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늘빵 > 두 광고쟁이의 탁월한 합작
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
박웅현 지음, 박규호 사진 / 예문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접한 것은 2003년 12월 31일. 지금으로부터 1년 조금 넘는 그때, 한해를 마감하는 시기였다. 당시 군에 있던 이 몸은 함께 휴가 나온 다른 동생과 함께 종로와 인사동 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31일에 휴가 나온게 어디냐만은 우리네 두 몸이 머물 곳은 없었고, 쓸쓸히 서로를 위안하며 코드가 맞는 두 사람은 그 길을 거닐었다. 그러다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한 아트센터에서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나아트센터였다)무료다. 돈없는 우리는 무료라는 말에 예술작품 좀 감상해볼까 하고 들어갔다. 진짜 공짜인가보다? 하고 전시회장을 벽을 따라 쭉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했다. 익숙치 않은 풍경. 난 미술작품 전시회는 가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깐.

 그곳 전시회장에선 전시회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책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공짜로 들어왔지만 사진이 좋아  각자 책을 한권씩 구입했다. 이 책이 그 책이다. 12,000원이라는 값을 지불했다. 공짜로 전시회를 구경했지만 결국 그 사진들을 소유하고픈 마음에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전시회가 공짜인 것은 그것을 유도하는 것일게다.

 <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이라는 그럴듯한 책 제목. 그것은 지금껏 광고만 찍고 광고 카피문구만 만들던 두 사람이 모여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어온 여행사진과 문장의 조합이었다.

 디렉터 박웅현은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 "잘자, 내 꿈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와 같은 문구를 만들었고, 부업으로 아시아퍼시픽 광고제, 깐느 광고제 심사위원과 몇몇 국제 광고대회 초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단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사람이다.

 더불어 아트디렉터 박규호는 'KTF적인 생각' 캠페인, 맥심카푸치노 캠페인, 모토로라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날개' 등을 만들었고,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다. 역시 이 사람도 잘 나가는 사람이다.

 두 잘나가는 광고쟁이가 모여서 일상적인 여행 사진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덧붙임으로써 작품을 만든 것이다. 사전에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여행길에 찍어둔 사진에 글을 붙이고 그래서 그냥 놀이로 작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직업을 또다른 놀이로 할 수 있는 사람의 삶은 참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사람, 그 일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 일을 즐기는 사람은 그에게 그것은 일이자 취미이다. 그들의 작업은 활기차다. 그들에게 놀이인 것이 사람들에겐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일반인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진 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이 요새는 많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글 몇 줄 담아내는 연습을 하다보면 이와 같은 작품은 누구나 도전할만하다. 나도 이 전시회를 보면서 언젠가 한번 이런 작품 만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 언젠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