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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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자녀 관계의 미묘함을 정밀하게 포착한 단편들"


 일본 작가 가쿠다 미쓰요는 [종이달], [공중정원]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1990년 [행복한 유희]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 세계를 인정받기도 했다.

 가쿠다 미쓰요가 쓴 8편의 단편을 한데 엮어 [마마보이]는 한 권의 소설집이 탄생했다. 연인들이 주고 받는 사탕의 단내를 색으로 옮긴 듯한 표지가 수상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꿈꾸는 듯한 아이의 표정만 선명하다. 엄마를 ‘엄마’로 묶어둔 채로 그 치마폭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나’의 얼굴이 아마 이런 표정일 것이다.

 

 우리 시대는 더 이상 엄마를 ‘헌신’과 ‘희생’의 아이콘으로 내세우지 못한다. [엄마를 부탁해]를 대표로 엄마에게도 딸로, 여자로, 한 인간으로서의 시간이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잊거나 외면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무수히 많다. 그런 연유로 이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엄마가 아니라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와 나의 관계다.

 엄마라는 역할은 필연적으로 자식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엄마는 자식을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이름표다. 그래서 엄마는 절대 엄마 혼자서로 존재할 수 없다. 엄마는 점이 아니다. 엄마는 선이다. 한 여자라는 점과 그 여자로부터 태어나 자란 자식이라는 점 사이에 그려진 선이 엄마다. 자식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엄마라는 선도 달라진다. 가쿠다 미쓰요는 이 엄마라는 선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를 기민하게 포착한다.

 

 

 [마마보이]에 실린 첫 번째 작품인 <허공을 차다>의 엄마는 전통적으로 익숙한 엄마다. 남편과 자녀들의 오래된 물건을 보관하며 지내다, 치매가 들어 표표히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 버린 엄마. 여기에 등장하는 엄마라는 선은 가늘지도, 굵지도 않다. 그러나 아들의 기억 밑바닥에 이미 문신처럼 새겨진 어린 날의 시간들이 흥청망청 백수로 사는 아들의 일상 표면으로 때때로 올라온다. <빗속을 걷다>, <새를 운반하다>의 주인공들과 어머니의 사이는 좀 더 현실적이다. 쓸쓸하고 건조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머니들은 자기의 삶을 살고 자식들은 그런 어머니의 삶에서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자식들은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엄마가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본다. 이 책의 표제작인 <마마보이>나 <파슬리와 온천>에 등장하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아주 미묘하고 집요하다. 이 작품들에서 비로소 ‘엄마가 자식을 놓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식이 엄마를 놓지 못하는 거 아니야?’라는 작가의 질문이 쟁쟁하게 들려온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 전체에서 그 어떤 인물보다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내듯이, 우리는 엄마를 미워하거나 불편해하거나 이상해하거나 신경쓰는 만큼 엄마의 세계에서 분리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분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어딘가 어쩔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이 상태를 선택한 것은 엄마가 아니라 나 아닌가?

 

 소설이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은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교훈을 준다거나 감동을 주는 것도 물론 소설의 좋은 역할이겠지만, ‘발견’은 생각하게 하고 오래 간직하게 하고 그러다가 그것을 내 삶에 투영시켜 보게 한다. 그래서 좋은 소설은 ‘발견’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나는 [마마보이]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좋은 소설의 위력을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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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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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만약에 내가 캐나다의 어느 산골짜기에서 멀리 서 있는 머트를 봤다면, 나 역시 “쉿, 아가. 저기 진짜 살아 있는 산염소가 있단다!(책 172쪽)” 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거다. 화자의 말대로 어떤 산염소보다 감동적인 등산기술을 선보인 머트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팔리 모왓은 이미 고인이 된 작가다. 마흔네 권의 책을 썼고 캐나다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연주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개가 되기 싫은 개]는 작가 팔리 모왓의 자전 소설로 자신이 소년 시절에 직접 겪은 일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거버너 제너럴 어워드’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단다.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동물이다. 특이하게 생겼는데, 생김새보다 훨씬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이 개는 단돈 4센트에 팔려 화자의 집으로 들어온다. 족보를 알 수 없어 지어진 ‘머트(잡종견)’이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머트는 처음부터 특이한 존재감으로 개도 아닌, 사람도 아닌 그냥 머트로 이 집의 구성원이 되었다. 한국식으로 이름을 말하면 똥개려나.

