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성숙한 시민을 위한 교양 수업
짜우포충 지음, 남혜선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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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부조리가 제일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이 부조리를 오직 나만 느끼고 있다는 고독함이 덮치는 순간이다.

 

나 외에는 누구도 이것을 부조리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때, 분명 저것이 잘못된 것인데 아무도 저것을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때. 그때만큼 외롭고 고독하고 지치는 때가 또 있을까.

 

그런 순간에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저것은 부조리하다고 말하는 또 다른 목소리다. 설령 그 목소리가 아주 작을지라도, 단 한 명이 속삭이는 은밀한 고백일지라도, 그것은 힘이 된다.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큰 힘이.

 

그 목소리는 공감과 교감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씨앗을 품고 있다.

그 목소리는 다가올 분명한 변화를 예고하고, 고독에 싸매여 있던 나를 풀어 저 높은 장벽 위로 뛰어오르게 만든다.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는 마치 저 목소리 같다.

 

국가는 무엇이고 시민은 무엇인지, 우리는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처럼 이 깊고 육중한 고민을 앓고 있다. 참다운 평등이란 어떤 것인지, 권리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가난은 정말 어쩔 수 없이 개인이 해결해야만 하는 십자가인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란 대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이와 같은 고민들을 해결하지 못해서 우리들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고 불신하고 비난하고 때로는 폭력까지 행사하며 우리들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우리들의 시간은 마냥 낭비되고 버려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아니라고 나는 기대한다. 이 시간들을 통해서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고 합의하고 변화하고 조율하며, 이 과정들을 통하여 품격있는 시민들이 탄생하고 결국 이들이 품격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 아닐까.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참 좋다.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는, 국가의 품격이란 만들어야만 있는 것이며, 애써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는 혹은 아예 갖출 수 없는 것이라는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해나가며 논쟁하는 사람들이 있는 국가야말로, 품격을 이미 그 바탕에 품고 있는 국가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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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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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실존 자체가 시간이라는 조건 속에서만 성립되는 까닭이다. - 144

 

시는 작은 그릇이다. 작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시를 위대한 예술 장르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시는 큰일은 못 한다. - 170

 

언어는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있음'들을 하나씩 불러 이름을 주고 그것에 실존을 입혀 누군가에게 건넨다. - 181

 

"목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와서 아득히 먼 곳으로 간다. 그러나 목소리는 말을 담는다. 말은 아득한 것을 현존하게 만든다." (막스 피카르트의 글 옮김)- 203

 

시를 잘 몰라서,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를 믿었다기보다 순전히 '은유'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은유는 마치 열쇠 같았다. 그 어떤 단단한 자물쇠같은 시라도 찰칵-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입을 열게 만드는 열쇠. 그래서 그토록 어렵고 콧대 높은 시가 자기 속내를 보드라이 펼쳐보이게 만드는 열쇠가 은유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시를 잘 모르는데도, 시를 좋아한다.

본문에 쓴대로 이야기하자면, 큰일을 못하는 작은 그릇이라 시가 좋다.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것들에게 실존을 입히는, 내가 아는 가장 예쁜 언어라서 좋다.

그냥 예쁘다고 이야기하려니 조금 찔린다. 마냥 예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시라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양심에 걸린다.

 

장석주 시인이 쓴 [은유의 힘]은 세상의 수많은 시들을 데려와 책속에 별처럼 심었다. 그리고 시인은 한 장, 한 장 별보다 빛나는 시들을, 그 언어들을 자기 입으로 읽어준다. 시인은 '은유'를 지팡이 삼아 톡톡 시들을 짚어가며 길을 낸다. 그리고 나는 따라간다.

시인이 읽어주는 시는 참 신기하다. 처음 만나는 시가 신기해서도 이 책이 신기하지만, 시인이 만져주며 드러나는 은유의 모양과 목소리가 신기해서도 이 책이 참 신기하다.

 

재미있구나.

하지만 여전히 어렵구나.

은유의 힘을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시는 커녕, 은유조차도 확실히 알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내 책상에서 내 손에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둔다. 한번 더 어쩌면 두번 더 읽어보려고.

은유의 힘을 오롯하게 알게 되는 그 때에, 나는 시라는 숲속에서 시인이 내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드디어 나 홀로 길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니.

    

인간의 실존 자체가 시간이라는 조건 속에서만 성립되는 까닭이다. - 144쪽



시는 작은 그릇이다. 작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시를 위대한 예술 장르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시는 큰일은 못 한다. - 170쪽



언어는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있음‘들을 하나씩 불러 이름을 주고 그것에 실존을 입혀 누군가에게 건넨다. - 181쪽



"목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와서 아득히 먼 곳으로 간다. 그러나 목소리는 말을 담는다. 말은 아득한 것을 현존하게 만든다." (막스 피카르트의 글 옮김)-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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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심리학 - 나의 잠재력을 찾는 생각의 비밀코드
김경일 지음 / 진성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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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혜인가.

 

나는 이 물음에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여러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과 시간을 살아가면서 늘 그렇게 느낀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구나.

나를 배신하는 나의 감정이나 판단들, 내 의지나 검열과 다르게 툭툭 불거져 나오는 말과 제어할 수 없는 생각들.

그 속에서 나는 굉장히 생소하고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서 싫기까지 한 자신을 확인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나를 아는 일이 타인을 아는 일의 첫 단계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아는 일과 타인을 아는 일은 전혀 별개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아주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견고하게 서 있거나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곧장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걸까.

 

나를 알든 타인을 알든, 어쨌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생각'이다.

