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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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대답한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이가 들어 적당한 때가 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소위 ‘평범한’ 가족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가능성 –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 혹은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가능성, 등 – 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결혼하여 소위 4인가족이 되는 것이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이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아마 내가 외동딸이라 북적거리는 가족에 대한 로망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또래들 보다 일찍 결혼하는 집안 분위기도 한몫 했을 것이고. 실제로 스물다섯 되는 해에 들은 새해 덕담이 올해는 시집가라였으니까.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고 주변에 결혼해서 애기를 낳은 사람, 결혼은 했지만 아이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 결혼할 생각도 없는 사람, 더 나아가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사람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을 목격하고 또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름 굳건하던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에.


우리는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했듯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가 다른 개인인데, 가족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그 안에서 개인은 매몰되고 만다. 심지어 대부분의 가족은 늘 살얼음판을 디디면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나처럼 가족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경우에 따라 어이없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는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품지 말라고 얘기한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낙담과 불평을 불러오는 최대의 요인이며,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자기 나름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도 가족이 있으면 안심한다고 표현한 데에는 적극 공감했다. 그게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가족인지도 모르면서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매정하다. 마찬가지로 직업이나 결혼을 결정할 때,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저자의 처방은 이렇다. 가족은 생활을 함께하는 타인들이라고 생각하라는 것, 그리고 핏줄과는 별개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대를 배려하고 돕는 것이 가족이라고. 그러고 보면 제일 가까이 있는데도 의외로 서로 잘 모르는 사이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와 개인은 애당초 반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아닌, 양보와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나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어지간한 큰 계기가 생기지 않고서야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가족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물론 나 혼자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우리 가족만의 고유한 모습, 배려와 격려가 기본이 되는 가족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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