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비밀 - 사람의 마음을 얻어 내 편으로 바꾸는 노구치 요시아키의 비밀 시리즈
노구치 요시아키 지음, 김대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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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업상 사람을 만나 인터뷰 해야 하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누군가를 만나서 좋은 이야기, 기사가 될만한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만나서 물어보고 답을 듣고, 그러다보면 어차저차 술술 풀리기는 마련이지만, 인터뷰 후에 내용을 정리하면서 아 진짜! 오늘 인터뷰 잘했구나, 만족했던 적은 없다.

피드백 차원에서 주고 받은 내용들을 다시 돌이켜보면 늘 아쉽다. 아, 이 타이밍에 그 질문을 날렸어야 하는데!!! 뒤늦게 무릎을 치는 거지.


날카로운 질문의 기술을 알려준다기에 내 구미를 확 당긴 이 책, [질문의 기술]

이 사람 뭘좀 아네 라는 평가보다 나한테 급했던 건, 사람의 마음을 얻어 내 편으로 바꾼다는 부분이었다.


사람이 마음이 가는 사람한테는 나도 모르게 이 얘기 저 얘기 다 늘어놓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인터뷰이를 만나서 그 사람과 초반에 나누는 대화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대화들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문제는 중요한 걸 아는 거와 그 중요한 부분을 잘 해내는 기술이 있는 거는 천지차이라는 것.


책도 얇고 활자도 크고 페이지 넘기는 속도도 빠르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정작 책 내용은 책의 촉감만큼 좋지가 않았다.


저자는, 초반 1/3 정도되는 페이지 내내, 질문력이 왜 필요한지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아놔..... 질문의 기술이 중요한 걸 알고 있고 다만 그 기술을 어떻게 해야 습득하는지, 어떻게 단련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폈는데

자꾸 '질문력이 있어야 한다'라는 얘기만 되뇌이니 읽다 읽다 잠시 화가 나기도;;;;;;


질문력의 핵심 기술이 뭔지 궁금하다면 바로 2번째 파트로 넘어가도 무방할 듯 하다.

2번째 파트에는 질문의 기술 6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전조사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질문의 트리를 만든다

그러나 미리 세운 가설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현장상황과 대상의 감정상태 등을 고려하여 접근한다.

무엇보다 경청과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무기다.

효과적인 질문의 이론들이 적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이 아쉬운게,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실질적인 사례들을 좀더 다양하게 실어서 이해를 쉽게 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아주 무익한 책은 아니지만, 유익한 내용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책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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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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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삶을 빚는다.

조금 더, [책벌레와 메모광]에 어울리게 이야기해보자면. 글 읽기는 기억을 만들고 메모는 기억을 지킨다. 이렇게 보존된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고 정제되면 또 다른 책이 되어 후대로 전해진다. ‘글자가 탄생하고 이 세상에 나타난 이래,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누군가는 끝없이 읽고 미친 듯이 메모하여 기억을 남겨왔다. 그런 기억들은 길이 되어 저 시대에서 이 시대로 흘렀다.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와 미래를 향해 조물조물 나아간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라는 유명한 말을 책 읽기에 빗대어 보면, 내가 읽은 것이 곧 내가 된다. 눈으로 먹은 것(간서(看書)), 소리를 내어 읽기 즉 입으로 먹은 것(낭독(朗讀)), 내 소리를 들은 귀가 먹은 것(독서(讀書)), 손으로 따라 써서 손에 먹인 것(초서(抄書)). 이렇게 열심히 씹어 먹은 글자들이 결국 마음에 깊이 인 박혀 생각을 다스리고 기운을 채워 곧 나 자신이 되는 이치다. 이치가 이러하니 한낱 벌레가 책속에서 신선(神仙)’이라는 글자만 골라 파먹고 환골탈태의 명약으로 변신한다는 맥망의 이야기가 얼토당토하지 않다. 글을 먹는 일에 끊임이 없으면 미물도 명약으로 변한다는데, 책벌레가 된 사람인들 오죽할까. 먹어치우듯 책을 삼키는 책벌레로 살다보면 나라고 변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자. 글을 먹는 일이 단번에 밥을 주진 않는다. 이 땅에 먼저 살다간 책벌레의 대부분은 그들 자신을 활활 부수어 다른 이에게 명약이 되었을지언정,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했다.

