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를 쓰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엄빠가 이혼 소송 중이다
오늘 언니가 형부와 김변/인지 이변인지를
만난다고 내가 7.5세 조카 둘을 돌본다

저녁에 백건우 공연도 날리고
휴가가 날아가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등기로 도착한 소장은 보지도 않았다

사람은 왜 만나서 사랑을 해서
고통을 당하고
연좌제.세습으로 이어지나

돌로레스 클레이본처럼
작중 인물의 말대로
애 낳는거 난 반댈세
생이라는 지난한 고통을 주는건
잔인한 짓이니

처음으로
그런 정직한 말을
들어본 것에 대한
충격으로
할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제는
동화같은 영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보았다.

아파트 수위인 르네가,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다˝라고 말하자
일본인 오즈가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안나 까레리나의
다음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둘의 첫 만남였다.

르네의 고양이 이름은 레옹인데
레옹 톨스토이에서 따왔을거라고
하는 것도 오즈다.

오즈의 고양이 이름은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에서 땄고
그것을 르네가 안다.

당근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도 나온다.
산더미 같은 책을 숨어서 읽는
르네를 알아본 사람이 나타났다

르네는 꽃이 되었다.

근데 그런 사랑이 있는가
뚱뚱하고 늙은 여자에게
누가 이름을 불러주는가

40년을 함께 산 두 분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할 것이다

엄마는 꽃이 되고 싶으셨을까
누가 그 분의 이름을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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