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 에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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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창 인생의 여러 사안들에 대한 고민이 많던 작년 말 즈음,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제목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듯 한 기분이라 사게 된 책이있다. 바로 ‘미움받을 용기’. 비록 실제로 읽기 까지는 그 후로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렸지만 아무튼 책장에 꽂아놓고 오다가다 책을 바라만 보아도 어쩐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들러라는 이름은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뭔가 이리저리 꼬여 풀리지 않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듯 하여 그 후로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사실 꼭 늙어감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들러의 심리학 책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주제, 그 중에서도 ‘목적론’과 ‘과제의 분리’라는 주제는 개인적으로 ‘미움받을 용기’를 읽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목적론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을 얘기하는데, 예를들어 ‘무엇을 할 수 없다’라는 목적을 만들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불안, 우울, 공포 같은 감정을 지어낸다는 것이다. 요즘도 수시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내가 지금 이걸 회피하고 싶어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고 있는건가? 하는 식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도구가 된다.



과제의 분리는 어떠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과제는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자신의 과제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신뢰’와 관련된 부분을 얘기했는데, 신뢰란 조건을 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배신할 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타자이므로, 타자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나도 신뢰를 주겠다가 아닌,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주목하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늙어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 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누구나 늙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게 마련이라 실제로 그냥 아무렇게나 살며 늙어가는 대신, 나 자신을 추스르고 어떻게 늙어갈지를 염두에 두며 살고싶다.

예를들어, 질병에 관한 문제는 다른 인생의 과제처럼 용기있게 맞이해 응답하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병이란 결국 자신과 신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로서, 질병으로 회복되었다 할지라도 이는 병이 들기 전 몸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신체와의 새로운 관계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편리한 구실거리고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에는 정말이지 뜨끔했다. 올해 새로이 중국어를 공부하겠다고 덤벼들었는데, 역시 학생 때와는 달라, 단어가 외워지질 않는다니까 하며 포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뒤쳐지기는 싫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공부를 시작했지만 결국엔 하기 싫은 것이 진심이 아니었을까? 숨겨온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마지막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 즉 라이프스타일과 그 선택에 관한 부분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가 자신에게 주는 것이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애초에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면 다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재앙이 찾아 왔을 때 어떻게 맞설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나이듦은 허영심, 자만심, 명예욕을 내려놓는 용기의 여정이라고 얘기한다.

벌써 올해도 추석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다. 새해 계획을 세운 것이 얼마 전 같은데, 그러고 보면 시간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에 떠밀려 그냥 나이만 들어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야 (정확히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에 따라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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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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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포의 한 토착민의 재산권을 둘러싼 일련의 소송들을 대리한 변호사가 쓴 책으로, 무려 10여년 동안 20여번에 걸쳐 진행해 온 민,형사, 재정신청, 가처분 등에 대한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내 기준으로는 – 아니,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보아도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지만 – 소송거리조차 될 수 없어 보이는 사안인데, 얼토당토 않은 논리와 위증을 거듭하는 증인들의 진술에 힘입어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패소까지 하게 되는 일련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저자의 차분한 필체에도 불구하고 현 사법현실에 대한 절망감과 분노가 끓어오른다. 아니 그 담담함 때문에 분노가 더 증폭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건과 관련된 전, 후 사정과 각종 기록이 상세히 적혀있고, 필요한 경우 앞에 나왔던 판결문 등의 내용이 다시 옮겨져 있거나 정리되어 있어서 앞뒤를 뒤적이며 읽을 필요가 없던 것은 이 책의 장점이었으나, 대신 책의 분량이 그만큼 늘어난 것은 단점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법률용어나 판결문이 쉽게 읽히지만은 않아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회사에서 구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국내 대기업과 만나고 협의해야 하는 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구매니까 이른바 ‘갑’ 이고 그들은 ‘을’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물론 요즘은 구매라고 무조건 갑은 아니고, 꼭 대기업이 아니라도 팔면서 갑질하는 곳들, 많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며 대기업을 상대로 오랜 시간 법정다툼을 벌여온 이 변호사,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건 전체를 통하여 대기업 H건설에 우호적으로 흐르는 정서에 기가 막힐 뿐이다. 힘없는 변호사를 선임한 기을호의 처지가 처량할 뿐이다 (p.280)”라고 부분에서는 정말 울컥했다.



