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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는 당신에게 - 쉴 틈 없는 업무의 나날 속에서 영성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이정규 지음 / 좋은씨앗 / 2017년 2월
평점 :
괜히 헬조선이 아니다. 노동시간과 환경에 대한 각종 기사와 통계지표들은 우리의 일터, 나아가 일상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직장에서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법’ 만큼 부질없는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회에서는 딱 그정도 이야기를 십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야근하는 당신에게>의 저자 이정규 목사는 아마도 이 괴리를 정확히 본 것 같다. 그는 직장 생활에 지쳐하는 교회의 지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그런 처지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붙들어야 할 신앙의 가치와 참된 안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차근차근 우리의 노동현실을 살피고, 십계명을 비롯한 성경의 규범들을 근거로 잘못된 현실을 평가하는 그의 시선은 평범하면서도 성실하고, 사려깊다. 일터와 일상, 교회에서 안식을 누리기 위한 방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지침들도 충분히 설득력 있고 목회적으로 따뜻하다. 신앙과 일터, 신앙과 일상을 이어내려는 목회자가 쓸 이야기들로서는 최선에 가까운 책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걸리는 점 두가지를 지적하며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한 더 나은 책들을 기대하고 싶다. 첫째로 일상신학은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 일상의 가장 큰 부분을 구성하는 일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일꾼(노동자)들이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둘째로 일터의 문제에 대해 접근할때는 신앙적 관점 외에 사회 구조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근하는 당신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바로 당신이 좀 나서서 이런 책 써주면 좋겠다.(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