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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감동이다 - 미래 청년 외교관들을 위한 전문 가이드, 개정판
유복근 지음 / 하다(HadA) / 2020년 1월
평점 :
국제회의장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여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현장에서, 나는 무척이나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구촌이라는 세계가 비로소 현실로 실감나고,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내 삶 어느 구석의 장식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공기가 된 것 같았다. 내가 거기서 한 건 크게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계에 뭔가 공헌하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한국을 어디 변방의 소국이 아니라 문화의 강국이자 국제관계의 주요 허브로 알리는, 그런 굉장한 걸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성취감까지 들었다. 국제무대를 누비는 외교관에 대한 선망과 환상은 아마 이런 기분에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
내가 어릴 때 외교관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역동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요 근래에는 여기에 더 보태서,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면서도 가장 필요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고 국가 간 영향이 어느 때보다 확대된 요즘, 관계를 개설하거나 개선하는 외교관의 역할은 그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 더구나 외교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니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국적·통합정책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유복근 저자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진로 가이드에 많은 관심을 두고 관련한 저서들을 출간해왔다. 95년에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무대에서 활동해 온 저자는 국제법, 국제조세법 등과 관련한 책들을 출간했고 2015년에는 [외교는 감동이다] 초판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우리 민족 외교사에 대한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외교관 혹은 재외공관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더욱 충실하게 보완하여 [외교는 감동이다] 개정판을 출간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편하게 해외를 다닌다. 그러나 그 당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해외출장 기회를 가졌던 외교관들은 길도 변변치 않고, 차도 없는 여정을 힘겹게 걸었다. 길도 없는 황무지를, 진흙길로 뒤덮인 벌판을, 칼바람이 불고 눈 날리며 꽁꽁 얼어붙은 만주벌판을, 인마가 지나기도 힘든 천길 낭떠러지를, 도적과 적군들로 우글거리는 전장을 뚫고 지나갔다. (중략) 그리고 이 사행단에는 정사, 부사, 서장관 등 사대부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역관, 군관, 화원, 의관 등 중인계급, 마부와 뱃사공, 말먹이꾼, 짐꾼, 심부름꾼 등 당시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이 함께 참여했다.
53-54쪽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 신장으로 인해 오늘날 국제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과 참여를 요청하는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다. 전세계를 관할하는 보편적인 국제기구인 UN의 개혁문제에서부터 후진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논의하는 회의, 핵문제,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법치질서의 확립을 위한 국제법 회의 등 오늘날 제반 의제영역에서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높다. 과거 우리의 국력이 현재보다 미진했을 때는 우리의 외교가 주변 4대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안보 및 경제통상외교에 집중되었으나, 이제는 우리 외교의 영역이 국제공동체의 발전과 전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을 위한 기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도 안보, 경제 통상 등 전통적 외교영역을 넘어 보편적 인권, 인간개발, 민주주의 확산, 여성의 역할확대 등 다양한 가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34쪽
[외교는 감동이다]는 크게 한국의 외교사 그리고 현재 외교의 역할과 영역, 이 두 가지 부문에 대한 내용으로 읽힌다. 책의 전반부에 실려 있는 한국의 외교사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고 재미있다. 가야 시절부터 한반도와 주변국의 외교는 아주 긴밀하고 복잡했다. 이런 외교 역사를 주제로 한 사극이 나오면 진짜 재밌겠다, 이런 생각하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외교사의 과정들을 읽었다. 외교라는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나처럼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읽힐 것 같다.
책의 후반부는 현재 외교관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아주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가 담겨 있다. 외교라는 게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모든 분야의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보니 외교관의 업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궂은 일까지도 외교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내 나라의 이미지에 실추가 없도록 품격도 놓칠 수 없다. 진짜 팔방미인도 이런 팔방미인이 또 없지. 그만큼 중요한 인재들이 필요한 분야고 다양한 사람들이 양성되어야 하는 분야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게 아닌가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 뿐 아니라 관련한 재능과 경륜을 가진 사람들이 유능한 외교관으로 이 세계에 뛰어 들어와주기를 바라면서.
교양서로도, 실무적인 진로안내서로도 참 좋다.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 신장으로 인해 오늘날 국제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과 참여를 요청하는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다. 전세계를 관할하는 보편적인 국제기구인 UN의 개혁문제에서부터 후진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논의하는 회의, 핵문제,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법치질서의 확립을 위한 국제법 회의 등 오늘날 제반 의제영역에서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높다. 과거 우리의 국력이 현재보다 미진했을 때는 우리의 외교가 주변 4대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안보 및 경제통상외교에 집중되었으나, 이제는 우리 외교의 영역이 국제공동체의 발전과 전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을 위한 기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도 안보, 경제 통상 등 전통적 외교영역을 넘어 보편적 인권, 인간개발, 민주주의 확산, 여성의 역할확대 등 다양한 가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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