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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한번쯤은 다 읽어봤을 것이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책들.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어린이용(?) 축약본으로만 읽었던 듯 한데, 아무튼 이 두 권의 책, 그리고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는 뭔가 유쾌하고 밝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마크 트웨인이 본명이 아니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책 제목과 같은 단편 ‘미스터리한 이방인’과 짧은 세 편의 꽁트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16세기 오스트리아의 에셀도르프라는 작은마을을 배경으로 삼총사인 니콜라우스, 세피, 그리고 ‘나’ 테오도르가 겪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사탄’이라는 이름의 천사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처음엔 살아서 사탄 가문에 속한 천사를 본다는 것에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더군다나 이 사탄은 거의 ‘신’급으로 외모도 훌륭하고 매력적이며 사람들을 매혹시킬만한 각종 재주를 부릴 수 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운명, 특히 수명에 대해 관여하는데 고통을 줄여주고 행복을 주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방법과는 전혀 달라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사탄은 이야기 중간중간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비웃는데, 아니라고 항변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아 화가 나기보다는 슬퍼졌다. 신에 대한 모독도 서슴지 않지만, 인간의 ‘도덕관념’이라는 개념도 신랄하게 꼬집는다. 선악을 구별하는 개념인 도덕관념은 무엇이 선악인지 선택하는 자유가 개인에게 있음으로 하여 대부분의 경우 선택의 오류로 죄를 택한다는 것이다. 진정 모든 죄를 없애고 싶다면 도덕관념을 없애란다. 도덕관념이 없으면 죄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데 인간은 불합리해서 이걸 깨닫지도 못한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짐승 같은 짓’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탄은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한다. 짐승 같은 짓이 아니라 인간적인 짓이라고, 함부로 짐승을 모욕하지 말라고. 이 부분에서 나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 범죄자 등을 다루는 기사에서 많이 사용되는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모습)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이지만 사실 이 말은 짐승들에게 실례라는 생각을 늘 해오던 터였다.
어쨌든 인간에 대해 극단적으로 냉소적인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마크 트웨인에 대한 이미지마저 바뀌고 말았다. 동화작가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두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을 보니, 그에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 책을 쓸 무렵 사랑하는 딸을 잃고, 곧이어 아내와 다른 딸도 연달아 잃었던 것이다. ‘삶의 허무함, 인간과 신에 대한 지독한 경멸, 극단적인 비관주의와 염세주의’는 결국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 작품을 그의 살아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마크 트웨인의 본명)’의 세계관은 담았을지언정 ‘마크 트웨인’의 작품으로서는 드러내지 않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밖에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이야기는 총 네 가지의 버전이 있었으며, 그 중 마지막 버전을 편집자인 앨버트 페인이 정리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마크 트웨인의 생애 마지막 집필작이며 국내 최초 번역본이라니 여러모로 귀한(?) 책이었다.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세 편의 짧은 콩트는 각각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사실 ‘미스터리한 이방인’의 이야기의 잔상때문인지 ‘(원래 내가 생각하던) 마크 트웨인답다’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분량이 많지 않으니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