 

실은 책 제목이 참 부담스러웠다. 누군가 밟아 이겨도 찍 소리 못할 미물인 벌레에 누구나 기피하는 미친 이, ‘을 한 자리에 모았으니 손이 쉽게 갈 리가 있나. 무엇보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나와는 연이 없어 보였다. 나는 책벌레도, 메모광도 아니었으니. 그렇지만 결국 맺어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맺히는가. 결국 나는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게 되었고 하루 동안에 다 먹어버렸다.

책을 베껴 쓰는 걸로 입에 풀칠했던 그들, 혹독한 허기를 책 읽기로 달랬던 기이한 사람들, 찰나를 비상하다 사라져버리는 단상을 붙잡기 위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굵기로 각주를 남겼던 이들. 가히 책벌레에 메모광이라는 이름이 붙어야만 하는 이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책을 보존하기 위해 고됨을 마다않고 날이 좋을 때면 책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때로는 책이라는 귀한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기를 아낌없이 하였다. 벌레, 졸음, 쾌락, 가난, 체면, 욕심, 시간 어쩌면 인간의 운명. 이들은 책 읽기를 방해하는 이런 모든 것에 대하여 온갖 지혜와 꾀를 총동원하여 맞선 투사들이었다. 신선이라는 글자를 찾아 쉼 없이 기어가는 벌레처럼, 이들의 읽기와 쓰기는 한결 같았고 맹렬했고 반짝반짝 윤이 났다.

 

지은이 정민 교수 자체가 책벌레에 메모광이라, 현대 책벌레의 삶을 보여주는 소소한 일상이 이야기 마디마다 들어차 재미에 한몫 했다. 식당에 가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그 잠깐 사이에 메모에 빠져 음식이 저자를 기다려야 했던 일이라든가, 지하철 안에서 짬짬이 읽고 정리한 내용들이 벌써 여러 권 책으로까지 펴낸 일들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지은이 그리고 모든 책벌레 조상들이 책 읽기에 그 자체 외에 다른 부가가치를 더하지 않아서 좋다. 책 읽기는 책 읽기일 뿐이다. 책벌레라고 하여 반드시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거나 유능한 기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 읽기는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운 삶을 빚는 과정이라는 것이, 동서고금 모든 책벌레들의 전언이다.

 

나의 오늘은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어 저자의 기억을, 저자가 쫓아간 책벌레와 메모광들의 기억을 따라 갔다. 어제는 다른 책을 읽어 그 책을 지은이의 기억을 따라갔고 내일은 또 다른 책을 읽어 그 지은이의 기억을 따라 걸을 것이다. 누군가가 남긴 기억은 책 읽기와 쓰기로 빚은 그이의 삶이다. 그들이 남긴 책, 적은 메모를 따라가는 것은 그들이 낸 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따라 걷다보면 길이 넓어진다. 길이 넓어지면 사람이 모여든다. 혼자 걷던 길에 동료가 생긴다. 더 많은 사람이 책벌레가 되어 조용한 시골길이 수만 명이 뛰는 대로가 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선대의 빛나는 유산 위에서 이매망량이라는 음험한 도깨비가 틈탈 수 없는 정과 신이 빛나는 시대를 열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막연하지만 꿈꾸듯 아름다운 바람과 더불어 나는 내가 맥망보다는 조금 더 나은 열정으로 기어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나 역시 뒤에 길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책벌레들이 남긴 기억이 이 책을 지은 저자에게 길이 되었듯이, 저자가 차곡차곡 모으고 정리한 기억들이 나에게 길이 되었듯이. 지금은 길 위를 걸어가는 내가, 훗날 길을 찾는 또 다른 누군가의 발걸음을 맞이하는 오솔길이나마 남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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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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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의 고군분투가 절절하게 다가와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책. 문장 자체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 다만 저자가 성인이 된 후 배우기 시작한 외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자신의 뜻을 옮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지난한 노력이 가득하여 제법 무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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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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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기대치 못했는데..... 좋은 책이었다.

