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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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실존 자체가 시간이라는 조건 속에서만 성립되는 까닭이다. - 144

 

시는 작은 그릇이다. 작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시를 위대한 예술 장르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시는 큰일은 못 한다. - 170

 

언어는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있음'들을 하나씩 불러 이름을 주고 그것에 실존을 입혀 누군가에게 건넨다. - 181

 

"목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와서 아득히 먼 곳으로 간다. 그러나 목소리는 말을 담는다. 말은 아득한 것을 현존하게 만든다." (막스 피카르트의 글 옮김)- 203

 

시를 잘 몰라서,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를 믿었다기보다 순전히 '은유'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은유는 마치 열쇠 같았다. 그 어떤 단단한 자물쇠같은 시라도 찰칵-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입을 열게 만드는 열쇠. 그래서 그토록 어렵고 콧대 높은 시가 자기 속내를 보드라이 펼쳐보이게 만드는 열쇠가 은유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시를 잘 모르는데도, 시를 좋아한다.

본문에 쓴대로 이야기하자면, 큰일을 못하는 작은 그릇이라 시가 좋다.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것들에게 실존을 입히는, 내가 아는 가장 예쁜 언어라서 좋다.

그냥 예쁘다고 이야기하려니 조금 찔린다. 마냥 예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시라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양심에 걸린다.

 

장석주 시인이 쓴 [은유의 힘]은 세상의 수많은 시들을 데려와 책속에 별처럼 심었다. 그리고 시인은 한 장, 한 장 별보다 빛나는 시들을, 그 언어들을 자기 입으로 읽어준다. 시인은 '은유'를 지팡이 삼아 톡톡 시들을 짚어가며 길을 낸다. 그리고 나는 따라간다.

시인이 읽어주는 시는 참 신기하다. 처음 만나는 시가 신기해서도 이 책이 신기하지만, 시인이 만져주며 드러나는 은유의 모양과 목소리가 신기해서도 이 책이 참 신기하다.

 

재미있구나.

하지만 여전히 어렵구나.

은유의 힘을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시는 커녕, 은유조차도 확실히 알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내 책상에서 내 손에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둔다. 한번 더 어쩌면 두번 더 읽어보려고.

은유의 힘을 오롯하게 알게 되는 그 때에, 나는 시라는 숲속에서 시인이 내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드디어 나 홀로 길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니.

    

인간의 실존 자체가 시간이라는 조건 속에서만 성립되는 까닭이다. - 144쪽



시는 작은 그릇이다. 작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시를 위대한 예술 장르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시는 큰일은 못 한다. - 170쪽



언어는 우주 안에 흩어진 채 존재하는 ‘있음‘들을 하나씩 불러 이름을 주고 그것에 실존을 입혀 누군가에게 건넨다. - 181쪽



"목소리는 아득히 먼 곳에서 와서 아득히 먼 곳으로 간다. 그러나 목소리는 말을 담는다. 말은 아득한 것을 현존하게 만든다." (막스 피카르트의 글 옮김)-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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