 

 

 

 

 

 [개가 되기 싫은 개]에서 그려지는 머트의 활약상은 참 특이하고 기이하다. [창문 밖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주인공이 ‘왜 사람들은 자기만 보면 소리를 지르지?’라는 독백을 하는데, 머트도 이런 독백을 틀림없이 스스로 여러 번 했을 거야. 성질을 좀만 죽였어도 머트의 삶은 편안하고 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트는 수치심도 알고, 도도하게 자존심을 지키는 법도 아는 평화주의자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트의 매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 소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들은 머트를 비롯하여 모두 인간이 아니다. 장을 보러 가는 엄마의 뒤를 걸어서 따라가는 부엉이, 사과귀신을 자처하며 지하실에 전세 든 스컹크 등등 사람과 교감하는 캐나다의 동물들이 이 책에서 아주 따듯하고 정감 넘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말도 안 통하는 동물들이지만 마치 어린 동생들처럼 사랑스럽다. 자연과 교감하며 동물들과 따듯한 유대를 만끽했던 저자만의 시선이 독자 역시 이 책의 이야기를 따라 동물과 교감하도록 이끌어준다.

 

 이렇게 온난한 교감을 주고 받았던 동물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대해서, 저자는 인간적인 연민으로 갈무리 짓지 않아 더욱 담백하고 깔끔하다. 부엉이 올의 마지막, 머트의 마지막. 저자는 그때 느꼈던 슬픔과 아픔을 확대하거나 포장하는 대신, 그저 생의 한 맥이 거기서 끝나고 다시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비극을 지켜보면서도, 때로 그 비극 속에 휩쓸려 상처를 입으면서도, 어제도 오늘도 담담히 여기 서 있는 자연이란 아마 저런 자세로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이 순해지고 아이처럼 천진한 시선을 선물해주는 소설이다.

갑자기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우린 웃기 시작했다. 머트는 같이 비웃음을 사는 건 즐기지만 혼자 비웃음을 당하는 건 참지 못했다. 그래서 등을 쌩 돌리고 늪지 끝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한순간 우린 머트가 오리들을 버리고 밖으로 나올 거라고 짐작했다. 예상이 틀렸다.
머트는 우리 쪽은 다시 눈길도 주지 않고 늪지의 저쪽 끝으로 헤엄쳐 가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총 맞은 오리들 전부를 물가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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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감동이다 - 미래 청년 외교관들을 위한 전문 가이드, 개정판
유복근 지음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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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회의장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여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현장에서, 나는 무척이나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구촌이라는 세계가 비로소 현실로 실감나고,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내 삶 어느 구석의 장식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공기가 된 것 같았다. 내가 거기서 한 건 크게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계에 뭔가 공헌하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한국을 어디 변방의 소국이 아니라 문화의 강국이자 국제관계의 주요 허브로 알리는, 그런 굉장한 걸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성취감까지 들었다. 국제무대를 누비는 외교관에 대한 선망과 환상은 아마 이런 기분에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

 

 내가 어릴 때 외교관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역동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요 근래에는 여기에 더 보태서,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면서도 가장 필요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고 국가 간 영향이 어느 때보다 확대된 요즘, 관계를 개설하거나 개선하는 외교관의 역할은 그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 더구나 외교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니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국적·통합정책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유복근 저자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진로 가이드에 많은 관심을 두고 관련한 저서들을 출간해왔다. 95년에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무대에서 활동해 온 저자는 국제법, 국제조세법 등과 관련한 책들을 출간했고 2015년에는 [외교는 감동이다] 초판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우리 민족 외교사에 대한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외교관 혹은 재외공관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더욱 충실하게 보완하여 [외교는 감동이다] 개정판을 출간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편하게 해외를 다닌다. 그러나 그 당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해외출장 기회를 가졌던 외교관들은 길도 변변치 않고, 차도 없는 여정을 힘겹게 걸었다. 길도 없는 황무지를, 진흙길로 뒤덮인 벌판을, 칼바람이 불고 눈 날리며 꽁꽁 얼어붙은 만주벌판을, 인마가 지나기도 힘든 천길 낭떠러지를, 도적과 적군들로 우글거리는 전장을 뚫고 지나갔다. (중략) 그리고 이 사행단에는 정사, 부사, 서장관 등 사대부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역관, 군관, 화원, 의관 등 중인계급, 마부와 뱃사공, 말먹이꾼, 짐꾼, 심부름꾼 등 당시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이 함께 참여했다.
53-54쪽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 신장으로 인해 오늘날 국제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과 참여를 요청하는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다. 전세계를 관할하는 보편적인 국제기구인 UN의 개혁문제에서부터 후진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논의하는 회의, 핵문제,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법치질서의 확립을 위한 국제법 회의 등 오늘날 제반 의제영역에서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높다. 과거 우리의 국력이 현재보다 미진했을 때는 우리의 외교가 주변 4대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안보 및 경제통상외교에 집중되었으나, 이제는 우리 외교의 영역이 국제공동체의 발전과 전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을 위한 기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도 안보, 경제 통상 등 전통적 외교영역을 넘어 보편적 인권, 인간개발, 민주주의 확산, 여성의 역할확대 등 다양한 가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34쪽