나의 생각은 논리적이지도, 냉철하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내가 나 스스로 논리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실제로는 그에 정 반대일지도 모른다.

생각이란 얼마나 많은 함정을 치고 있는지.

 

[지혜의 심리학] 저자는 인지심리학 전문의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최종 도착지인 '지혜의 비밀'에 다다르기까지, 가장 먼저는 사람을 무엇을 착각하고 오해하고 있는지, '생각'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 '동기'를 거쳐 창의성과 행복이라는 단계로 진입한다.

 

본문을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인지심리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흥미와 더불어 저자가 얼마나 정성들여 원고를 썼는지가 느껴진다.

나의 인식과 지식을 바꿔주는 본문의 내용을 읽을수록 거기서 파생되는 많은 의문과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다.

단번에 이해하고 나에게 적용시켜볼만큼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라서 읽는 데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노력을 들여 읽어볼만한 심리학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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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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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취직은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겠지. 굳이 대학 졸업장 같은 거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데에.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한평생 이렇게 후회하겠지. 내가 왜 학창시절에 공부를 안 했을까, 하고.”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야구 하느라 공부 못했지만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꽤 열심히 했다고요.”

47

 

저마다의 입장과 사정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현실. 나 자신만 해도 내 안에서 여러 욕망과 생각들이 매 순간 교차하고 엇갈린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애쓴다고 세상은 그렇게 쉽고 만만하게 살아지지 않는다. 나름대로 애를 써도 가끔 현실은 내가 들인 시간과 땀방울을 송두리째 부정하기도 하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일에 휘말려 내가 옴팡 뒤집어 쓰는 일도 적지 않다. 어떤 영혼이 마치 수호신처럼 내 귀에 뭔가를 들려준다면, 그래서 나의 앞길과 방향을 이끌어준다면 그럼 좀 나을까. 적어도 이 현실이 뻔하고 무가치해보이는, 그런 염세주의에서 벗어나서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까.

 

그래서 [우리의 남극 탐험기]의 두 주인공은 남극으로 떠났는가보다.

사실 나는 저 둘이 남극으로 기어코 떠나서, 그 살벌하고 혹독한 추위 속으로 자신들을 내동댕이친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다음인데도. 맨 마지막에 저자의 여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이고 헛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깨나 아픈 상황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다른 세상과 다른 현실을 열망하던 그들은 결국 남극이라는 판타지로 떠났다. 그 판타지의 혹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죽음을 마주한 그들은 그 순간에조차 추위를 이기고 살아내야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잠깐만 참으면 영원한 안식이 찾아올 텐데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몸은 필사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살아내려고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 지금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니었다. 내가 찾아야 하는 한마디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다 포기하고 드러눕고 싶었다. 고통은 길지 않을 것 같았다. 눈에 질식하거나 혹은 동사하거나 하여튼 잠깐이면 될 것 같았다. 잠깐만 참으면 영원한 안식이 찾아올 텐데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야 하는가.

그렇다. 그것은 억지였다. 살고자 하는 억지였다. 죽을 게 분명한데도 살 수 있다며 부리는 억지였다.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게 자명한데도 지금은 살아야 한다며 부리는 억지였다. 나는 움직였다. 아니,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내 몸이 억지를 부렸다.

210-211

 

꿈을 가지고 다가올 미래를 그리며 사는 것과 현실을 부정하며 다른 세상을 열망하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일이다. 꿈은 현실이 되지만 망상은 폭망을 부를 뿐이다. 꿈의 닻은 항상 현실에 있다. 이 현실이 흘러 미래가 되기에, 오늘 이 순간이 없이는 내가 바라는 세상도 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마침내 남극탐험을 마치고 지금으로 돌아왔다. 나는 조사관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읽으며 실패는 얼마나 실질적이고 고결하며 위엄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나의 닻도 현실에 있다. 그러니 나 역시, 나의 실패를 위하여 도전하고 싸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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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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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 명견만리는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순전히 이 책의 제목과 주제가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정치에서 시작해 생애에 대한 관찰 보고서로 그리고 다시 직업과 탐구로 이어지는 주제의 흐름이 탁월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탄핵과 장미선거 등으로 들썩들썩했던 때였다. 그때에 나는 '당신은 과연 합의의 기술을 가졌는가?'라는 책의 질문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합의.... 정의도 알고 공의도 알고 있었던 나는, 그래서 정의와 공의만을 의의 전부로 알고 있었던 나는 합의라는 질문에 냉수로 등목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더욱 세밀하고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우리들의 세상에서 이제 정의라는 개념은 어쩌면 불통과 폭력의 다른 얼굴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걱정을 해오던 나에게 '합의'라는 단어는 빛처럼 다가왔다. 복잡하고 골치아픈 '정치'라는 주제를 합의라는 날개로 가볍게 날아오르듯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 책은 이후로도 계속 어렵고 무거운 주제들을 신선하면서도 깊이있고 실용적인 시선에서 풀어간다.

 

그냥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놨다면 흥미를 잃었을텐데, 이 책은 체계적이고 탄탄한 자료들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독자의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새롭다.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날마다 정말 빠르게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강연과 다큐를 결합한 렉처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명견만리>는 그래서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형식이 새로운데 콘텐츠까지 구멍 없이 탄탄하니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방영된 내용 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미처 다 풀지 못한 다양한 뒷이야기까지 더해 담았으니 더한 읽은 보람과 재미는 보장한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이라고 유명세에 오르기까지 했다는데, 굳이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한번쯤 읽어보면 시야와 생각이 확장되는 좋은 책임은 확실하다.

명견만리라는 책 제목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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