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안정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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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전세계 32개국을 여행하면서 쓴 글 모음인데, 총80여곳의 여행지, 그러니까 총 80개의 글의 모음집이다. 여행기라고는 하지만, 특정한 동선을 따라 쓴 것은 아니고, 지역으로 장이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그저 여행지마다 일기처럼, 편지처럼, 혹은 한편의 소설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각 여행지마다 책이 소개되는데, 여행 그 자체로도 부럽지만 이렇게 다양한 저자의 다양한 책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가장 그 여행지와 분위기에 적합한 글들을 인용할 수 있다는 게, 그 독서내공이 부러웠다. 알고보니 저자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이시라고한다. 어쩐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부러움은 더욱 커진다.



여행은 혼자 다녀온 곳도 있고, 아마도 저자의 남자친구(?)로 추측되는 ‘준’과 함께한 곳도 있고, 짧게 혹은 길게 머문 곳으로도 나뉘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듣는 지명도 꽤 많았다. 덕분에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목록은 예전보다도 더 늘어났다.



예컨대, 언젠가는 러시아에 가보고 싶다 – 백야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물론 백야만을 위해서라면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다른나라도 있으니 꼭 러시아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보면 꼭 러시아에 가야 제대로 된 백야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러시아에는 백야도 있지만 도스토옙프스키의 나라니까.



칠레 비냐델마르 편은 그저 부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그 이유는 저자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냐델마르에서 나는 인간이었다. 세상이 내게 지운 모든 의무와 부담을 벗어놓은 자유로운 영혼. (…) 우리 손에는 자유라는 이름의 카드 두 장이 쥐어져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추측컨대 이 두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듯하다.



각 장마다 수록된 사진과 일러스트는 책을 읽는 동안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을 감싸고 있는 표지이다. 보통 띠지가 아래쪽에만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위 아래로 띠지가 나뉘어져 있는 듯해서, 예쁘긴 하지만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띠지가 아니라 겉표지였고, 이 겉표지를 벗겨내어 펼쳐보면 총 네 개의 일러스트를 담은 멋진 포스터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오미와 가나코’ 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로 만나게 된 특이한(?) 표지.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여행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사실 다른 사람 이전에 자기 자신과도 가장 정직한 방법으로 만나게 되는 길인 것 같다. 늦가을로 접어드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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