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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ㅣ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추리소설을 즐기는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편차가 있더라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스릴' 아닐까.
사건이 시작되는 그때부터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은 어떤 과정으로 범죄를 완성했는지, 동기는 무엇인지 등등 사건의 줄기를 이루는 내용에 대한 궁금함을 붙잡고 책 전체를 지나가게 된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독자를 몸이 닳게 했던 궁금함이 하나씩 풀릴 때, 그때 느끼는 통쾌함, 해소감 이런 것들이 추리소설을 읽을 때만 느끼는 희열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이 작품에서 그런 희열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런 류의 소설은 개인별 기호를 많이 탄다. 남들이 재밌다는 작품이 나한테는 재미 없을수도 있고 남이 재미 없다고 한 작품이 나에게는 꿀잼 핵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건지 어째서인지..... 독일에서 상까지 받은 작품이 나한테는 이렇게 노잼일수가..... ㅠㅠ 없었다.
책 뒷편에 적힌 시놉만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60년 만에 나타난, 오페라 거장의 미출간 친필 악보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실종 및 죽음....
독일 형사 마탈러는 이 사건을 수사해나간다.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오펜바흐 친필 악보가 불러온 비극의 동기는 돈인가 원한인가.
나는 이미 책을 편 이상, 사건이 벌어진 이상, 대체 범인이 누구고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를 알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읽었다.
마탈러가 사건을 수사해가는 동안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마탈러를 중심으로 한 주변 형사들이나 뭐 공직자들도 나오고
희생자들 주변 인물도 다수 나오고 이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사건이 궁금하지 마탈러의 동거인이 아이를 가진 소식을 전하거나 마탈러의 동료 형사가 다른 형사와 연인사이라든가 하는 이런 드라마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왜 작가는, 수사 사건에 자꾸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를 섞었는지 읽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쓰는 사람의 마음이므로 ^^;;;; 독자는 그저 읽을 뿐.
범인과 동기를 알고 나니,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더욱 아깝다.
전쟁의 잔혹사 특히 히틀러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상실하고 오직 자신의 부와 안위만을 위해 움직였던 인물들을 고발하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추리물이 될 수도 있었겠다 싶어서다.
60년 전 수용소에서의 사건과 마탈러가 수사해 나가는 현재의 사건은 시간의 바닥 아래, 깊숙히 하지만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사건인데 이야기 속에서는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느껴진다.
뭐, 중간에 독자로서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그래도 마무리까지 일단 다 읽고 나니 개운했다.
드라마 요소가 강한 추리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