 

 

 [외교는 감동이다]는 크게 한국의 외교사 그리고 현재 외교의 역할과 영역, 이 두 가지 부문에 대한 내용으로 읽힌다. 책의 전반부에 실려 있는 한국의 외교사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고 재미있다. 가야 시절부터 한반도와 주변국의 외교는 아주 긴밀하고 복잡했다. 이런 외교 역사를 주제로 한 사극이 나오면 진짜 재밌겠다, 이런 생각하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외교사의 과정들을 읽었다. 외교라는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나처럼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읽힐 것 같다.

 책의 후반부는 현재 외교관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아주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가 담겨 있다. 외교라는 게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모든 분야의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보니 외교관의 업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궂은 일까지도 외교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내 나라의 이미지에 실추가 없도록 품격도 놓칠 수 없다. 진짜 팔방미인도 이런 팔방미인이 또 없지. 그만큼 중요한 인재들이 필요한 분야고 다양한 사람들이 양성되어야 하는 분야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게 아닌가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 뿐 아니라 관련한 재능과 경륜을 가진 사람들이 유능한 외교관으로 이 세계에 뛰어 들어와주기를 바라면서.

 교양서로도, 실무적인 진로안내서로도 참 좋다.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 신장으로 인해 오늘날 국제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과 참여를 요청하는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다. 전세계를 관할하는 보편적인 국제기구인 UN의 개혁문제에서부터 후진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논의하는 회의, 핵문제,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법치질서의 확립을 위한 국제법 회의 등 오늘날 제반 의제영역에서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높다. 과거 우리의 국력이 현재보다 미진했을 때는 우리의 외교가 주변 4대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안보 및 경제통상외교에 집중되었으나, 이제는 우리 외교의 영역이 국제공동체의 발전과 전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을 위한 기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도 안보, 경제 통상 등 전통적 외교영역을 넘어 보편적 인권, 인간개발, 민주주의 확산, 여성의 역할확대 등 다양한 가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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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힘 - 유튜브에 빠진 우리 아이 유튜브로 핵인싸 되기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14
김윤수 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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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로 세상을 배우는 세대들을 위한 교육 실용서가 나왔다. ‘유튜브에 중독된 아이들, 어쩌나?’ 라든지 ‘인터넷에 빠진 난독시대, 이대로 괜찮나?’라고 걱정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유튜브가 없는 세상으로 회귀할 수 없는 한, 유튜브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

 

 씽크스마트 출판사에서 내는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열네 번째로 나온 [유튜브의 힘]은 저자가 자그마치 4명이다. 자녀 교육, 읽기와 쓰기, 유튜브 제작, 스피치 등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직결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노하우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성공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 아니,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자녀의 교육과 미래 대비용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

 

