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났을까?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인간관계'에 매우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건 20대 후반이었다. 아주 기본적으로 가족관계부터 시작해서 연인, 친구, 동료 등등 수많은 관계들이 삐그덕 거리고 있었다. 고장난 관계들이 만드는 소음에 쌓여 나는 질식할 지경이었다. 내가 '인간'이긴 한건가 싶은 생각도 했었다. 예전에 배운 한자풀이로는 서로에게 기대는 사회적 동물,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어서 한자로 인간(人間)이라고 쓴다는데 그렇다면 나란 인간은 인간이길 거부한 존재인듯 싶었다. 관계가 이토록 피곤하고 소모적인 것이라면 차라리 인간이길 포기하겠다는 각오까지 들었다.

 

인간에게 겁을 먹은 나는 책으로 도망갔고, 수많은 책 특히 심리학 서적과 인간관계에 대한 계발서 등을 기웃거렸다. 거기서 조금씩 조금씩 주워 먹은 것들로 다시 관계 조정에 나섰고 수없이 깨지고 많이 실패했지만 다행히 인간이길 진심으로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 인간관계가 뭐 크게 좋아진 건 아니다. 다만 관계에 재능도 열의도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주었을 뿐이다. 다른 말로, 인간관계에 욕심을 버렸다는 뜻이다. , 정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물리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고, 관계다.

 

그러나 욕심을 버렸다고 관계 자체가 주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산 꼭대기로 굴려 올린 돌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지면 다시 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인간관계는 사람만 바꿔가며 비슷한 유형으로 나를 괴롭게 하니까. 시지푸스는 워낙 교활하고 못된 사람이라 그런 형벌을 받았다는데, 나 역시 성질이 못되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참 고약한 것이 이 부분이다. 상대에 대한 고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의심과 고민으로 귀결되고야 만다. 그렇게 20대의 수많은 나날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모습으로 30대의 나날을 보내던 차에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촌스런 표지에 멋없는 제목.

하지만 책 속에 가득 담긴 진주 같은 이야기들.

카네기 선생님, 어떻게 당신은 그 시절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취재하고 분석할 수 있었나요?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이렇게 다채로운 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니 그냥 그것만으로도 양손 엄지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치켜 올라갑니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도자로서의 혹은 사업가로서의 관계 경영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실린 조언들은 성공만을 위한 내용이 아니다. 신뢰할 만한 인간,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인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힘이 되는 인간이 되라는 조언들이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특정한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진심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성공하는 인간이란 능력이 잘난 인간(일수도 있지만)이기 보다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절대 상대를 기만하라고 하지 않는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위선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나의 이익을 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타협점을 찾아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조언들이 있는데 어쨌거나 정말 다 유익한 내용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북마크로 표시한 부분들을 정리하니 책 한 권 수준의 메모가 나왔다.

 

지금 이 책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의 책장에 꽂혀 있다. 책을 다 읽고 내가 바로 선물했으니. 그 역시 내가 감탄했던 것과 비슷하게 기뻐하면서 이 책을 읽고있다. 다행이다. 어쩌면 인간관계는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다행이고, 그런 우리에게 등불이 될 수 있는 조언이 있어서 그리고 그 조언을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강과 바다가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온갖 시냇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백성의 위에 서려고 하는 이는 반드시 말로써 자기를 낮추고, 백성의 앞에 서려는 자는 반드시 그 몸을 뒤로 할 것이다. 그러하므로 성스러운 사람은 위에 처해 있어도 아랫 백성이 무겁다 아니하고, 앞에 처해 있어도 뒷 백성이 해롭다 아니한다."
-도덕경 제66장
258쪽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단 한 가지 사실이라도 터득한다면,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항상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을 배운다면, 이 책은 당신 생애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이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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