 

 

벵골어라는 모국어를 가진 여자

영어권에서 자라 영어로 책을 낸 작가

이탈리아어라는 벼락을 맞아 불현듯 이탈리아어로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

 

3명의 인물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이야기를 전한다.

도전에 대한, 삶에 대한, 뿌리와 결실에 대한 그리고 무언가를 순수하게 탐험하고 사랑하고 잠시 파괴되었다가 마침내 새로 태어나는 것에 대한.

 

아름다운 문장이나 섬세한 묘사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언어로 글쓰기에 나선 작가의 좌충우돌 위험천만 체험기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읽어본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다.

 

문장은 어딘가 둔탁하고 건조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 갖은 노력과 정성을 다해 쓴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러한 독서가 영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친밀하고 강렬하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나와 새로운 언어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지역 출신이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가까이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피 속에, 뼈 속에, 이 언어는 없다.

나는 이탈리아어에 매료되었지만 동시에 갑갑증을 느낀다. 이탈리아어는 내가 사랑하지만 내게는 무정하기만 한 신비였다.

모르는 단어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41(사전을 가지고 읽기 중에서)

 

 

이제 이탈리아어와 내 관계를 다른 식으로 설명해야겠다고, 새로운 은유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와 이탈리아어의 관계는 늘 낭만적인 것이었다. 번개를 맞은 것처럼 사랑에 빠진 관계였다.

이제 나 자신을 번역하면서 나는 내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어에 대한 내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발전, 자연스러운 과정을 반영하는 것일 터다.

사랑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사랑의 결합에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난 것이다.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순수해지고 초연해짐을 느낀다.

모성은 탯줄로 이어진 관계, 조건 없는 사랑, 단순한 끌림을 넘어 자신을 다 바칠 수 있는 헌신이다.

98(털이 부숭부숭한 청소년 중에서)

   

 

액자(삼각형의 액자. 벵골어(부모님으로부터 받은) - 영어(성장환경에 준) - 이탈리아어(본인이 선택한).

세 가지 언어가 만든 삼각형의 프레임)안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볼 수 없는 건 내 인생이 어지러워서라고 생각한다

. 내가 찾는 이미지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거울에 텅 빈 공간이 비칠까봐, 거울에 비친 모습이 없을까봐 두렵다.

나는 이 빈 공간에서, 이런 불확실에서 왔다. 빈 공간이 내 원천이요 운명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 이 빈 공간에서, 이 모든 불확실에서 창조적 충동이 나왔다. 액자를 채우고자 하는 충동이 말이다.

126-127(삼각형 중에서)

 

 

라히리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영어를 접어두고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것을 다프네의 변신에 비유한다. 변신은 격렬한 재생 과정, 죽음이요 탄생이다. 다프네가 아폴로에게서 도망쳤듯이, 라히리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면서 영어에 대한 패배감이나 성공에서 도망치는 거라고 말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인도 가정에서 태어난 라히리에게 평생 영어란 피곤한 싸움, 고통스러운 충돌, 패배감과 불안의 그림자이자 동시에 영광을 안겨준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면서는 이전에 단단히 지니고 있던 작가로서의 장비를 떼어낼 수 있기에 다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변신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이행이며 완전한 성장으로 이끄는 특별한 단계다.

162-163(옮긴이의 말 중에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라든가끊임없는 자기 탐구라든가변화 속에서 변신해가는 과정이라든가.