 [유튜브의 힘]의 목적은 ‘교육용’이다. 유튜브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콘텐츠 소비자에서 콘텐츠 생산자(크리에이터)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책이다. 이 다리를 놓는 주체는 아이지만 함께 놓는 역할은 부모다. 이 책은 이 점을 명확히 한다. 어디까지나 ‘아이’를 중심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고려하고 제작과정을 안내한다. 그저 구독자가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겠다는 취지가 아닌 것이다. 내 아이가 잘하는 부분, 내 아이에게 적합한 분야,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 과정을 안내한다. 소비용이 아닌 교육용으로 유튜브 제작 과정을 안내하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모든 부모님들이 한번쯤은 읽어볼만하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로 이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 책은 초보 유튜버를 꿈꾸는 누구나에게 또한 유용하다. 나 역시 유튜버를 꿈꾸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영상편집, 저작권 등의 문제였는데 이 책은 간략하지만 이런 고민되는 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나 뿐만 아니라 아마 유튜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분명히 메모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유익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대다수 성공한 유튜버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매주 1~2편의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손수 편집까지 했다면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검증된다.
책 47쪽

 

 그래서 올해는 유튜브에 발 담궈 보는 건가? 유튜브가 단순한 대세가 아니라 이미 이 세계를 이루는 공기의 일부가 아닌가, 싶은 시점에서 이런 책이라니. 참 적절하다.



대다수 성공한 유튜버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매주 1~2편의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손수 편집까지 했다면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검증된다.
책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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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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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부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인 김초엽 작가는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상기한 두 개의 단편과 함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감정의 물성」,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의 5개 단편이 하나로 묶여 이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되었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읽기도 전에 많은 질문이 들었던 작품이다. 이 책을 들고 독서모임에 갔던 날 다른 회원들도 물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가정법이에요 아니면 질문이에요, 아니면 다른 뭐예요?”
 나는 슬픔이지 않겠냐고 답했다.
“아직 다 못 읽어서 속단일 수도 있겠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다면, 내년이 오지 않는다면. 이 말들의 뒤에 꼬리처럼 달리는 것들 아닐까요?”
 표지가 너무나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더욱 슬펐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으니,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다른 속도로 가자!‘고 외치면 그건 청춘만화다. 이미 제목에서 우리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상도 못할 애를 써도 도달할 수 없는 그곳에 대한 염원이 보였다. 꿈은 간절히 바라도 꿈일 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의 공식을 아마 안나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안나는 과학자다. 그는 장거리 우주비행이나 의료계에 필요한, 완벽한 냉동수면 기술에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남편과 아들이 먼저 행성 슬렌포니아로 이민을 떠났고 그녀 역시 연구를 마치는 대로 슬렌포니아로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슬렌포니아로 가는 항로가 폐쇄되고 더 이상 지구에서 슬렌포니아로 우주선이 뜨지 않았다. 우주 항법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서 이전의 항로들과 항법은 경제성을 이유로 사장되고야 만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빚은 생이별의 세월에 안나는 자신이 계발한 냉동수면 기술로 맞섰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선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온 것이다. 이미 남편과 아들은 죽고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안나는 노인이 되었다. 이제 ‘운이 좋다면 같은 곳에 묻힐 수도 있겠지’라는 아련한 기대뿐인 안나에게 기술의 진보란 무엇일까?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의미 없는 것이 아닌가. 

 

 

 거실에 무심코 켜둔 텔레비전의 독백이 심상치 않다. 안나에게 아니, 나에게 마치 반박을 하듯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떠든다. 5분마다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삶은 이전과 다르게 얼마나 윤택해졌는지를 돌아보라고 나에게 회개를 촉구한다. ‘그래? 그렇다면 왜 릴리는 지구를 떠나 낙원을 만들어야 했을까? 왜 데이지는 시초지로 떠났을까? 왜 그 많은 순례자들은 낙원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을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이 책의 가장 첫 번째 작품이자 나로 하여금 단박에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설이다. 주인공인 데이지는 친구 소피에게 편지를 써서 그들이 사는 세계의 탄생 비밀을 들려준다. 
 

 


