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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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렵고 차별을 당하고 있다, 고 소리치는 약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편 가르기가 아니다.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킹이 원하는 것도 지금보다 나은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고마워고, 또 다행스러웠다.
-p.115

나는 애니어그램 3번 유형의 사람이다.
잘 해야하고, 잘 해내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야 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은 나를 위한 배경이 되야 마땅한..

어느 날, ˝승리의 깃발을 함께 흔드는 것보다 패자의 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라는 구절을 보면서 바로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늘 빛나기 위해서 남과 경쟁하고, 남을 짓밟는 삶이 지긋지긋하고, 피곤하고, 너무나 힘들었다.

약자들의 편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경씨가 멋지고 좋다.
그리고, 더욱 멋지게도 이유정 작가가 쓴 이 책의 ˝유일한 탈출구˝ 챕터 앞자락에는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 인용한 어떤 문장이 나온다. 그 문장은 바로 이러하다.

<가끔은 살아남기 위해서 거만하고 못된 년이 되어야 해.
가끔은 여자가 자기를 지탱하기 위해 못된 년이 되는 수밖에 없어.>
-스티븐 킹,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

아아, 무엇보다 뿌듯하다.
이 책을 작가에게 소개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유정씨는 아실까, 모르실까?

이렇게 늦은 밤,
다락방님 책에 대한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좀 안되었지만,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미친듯이 좋아해서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되었으나,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 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처럼, 내가 지향하는 가치의 것과 반대되는 것을 향하고 있으며
무질서한 애착을 끊지 못하고 있고, 아무나 좋아하고, 아무에게나 애정을 갈구하고, 또 그러한 나 자신을 알기에,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며 사랑해줄 수가 없었다.

모든 잘못된 일들이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이런 넋두리도, 사람들은 너무나 지겨워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내게도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잘 지내냐고,
나는 너가 궁금하다고.

어떤 대답을 드려야 할까?
그저 솔직한 대답이면 좋을 것 같았다.
안부를 물어봐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나도 이러저러한 삶의 질곡끝에, 패자의 곁에 서 있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책에서 봐서 너무 기뻤다고.

두서없는 글줄기들이 리뷰되기,를 망치고 있을까봐 너무나 두렵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어, 내가 꼭 하고 싶은 한가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오늘 성당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연습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고 있는 한 아이를 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자기들끼리 의논하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함께하며 지지해주는˝것을 선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럴 때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스콧 펙 박사의 <평화만들기>라는 책에서
리더가 무력해질 때, 공동체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진정한 공동체가 된다고 했다.

이러한 진정한 공동체를 만날 때 마다, 나는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
내 주위의 이웃들이 얼마나 선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 약자들을 보호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경이롭다.

그 경이의 자락을 함께 붙잡고 있는 동지, 락방님.
이유경 작가님께 역시 경의를 표한다.

사람이 축 늘어져 있다가,
삶의 한 부분을 목도하게 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주고,
또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게 해 주다면.
그것만큼 한 생명체로써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더 어디 있으랴.

락방님.
더 많이 웃고 울면서.
함께 살아갑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안부를
더욱 자주 물어봐주세요.

지치고 힘든 여린 그들에게
지금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안부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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