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에 가면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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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에 대한 책은 솔직히 지겨워서 더 볼 마음이 없는데, 나올 때마다 꼭 펼쳐 보게 된다. 하지만 '역시…' 하고 금세 덮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서에 가면>(학영)은 제목이나 표지부터 끌리는 점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는 두 지점에 매우 흥미를 느껴 후루룩 읽었다. 일단 '합쇼체'와 '해요체'를 섞어 번역했다는 일러두기가 매력적이었고, 저자가 서문 첫머리에서 "이 책은 일반적으로 로마서와 관련된 책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본문은 편안하게 읽혔고, 내용도 바울의 편지에 담긴 '우주적 지평'을 잘 설명해 줘 다시 로마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판사가 자랑하듯 써 놓은 '저자가 무슨 메달을 받았다'느니, '어느 학회 회장이었다'느니 하는 이력이 아니더도 이 책이 생생하게 보여 주는 두 가지 특징은 독자들에게 권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로 시작해 노래로 끝내는 센스, 단 한 문장도 이해가 어렵지 않은 간명함,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여러 신학자의 논의를 사이사이 적절히 녹여 내며 로마서의 맥락과 바울이 말하고자 한 바, 오늘날의 적용점까지 풀어 내는 저자의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몇몇 책에서 이름만 얼핏 봤을 뿐 전혀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여성인 걸 알았다. 이것이 이 책의 세번째 매력이다. 사실 앞의 두 매력이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을 찾아 센스 있게 번역·출간한 번역자와 출판사에게(사실 1인 출판사라 번역자와 발행인이 같다) 크게 감사하다. 다만 번역은 약간 거친 부분이 있었고, 판형을 조금 더 작게 만들어 손에 쏙 들어오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한 줄 평: 후루룩 읽고 나니 로마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021. 3. 2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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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주님의 식탁으로 - 성찬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비아 에세이
윌리엄 윌리몬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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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문에 대면 예배가 불가능해졌을 때 온라인 예배와 성찬에 대한 논의가 나름 뜨거웠다. 온라인으로는 예배나 성찬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딱딱한 교리도 답답하지만, 그것을 너무 손쉽게 여기며 '그냥 하면 된다'는 입장에도 좀 더 숙고해 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배나 성찬의 진정한 의미는 신학적 논리와 규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그 속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감각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성찬을 어떻게 경험하고, 그 감각을 어떻게 체득하고 있는가'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라, 주님의 식탁으로>(비아)는 성찬에 얽힌 신학적 이론을 논하기보다는 공통 감각을 일깨우는 데 치중하고 있어 내 질문에 잘 와닿았다. 이 책은 성찬에서 어떻게 빵과 잔이 몸과 피가 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성찬을 거행해야 하는지도 별로 알려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엄숙한 예배 시간에 거행되는 전례로서의 성찬보다는 우리 신앙과 일상 구석구석마다 차려진 주님의 식탁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누리도록 이끌어 준다. 그래서 성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주님의 몸과 피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이 되는지 선명하게 알려 준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성찬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던데, 나는 성찬보다는 교회 밥이 당겼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교회의 쿰쿰한 지하 식당에서 먹던, 배는 금방 꺼지지만 왠지 당기던 그 밥이 떠올라서 따뜻하고 행복한 독서였다.

한 줄 평: 교회 밥 '땡기게' 하는 책.