나아가 변호사씩이나 되는 사람도 인맥이 받쳐주지 않거나,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게 아니라면 그 세계에서도 힘든 것을 보니, 이 갑갑한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좀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변호사 되기가 쉬운 것도 아니었을텐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변호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더 이상 법정에 서는 것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었고 두려웠다고 했을까. 그래,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든 걸거야, 하면서.



“힘 있는 자에게는 여러모로 편한 세상이고, 힘없는 자에게는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자체가 그러한 세상이었다. (p.264)”



이런 책을 쓸 필요도, 읽을 필요도 없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서평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다만, 정말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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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두리 2025-07-0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옹두리 입니다.
소중한 리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도서출판 옹두리 올림-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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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할 때 가급적 우울의 끝까지 가보는 편이다. 아주 바닥을 치고 나면 올라가지겠지 싶어서.그런데 현실에서는 언제까지고 우울해 하기엔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로는 최대한 많이 잠을 청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곤 한다. 물론 항상 잠을 잘 수는 없으니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는데,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해결책은 아직까지 딱히 찾지 못했지만.



이 책은 저자가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파고든 것들’에 대한 글 모음으로, 여기에 소개된 책과 영화의 상당부분이 찾아 보고 싶게 만든다. 특히 요즘 개인적으로는 직업과 직장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가장 심해서 그런지 이 주제와 관련된 장에 소개된 책 ‘일의 기쁨과 슬픔’, ‘회사 가기 싫은 날’과 영화 ‘카모메 식당’은 꼭 챙겨보려 한다.



한창 직업적인 방황(?)을 하는 중이라서, ‘시켜만 주면 영혼까지 팔 수 있을 것만큼 소중했던 일이, 이제는 일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일일수록 사람을 쥐어짤 수 있는 데까지 쥐어짜게 마련’이라는 말에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면서까지 격하게 공감했다. 분명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는 절실하게 바라던 일자리였는데 왜 지금 나는 이렇게 배부른 투정을 하는지.. 왜 이리도 출근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것 인지… 아마 일 자체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특정 업무를 수행하려면 필연적으로 맞서야 하는 갈등상황과 이른바 ‘욕먹는’ 상황이 싫은 것 같다. 사실 사람은 타인과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고, 계속해서 부딪혀 상처입으며 우리는 그렇게 여물어간다. 그렇지만 그렇다고해서 상처받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어떤때는 씩 한 번 웃고 넘어가는 날도 있고, 다른 날엔 세상의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진 듯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것인가보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확실해지는 건 없으며 계속되는 불안함과 막막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 사는 건 원래 힘에 부치고 괴로운 일이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이 책에서 처음 읽은 것도 아닌데 한창 울적해있던 나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하는,조금은 안도하는 마음부터,너무 아등바등 안달복달 하지말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하는 다짐까지.




이 책을 읽으려고 두 손으로 잡아드니 일단 무엇보다 표지가 화사하다. 내지도 꽃으로 넘쳐난다. 아, 예쁘다 하는데 안쪽에 그림설명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 것으로 겉보기에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구나 고민과 아픔, 슬픔을 감추고 있다고. 우린 모두 다 힘들고, 조금씩은 우울하고, 미치도록 기쁜날도 있고..우린 다 그런가보다. 아무쪼록 지금의 울적함을 빨리 벗어날 수 있길, 그리고 나중에 다시 우울함이 찾아와도 잘 이겨내길.


마지막으로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인용된, 영화 <안경>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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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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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대답한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이가 들어 적당한 때가 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소위 ‘평범한’ 가족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가능성 –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 혹은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가능성, 등 – 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결혼하여 소위 4인가족이 되는 것이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이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아마 내가 외동딸이라 북적거리는 가족에 대한 로망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또래들 보다 일찍 결혼하는 집안 분위기도 한몫 했을 것이고. 실제로 스물다섯 되는 해에 들은 새해 덕담이 올해는 시집가라였으니까.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고 주변에 결혼해서 애기를 낳은 사람, 결혼은 했지만 아이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 결혼할 생각도 없는 사람, 더 나아가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사람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을 목격하고 또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름 굳건하던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에.


