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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라는 부제가 붙은, 보다-읽다-말하다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책이다. 제목 자체가 굉장히 직관적이라, ‘보다’는 말 그대로 일상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에 대해 쓴 글의 모음집이다. 분량이 많지 않고 잘 읽히는데 나름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었다.
예를들어, 이 책에서는 최근 뉴욕에서 유행한다는 ‘폰 스택’ 게임 – 휴대폰을 테이블 한 가운데 쌓아놓고 먼저 폰에 손을 대는 사람이 밥값을 내는-을 소개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나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서로 대화와 식사에 집중하자는 좋은 취지만을 인지했으나, 파워게임의 면모가 있다는 말에서는 적극 공감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더 오랜 시간 스마트폰에 무심할수록 더 힘이 강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부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이런식으로 멀어지는데,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고, 왜냐하면 ‘중요한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의 타격은 부자나 권력자와는 달리 크기 때문이란다.
직장이나 외적인 사회생활을 떠나 개인간의 관계에서도 이 파워게임은 유효하다고 생각이 든다. 남녀사이에서도 상대에 대해 무심할수록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무래도 둘 중 상대를 좀 더 좋아하는 사람이 한번이라도 더 먼저 연락하고 애태울 테니까.
반스앤노블 같은 대형서점에서 어떤 책을 어떻게 진열할 것인지도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결정한다는 내용도 재미있으면서 충격적이었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판단 따위 의존하지 않는단다. 서점 직원은 책을 손님에게 권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에서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책을 진열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는데, 아직은 사람의 힘(?)을 믿는 나로서는 이게 꼭 사실이지만은 않기를 바래본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되기 위해 삶에 조금씩 변화를 주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예측 가능한 사람은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 특히 생활패턴의 엄정함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었다. 그러나 정말 나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자꾸만 자극을 주라고 하는데? ‘출근길을 바꾸고 안 먹던 것을 먹고 안 하덧 짓을 하며 난데 없이 엉뚱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수성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지금처럼 내가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오히려 여러가지 변화를 주며 살아가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주제의 글들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리즈의 다른 두 권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보다’가 가장 먼저 책이 왔고, 강연을 풀어 쓴 글들인 ‘말하다’, 그리고 책과 독서에 관한 ‘읽다’ 순으로 책이 나와있다.
책에서 갈무리 한 부분.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