여러가지로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고, 가볍게 보려고 샀던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인덱스 한 무더기.... 만만치않게 무거운 책이었던 것이다, 사실.

덕분에 줌파 라히리가 썼던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세 가지 언어 즉 세 가지 세상의 면을 하나씩 모아 만든 프레임으로 안팎을 탐구하는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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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 마음이 삶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가 마음챙김
엘렌 랭어 지음, 이양원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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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제목만 보고 어떤 인문학적인 명상서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명한 심리학과 교수가 무려 25년 전에 제시한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에 대한 서적이었다.

 

시대를 앞서 심리학의 양상을 바꿔놓은 기념비적 저작

마음을 놓치면, 삶도 놓친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라

 

의식혁명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활동개선이라고 해야할까.

암튼 평소 막연히 생각하고 느끼고 있던 개념을 이 책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엘렌 랭어는 '마음챙김'이라고 이름붙였다.

저자는 마음챙김이라는 정신적활동을 통해 생활개선 뿐 아니라 노화 등 신체의 건강문제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정된 자원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반드시 누구는 돈이라는 문제를 꺼내게 마련이다. 대다수 사람은 돈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여기에서조차도 과연 돈이 문제의 핵심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돈이 많아야 더 좋은가? 부자들은 권력이 있고 존경받으며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즐길 수 있고 또 그럴 여가도 있다. 더 빠른 자동차와 더 좋은 음식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몇몇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그 다음에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인 것 아닌가?

우리의 욕망 뒤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본다면 대다수 경우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 그러니까 사랑 보살핌 신뢰 품위 즐거움 같은 것들을 타협 없이도 얻을 수 있다. 타협은 우리가 원하는 대상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만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인생에서 귀중한 것들이 한정되어 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현재의 경직된 범주들을 그렇게 고집스레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그런 경직된 범주들을 만들어놓고 마음을 닫은 채 그 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그런 범주에 덜 얽매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지 66-67

 

   

기업 역시 한쪽으로 치우친 자아상을 가지고 있으면 똑같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을 특정 시장에서의 활동으로 정의해 놓고는 그로 인해 스스로 만든 범주의 틀에 갇히기도 한다. 1975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근시안적 마케팅이라는 고전적인 논문에서 시어도어 레빗은 이렇게 썼다.

철도회사들의 성장을 멈춘 것은 승객과 화물의 운송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다. 수요는 증가했다. 철도회사들의 현재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다른 업체들(자동차, 트러, 비행기, 전화)이 그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철도회사들 자신이 그 수요를 총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업체들이 고개를 빼가도록 놔두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스로를 운송업계가 아니라 철도업계에 속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페이지 87

 

어쩐 일인지 이 책은 참 읽기가 힘들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단번에 이해가 되질 않았다. 좀더 부드럽게 번역했다면 어땠을까. 좀더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문장이었다면 3-4일이면 다 읽었을 책인데. 마음챙김이라든지 맥락이라든지 이런 단어들이 내가 알던 단어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이 책에서 나타난다고 느껴져서 한 장 한 장이 어려웠다.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한 이 책은 어쨌든 참 어렵다.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마음챙김이 무의식과는 어떤 관계인지, 마음챙김이 자율적 사고 등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마음놓침이 단순히 단점만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책에서 저자는 마음놓침과 마음챙김의 효과를 증명하는 다양한 실험 사례들을 제시했는데 그런 사례들에 대해서도 대단히 신뢰가 간다거나 이해가 간다거나 그런 건 또 아니다. 어렵다. 아리송하다. 잘 모르겠다.

 

마음챙김의 주 개념을. 사고는 고정하고 정신줄은 놓고 있느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되 다만 정신줄을 단디 잡고 있느냐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

 

분명 유용한 의식활동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이걸 혁명적이라고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싶다.

그간 심리학계를 비롯하여 뇌과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은 다르지만 교집합이 있는 비슷한 개념들을 제시했고 이런 내용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나같은 독자들에게 가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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