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의 작가별 취업 면접 : 고전편
참붕어 지음 / 다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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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나의 인터넷 생활(?)은 업무 관련된 것과 쇼핑, 그리고 뉴스, 이렇게 세 카테고리로 크게 나뉜다. 이런 빈약하고 편협한 인터넷 사용 패턴 와중에도 ‘한국 드라마의 문법’이라는 글은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쓴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참붕어’이다. 인터넷 조회수가 650만에 달하고, 그게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상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단일 유머 글이라고 하니 어쩐지 영광이다. 다만 그 글을 다시 읽어보려고 책에 인쇄되어있는 QR 코드를 타고 가봐도 그 글은 현재 비공개 포스트라 아쉽다.



이 책은 저자가 저자만의 방식으로 젊음을 위로하고 그들의 지친 영혼을 잠시나마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특히 한창 취업이 삶의 화두인 세대에게는 더더욱 와 닿을 법하다. (배부른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취업이나 면접과는 한 발짝 떨어져있는 나도 공감하는 바가 컸으니까.

이 책에서 나오는 작가는 이상, 나츠메 소세키 등이 포함된 아시아 작가들, 마크 트웨인, 셰익스피어 등이 포함된 영미권 작가들, 쌩 떽쥐베리나 카잔차키스가 포함된 지중해 작가들, 그리고 괴테와 니체가 포함된 유럽 내륙 작가 등 네 그룹으로 나뉘어있고, 취업과 면접에 대한 패러디가 펼쳐지는 책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글들을 보고 웃으려면 사실 그 작가 특유의 문체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일종의 하이개그(?)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보니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작가들의 책을 다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문체나 분위기를 정확히 모르는 작가들의 경우 아무래도 와 닿는 정도가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직도 독서내공이 한참 부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분량은 짧았지만 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 패러디,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기억에 남고, 희곡 형태로 쓰여진 셰익스피어 편도 참신하고 좋았다. 때마침 ‘죄와 벌’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 도스도예프스키 편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조지 오웰의 ‘1984’ 패러디였는데, 작금의 현실이 여지없이 반영되어있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부터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정규직이 되었다. 완벽한 유체화를 이룬 노동 유연성은 하루아침에 100만 명이 해고되고, 또 그 다음날에 다시 100만명이 취직되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라거나,

‘오직 이런 비참함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공무원밖에 없었다’, 혹은,

‘오늘날 노동법이란 단어는 대중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시민을 위한 노동법이 사라진 오늘날 시민들은 더 이상 노동법의 권위를 빌리지 않았다’라고 쓴 부분들은 다분히 ‘1984’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낄낄거리고 웃으며 읽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씁쓸해지기도하게 만드는 이 책은, 현대 문학을 토대로 하는 ‘현대편’이 곧 출간된다고 한다.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실릴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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