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주님의 식탁으로 - 성찬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비아 에세이
윌리엄 윌리몬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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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문에 대면 예배가 불가능해졌을 때 온라인 예배와 성찬에 대한 논의가 나름 뜨거웠다. 온라인으로는 예배나 성찬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딱딱한 교리도 답답하지만, 그것을 너무 손쉽게 여기며 '그냥 하면 된다'는 입장에도 좀 더 숙고해 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배나 성찬의 진정한 의미는 신학적 논리와 규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그 속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감각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성찬을 어떻게 경험하고, 그 감각을 어떻게 체득하고 있는가'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라, 주님의 식탁으로>(비아)는 성찬에 얽힌 신학적 이론을 논하기보다는 공통 감각을 일깨우는 데 치중하고 있어 내 질문에 잘 와닿았다. 이 책은 성찬에서 어떻게 빵과 잔이 몸과 피가 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성찬을 거행해야 하는지도 별로 알려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엄숙한 예배 시간에 거행되는 전례로서의 성찬보다는 우리 신앙과 일상 구석구석마다 차려진 주님의 식탁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누리도록 이끌어 준다. 그래서 성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주님의 몸과 피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이 되는지 선명하게 알려 준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성찬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던데, 나는 성찬보다는 교회 밥이 당겼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교회의 쿰쿰한 지하 식당에서 먹던, 배는 금방 꺼지지만 왠지 당기던 그 밥이 떠올라서 따뜻하고 행복한 독서였다.

한 줄 평: 교회 밥 '땡기게' 하는 책.

(2021. 4. 1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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