의 스타로 군림하게 되었는지 비법을 남김없이 풀어냈다.

 

인생이 세일즈라는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상품이다. 나라는 존재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즉 나라는 존재를 일부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는 언제나 거래가 필수.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호감을 보일만한 것이 그들에게 있느냐 없느냐다. 사람의 관계는 이 거래(이 단어가 너무 계산적으로 읽혀서 다른 단어로 대체하고 싶은데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항상 얽혀 있다. 내가 타인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면 타인은 내가 원하는 것을 준다. 이로써 관계가 성립되고 이후 우리가 무엇을 주고 받느냐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형태가 결정된다 

 

이 책의 저자이자 뉴욕 부동산의 스타인 프레더릭 에크룬드는 책의 서두부터 우리 생의 모든 것이 세일즈임을 강조한다 

단지 저자처럼 부동산 매매의 거물이 되기 위해서만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오늘 밤 반드시 클럽을 가야겠는데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나의 무엇을 팔아 부모님의 허락을 살 수 있을까? 아는 선배가 가지고 있다는 신통방통한 족보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이번 시험에서 살아남을 텐데, 선배와 어떤 거래를 해야 할까? 동생이 가장 아끼는 가방을 딱 하루만 빌리고 싶은데, 내가 동생에게 제시할 수 있는 등가가치는 뭐가 있나 

과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 세일즈에서 당신은 얼마나 승리해왔나? 아니,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나?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면 방법이 왜 틀렸는지는 알고 있나?

   

사실 저자가 이야기한 내용들은 그간 내가 읽었던 (몇 권 되지 않는)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등의 서적에서 읽었던 내용 중 이 시대에 가장 효과가 있을 만한 것들을 모은듯한 느낌이다.

 

길게 풀어서 이야기한 걸 짧게 이야기하자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격려가 된다. 힘이 난다. 왜냐면 저자가 끝없이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고 무한발전의 자가동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가지고 싶은 자동차가 있다거나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다거나..... 

문제는 의지다. 꿈을 이룰 의지. 꿈대로 인생을 살아갈 용기, 꿈을 이룰 수 있게 나 자신을 변화시킬 힘 

내가 꿈꾼 대로 산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저자가 이런 책까지 내면서 자기만의 성공의 비법을 자랑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의 인생에도 열정은 필요하다 

남과 다른 나만의, 나다운, 진짜 내모습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탐구하고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은 솔직하게 돈을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돈이 지금 그가 이 일을 하게 된 목적의 전부는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솔직하다. 꾸미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는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낯짝이 두꺼워졌다고까지 스스로를 이야기한다. 그의 SNS에는 언제나 그 순간 그 생에 100퍼센트 충실한 열정적인 인간이 자신의 당당함을 드러내고 그의 당당함에 팔로어들은 어김없이 하트를 날리고 좋아요를 누른다.

 

 

굳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거나 성공하기 위해서, 명성을 쌓기 위해서는 아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그것이야말로 재능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주신 자존감이다 

어디선가 누가 그랬다. 자신감이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자존감이란 내가 무언가를 잘 하지 못해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모든 것이 세일즈다]라는 열정 에너지 100%의 책은 저자의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재미난 책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내 모습이 부족해도, 설령 내가 번듯한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그냥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한, 그런 자존감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페이스북 친구 한 명이 최근 이런 글을 게시했다.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바다 전체의 물도 배를 침몰시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부정적인 생각을 당신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는 한 세상의 어떤 부정적인 생각도 당신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나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중에서 마음속으로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자꾸 다시 반복해서 돌려보면 안 된다는 내용을 좋아한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뜨거운 석탄 조각을 어떻게 떨어뜨리는가?”라고 묻는다. “더 이상 고통 받고 싶지 않거나 고민을 떠안고 싶지 않다면 그것을 떠나라.” 뜨거운 석탄을 들고 있다면 떨어뜨려라! 일단 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힐 수 없고 당신은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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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커여, 당신은 방 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사람을 기억돼야 한다. 진짜로 성공한 사람들은 진짜로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들이 승자다. 행복은 행복을 만든다. 유머 감각과 카리스마는 비즈니스를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 옆에 있길 바라고 행복한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 파는 것을 사고 싶어 한다. 나를 잘 따라오고 있는가? 유머와 매력은 즉시 당신을 높은 지위로 올려줄 것이다. 당신이 함께하는 사람들은 당신보다 더 경험도 많고 성공하고 유명하겠지만 당신은 그들이 원하는 에너지와 행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전염성이 있다.

156-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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