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화장"을 읽고서, "칼의 노래"에서 보였던 "남자다운 힘"이 다 빠져버린 게 아닐까 못내 서운하고 섭섭하기도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오히려 "화장"에서 오래 전 그, 논란이 되었던 페미니즘 발언에 화해를 청하는 글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번 김훈의 "개"는 어떻게 보면 동화 같기도 하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기도 하고, <금수 회의록>같기도 하다. 나이브하게 읽히기보다, "김훈"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김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고 저런 표현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꾸만 이런 생각이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해보았다.

-보리.보리. 이놈아. 안 나왔냐!!
나는 더 이상은 장난 칠 수가 없었다. 나는 총알처럼 몸을 날려 선착장 끝 쪽으로 달렸다. 나는 주인님의 밧줄이 떨어질 자리를 미리 헤아려서 대기했다...돌아오는 주인님이 뱃전에서 밧줄을 들고
-보리.보리.보리
하고 나를 부를 때 나는 개로 태어난 운명이 행복했다.
p.68-69

모든 슬픔은 모든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이토록 슬플 것이다. 김훈의 눈으로 본 세상은 그래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 같다.

이 책은 그의 세상에 대한 슬픔과 그 슬픔의 원흉인 사랑이 전해져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여성관이, 그의 아름다운 문장이 여전히 궁금한 나는 쉰이 넘은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책 소식을 전해드렸다. 시대의 문장가 김훈의 소식을 전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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