 데이지와 소피가 태어나 성장한 마을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온하고 안전하다. 갈등이나 혐오, 전쟁 같은 것들이 거기에는 없다. 그 마을에 어른은 적고 아이들은 많다.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열여덟 살이 된 아이들은 순례자가 되어 이동선을 타고 떠났다가 1년 후, 귀환하여 비로소 어른으로 인정받는다. 데이지는 이 성인식의 기이한 점을 발견한다.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이 있다는 것. 심지어 돌아온 순례자 중 하나가 ‘그곳에 두고 온 것’ 때문에 절망하듯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한 후 데이지의 의문은 증폭된다. 대체 순례자들이 어디로 떠나는지,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일을 당하는지, 왜 순례자들은 그곳으로 떠나야 하며 어떤 순례자는 왜 돌아오지 않는지. 데이지는 세계의 진실을 알기 위하여 가장 금지된 공간, 금서 구역으로 들어가 이 마을을 만든 릴리와 올리브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릴리 다우드나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났다. 유전병 사전 진단이 일반화된 2035년의 지구에서, 그러나 릴리의 부모는 가난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유전병을 그대로 가진 채 태어나 멸시와 혐오를 감수해야 했던 릴리는 성공한 과학자로서의 삶을 접고 잠적했다가 인간배아를 조작하는 바이오해커가 되어 나타났다. 릴리는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인간배아를 개조하여 병도 없고 결점도 없는 명석한 인간을 배출했다. 아마 그것이 이 세상에서 고통과 슬픔을 지우는 길이라고 그녀는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릴리의 행위는 세상을 더욱 극단적으로 갈라놓았다. 완벽한 개조인간들은 도심에, 개조되지 못한 인간들은 외곽으로 철저하게 구분되었다. 그러던 중 아이를 갖고 싶어진 릴리는 그녀 자신에게 주고 싶었던 지성과 아름다움과 매력을 모두 유전자에 새겨 넣어 딸을 배양했다. 그러나 릴리의 아이에게도 릴리와 같은 유전병이 발견되었다. 그때 릴리는 결정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을 만들기로. 그건 얼굴의 흉터나 얕은 경제력이 멸시와 혐오의 근거가 되지 않는 세계, 데이지와 소피의 마을이었다.
 릴리는 딸 올리브에게 무균의 낙원을 선사했으나 올리브의 선택은 엄마의 마을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 엄마가 마을을 만든 이유를 알게 된 올리브는, 마을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반드시 떠나 시초지인 지구를 순례하도록 순례의 관습을 만들었다. 그리곤 그녀는 마을을 완전히 떠나 지구에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삶을 살다 생을 마감했다. 엄마인 릴리는 무균의 낙원을 꿈꾸었으나 딸 올리브는 사랑과 연대가 없다면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이라는 거, 살기 좋다는 건 무엇일까? 몸이 편안해지고 안전해지고 윤택해지면 우리는 행복한 걸까? 만약 그것을 행복이라고 규정한다면 아마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 소설과 같은 현실을 살게 되고야 말 것이다. 모든 결점을 제거한 신인류가 태어나 신처럼 군림하는 동안, 경제 논리에 밀린 사람들은 쓰레기로 취급을 받고 이 세계는 분열되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의 별이 되고야 말리라. 그래서 올리브는 보호가 보장된 마을이 아닌, 지구로 돌아와 투쟁했을 것이다. 그녀가 사랑한 사람을 위하여 이 지구를 바꾸고 싶었으리라. 그리고 마을의 다른 아이들 역시 사랑을 느끼고 사랑하는 이와 연대하는 아름다운 생을 보내기를 바랐으리라. 비록 그것이 단단한 벽을 두드리고 거대한 파도에 맞서고 까마득한 벼랑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격동이라고 해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작품들의 배경은 미래이고 우주이지만 이 소설만큼 우리의 현실을, 사람의 본성을 절묘하게 그린 작품들이 또 있을까.
 4차산업혁명으로 우리의 삶은 점점 현란해진다. 대신 빈부격차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급증한다. 김초엽 작가가 책에서 쓴 ‘지성의 황금기를 보는 것 같은’, 마치 과학이 치트키가 되고 기술의 진보가 핑크빛 미래의 보장책으로 등극한 지금 우리는 사실 알고 있다. 기술은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이 편의 속에 인간성이 매몰되어 버리면 우리는 불행해진다. 행복을 손에 쥐기 위하여 우리가 띄워야 할 것은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이 아니다. 불통과 억압, 차별과 외면이 도사리고 기술의 진보가 이것들을 심화할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하여, 서로로부터 분실되고 분리되지 않기 위하여 시선이 필요하다. 공존하고 공생하기 위하여 보듬고, 인정하고 이해하는 온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SF소설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너머 도전까지 받는 것인가 한다.

 우리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온기와 시선으로, 김초엽은 굉장한 소설을 완성했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책 181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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