우리는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했듯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가 다른 개인인데, 가족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그 안에서 개인은 매몰되고 만다. 심지어 대부분의 가족은 늘 살얼음판을 디디면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나처럼 가족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경우에 따라 어이없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는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품지 말라고 얘기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낙담과 불평을 불러오는 최대의 요인이며,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자기 나름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도 가족이 있으면 안심한다고 표현한 데에는 적극 공감했다. 그게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가족인지도 모르면서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매정하다. 마찬가지로 직업이나 결혼을 결정할 때,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저자의 처방은 이렇다. 가족은 생활을 함께하는 타인들이라고 생각하라는 것, 그리고 핏줄과는 별개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대를 배려하고 돕는 것이 가족이라고. 그러고 보면 제일 가까이 있는데도 의외로 서로 잘 모르는 사이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와 개인은 애당초 반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아닌, 양보와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나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어지간한 큰 계기가 생기지 않고서야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가족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물론 나 혼자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우리 가족만의 고유한 모습, 배려와 격려가 기본이 되는 가족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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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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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독서에 대해 우리가 나눠야 할 모든 이야기)


조선우 / 책읽는 귀족/ 2015.08 (2015.08 읽음)



한 때 내가 꿈꾸던 공간이 있었다. 나만의 책 공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도 열린, 이를테면 북카페 같은 곳. 내가 고른 책들로 가득 채워진,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원하는 사람에게는 책도 골라 추천해주는 곳. 나는 그렇게 ‘북소믈리에’가 되고 싶었다. 아직 ‘..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기엔 너무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 제목에 아예 ‘북소믈리에’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라니. 열린 서재나 북카페는 일단 공간이 필요하지만 (따라서 필연적으로 돈도 필요하다), 북소믈리에는 물리적인 여건과는 별개로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었다고 무조건 인생이 성공하지 않으며, 또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지 말라고도 했다. 자랑 할만큼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책 안 읽는 시대에 그래도 평균이상 읽는다며 자랑해온 나는 뜨끔했고, 더군다나 요 근래에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보다는 빨리 읽히고 쉽고 재미있는 책을 주로 읽어왔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나는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조건 고전이나 인문서를 읽으라고 떠미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만의 무게중심을 잡을 때까지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고, 대중적인 책들도 섞어 읽으라는 것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은 있지만, 반면에 자기의 기질에 맞는 책은 자기가 선택하되, 그 책임도 지라는 것이 신선했다. 보통 ‘나만 믿고 따라와’하는 류의 책들이 많으니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이른바 ‘신토피칼 독서법’이나,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는 일명 ‘작가 페티시 독서법’도 소개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책을 재미있게 고르고 읽는 방법들이니 참조하면 좋겠다.


독서는 타이밍이라는 것도 매우 공감한다. 똑같은 책이라도 다시 읽어보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것을 보기도 하고, 연령대나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은 간간히 과격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드는, 강한 문체이다. 저자가 출판사 대표라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사장님에 대한 편견..?).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책이 아닌데 동어반복의 경우도 눈에 띄고, 이 책이 회사 사보도 아닌데 출판사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설파한다거나, 출판사 이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사람에 대한 과격한 반격(?) 등은 아쉬웠다. 물론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지만.


그런데 강하게 읽히는 문체는 사실 어떤 조언이든 거침없이 해 줄 수 있는 든든한 큰언니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롤모델, 멘토, 좋은 벗을 꼭 만들라고, 그래야 힘든 세상사에 지쳐 넘어지더라도 버텨낼 수 있다고. 어려운 책이라는건 그래봐야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이 쓴 책이니 도전의식을 가지라고. 처음엔 책만 읽지만, 그 다음엔 세상을 읽고,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읽게 된다고.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행복을 준다. 읽을 책을 쌓아두고 바라만 보아도 좋다. 나도 언젠가는 북소믈리에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를,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은 책들을 추천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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