(2021. 4. 1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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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 힐레숨 - 근본적으로 변화된 삶
패트릭 우드하우스는 지음, 이창엽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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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 윌리엄스의 <루미나리스>(복있는사람)에서 에티 힐레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고, 최근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부키)에서 다시 그 이름을 들었다. 그의 일기와 편지를 좀 더 읽고 싶었는데, 드디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에 관한 책이 번역됐다 해서 매우 반가운 마음이었다(다만, 이 책은 1차 저작이 아니라 그가 남긴 편지와 일기를 정리해 소개하는 책이다). 그의 이력이나 다른 이들이 언급한 내용을 보며 이미 기대한 대로, 홀로코스트를 거치면서 발견한 인간의 심연과 신앙에 관한 귀중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추천사에 담긴 로완 윌리엄스의 말대로 '수용소 감방의 철학',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가 서구 사회에 남긴 충격과 상처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에티 힐레숨의 삶과 생각 속에서 그 상처를 넘어서고자 하는 진지한 몸부림과 여전히 빛나는 희망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홀로코스트의 상처가 전형적인 질문과 전설적인 인물 몇 명으로만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떨쳐지지 않았던, 그래서 사실 집중하기 어렵게 한 질문은 이것이다. 오늘 우리의 홀로코스트는 무엇인가? 어쩌면 지금 여기의 삶도 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데, 오늘 우리가 찾아야 할 사람은 누구이며,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한 줄 평: 전설적 인물, 여전히 빛나는 희망. 하지만 떨쳐지지 않는 질문.

(2021. 7. 28, 뉴스앤조이 별의 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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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의 산상팔복 이야기 믿음의 글들 376
이덕주 지음 / 홍성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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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에 나란히 실려 있는 팔복과 주기도문은 수많은 설교자·학자가 해설에 도전한 본문이다. 더는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자칫하면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빠질 확률이 높다. 이 본문을 택해 책을 내겠다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혹은 뻔뻔함)이 있거나, 이 본문에 대한 깊은 애정과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덕주 교수님이 팔복에 관한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는 '왜 굳이 이걸?'이라는 의문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덕주 교수님이라면?'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다행히도 책을 다 읽고 남은 건 '역시 이덕주 교수님…!'이라는 감탄이다. 당신이 평생을 탐구한 한국 그리스도인들 이야기를, 평생 묵상해 온 팔복 본문에 잘 흡수시켰다. 유대-헬라 문화의 '복' 이야기를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복' 이야기로 토착화했고, 과거 이야기와 오늘의 현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경과 오늘의 세계가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딱히 새로운 정보나 독창적인 통찰이 있는 책이 아닌데도 이렇게 빨려 들어가서 읽고 깊이 공감한 책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 아니라 진솔한 성찰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멋진 책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을 위한 복이며, 한국인들이 추구해야 할 복이다. 오늘을 사는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한다.

한 줄 평: 이것이 한국인들을 위한 복이며, 한국인들이 추구해야 할 복이다.

(2021. 8. 2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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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러난 하늘나라
폴라 구더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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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생경함이 아직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지옥은 정말 없을 거라고 결론지었다. 영원한 형벌로 겁주는 지옥이 없어지자 속이 시원했다. 지옥을 없애고 난 다음은 천국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한 결과 (내가 생각하는) 천국도 없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저 높은 우주에, 수정 강물이 흐르고 황금성이 서 있는, 착한 사람은 금 면류관을 나쁜 사람은 개털 모자를 쓰는 그런 천국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옥을 없애는 것보다 천국을 없애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그러면 장차 나와 이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천국이든, 하늘나라든, 하나님나라든, heaven이든, 우리는 갈 곳이 필요하고 지금 여기를 넘어 저기를 바라보는 소망이 필요하다. 그것이 영원을 사모하는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이 제각각이고, 성경에 기록된 하늘나라의 모습도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하늘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요모조모 살피면서 천국, 하늘나라, 하나님나라, 아무튼 저 너머의 세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가적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독자들이 가진 하늘나라 이미지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 너머의 하늘나라를 오늘 여기의 현실과 연결하려 애쓴 흔적이 보여 좋았다. 책의 내용과 크게 상관없는 한 가지 아쉬움은 제목인데, 굳이 톰 라이트를 의식해서 책 제목을 이렇게 정했어야 했나 싶다. 원제는 그냥 Heaven이다[사실 톰 라이트의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나라>(IVP)도 원제는 한국어 제목과 별로 상관없는 Surprised by Hope이다]. 


한 줄 평: 천국, 하늘나라, 하나님나라, 아무튼 저 너머의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2021. 9. 24,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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