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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사진은 어떤 사실의 의미와,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가리키는 형태의 엄격한 구성이 한순간에 동시에 인지되는 것이다.

- < Image a la Sauvette> 중에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한 아이가 물구나무를 서는 풍경을 연출하기에 세상에는 더 그럴싸한 곳이 많다. 까르띠에-브레송의 카메라는 이 순간을 잡아냄으로써 조금 전까지 더없이 익숙했던 세계를 갑자기 의문의 미궁 속으로 빠뜨린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집 속에는 이런 무수한 순간들이 꼼짝없이 포획되어 있다. 어쩌면 까르띠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들은 오히려 사진에 대한 내 절망조차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가 사진을 위해 평생 동안 지불해 온 인내와 몰입과 결행을 따라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선망과 동경의 뒤안 어느 지점에서 아끼는 라이카의 그립을 다잡아 쥘 생각조차 버린 것은 아니다." (교수신문 2003년 6월 23일)라고 말한다. 

사진 하는 이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자 언젠가 뛰어넘고 말리라는 거친 결심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브레송의 사진집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어찌보면 출판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어째서 이런 일이 사건이라고 불리워져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 출판업계가 취급하고 있는 문화분야에서 사진은 특히나 낙후된 분야에 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극, 무용에 비해서는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진과 관련한 출판물들을 일람해보면 누구라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사진 분야의 책들은 사진작가의 것이라기 보다는 사진기 혹은 사진술에 대한 것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손쉽게 카메라 다루는 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입문서들과 핸드폰만큼이나(아니 요새는 아예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디지탈 카메라의 대중화로 인해 사진을 촬영하는 일은 더이상 특정한 기술을 연마한 포토그래퍼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대중화가 곧바로 사진의 대중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출판물들의 현황을 통해 다시 한 번 살필 수 있다. 사진은 미술의 판화와 더불어 시각 이미지를 다루는 장르 중에서 가장 손쉽게 대중과 친숙해질 수 있는 저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작가들의 작품집은 대형서점의 외국 서적 코너나 수입물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된 까닭에는 사진작품집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반사항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가 있어야 할 것이고, 사진 인쇄물이 원판 사진과 근사치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쇄의 질과 감수 과정이 필요하며, 용지를 비롯한 여러가지 제반 비용이 활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 서적류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 결과 이 책 역시 80,000원에 이르는 고가의 책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 책의 질과 의미를 생각해보고, 국내 출판사의 노력을 통해 출판되지 않았을 경우 들어가야 할 독자의 노력과 수고,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인터넷은 무용지물이듯, 외국어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 외국책 역시 무용지물이다) 이 가격도 결코 비싼 액수는 아니다. 이 책은 모두 400여 페이지에 이르며, 거의 대부분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과 관련된 이미지, 텍스트, 개인사 및 기념물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편집하고, 이탈리아에서 인쇄. 제본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대회고전을 기념하여 세계 십여개국에서 동시에 출판되는 하나의 이벤트이기도 하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사진이란 예술을 통해 철학(哲學)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 명의 고승이 숱한 선승, 학승들에게 영향을 주듯 후대의 많은 사진 작가들에게 있어 숱한 영감과 감화를 준 위대한 사상가의 풍모마저 보인다. 물론 그것은 그가 어떤 말이나 글로 이것들을 전했다기 보다는 사진 작업들을 통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사진 기자이기도 했다. 로버트 카파, 데이비드 시무어 등과 함께 사진 작가 그룹인 매그넘을 창시한 인물이었다.

우리는 사회적 공공재를 생산해내기 위해 상하수도를 놓고, 저수지를 보존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을 들인다. 또한 정부는 보다 많은 산업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혹은 IT강국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지식인"과 같은 쓸모없는 이벤트에 비용을 들인다. 우리는 영화를 예술이 아닌 산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이런 류의 출판물과 기획물을 기획하는 출판사를 위해 정부와 사회가 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사람들은 문화산업의 컨텐츠를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착각하곤 한다. 모든 문화산업, 모든 컨텐츠 더 나아가 문화의 기본은 사실 책이다. 그 기본을 튼튼히 하기 위해 정부와 우리 사회는 출판사들과 이런 류의 도서들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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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05-07-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문화산업, 모든 컨텐츠 더 나아가 문화의 기본은 사실 책이다."밑줄 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