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중학교 영어 시간에 한 말이 있었지.
나는 음악과 결혼할 거라고. 베토벤과 바흐랑 함께 살겠다고.
서민 선생님의 글을 보다가 내 어린 시절도 떠오르더라.
나는 여기 나이로 세 살때 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내가 들어있는 엄마 배에다 해드셑을 씌워서 음악을 듣게 했고 방바닥에 피아노를 자꾸 연습하면서 자는 나를 보고 부모님이 안되겠다,저 놈 피아노를 사주자고 결심했다 셨지만
피아노는 모두가 잘 치는, 잘 치는 애들이 너무 많은 그런 바닥 아니겠어?나는 아직도 내가 한 말을 기억해.
ㅡ피아노로는 대성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하고 나는 고 2때 겨울까지 받던 교수 레슨을 관뒀어.
대성이 뭐니? 결혼한다매. 음악하고.
나는 그렇게 나를 배신했던 것 같아. 그리고,
한 번씩 여기서 공부하시는 한국인 친구는 이런 얘길 하더라.
ㅡ난 전생에 나라를 두 번 팔아 먹지 않고서는 이런 벌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영어로 시험쳐야 하는 벌, 이 환경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벌, 여기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다가 왔는지 지금이 우리한테 얼마나 견디기 힘든 환경인지 몰라.
천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고열이 3일째 되던 오늘 아침.
미사도 빼먹고 아침에 있을 레슨 준비로 관 뚜껑을 여는 힘으로 피아노를 치다가 딱 걸렸지. 여기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이런 나를 늘 근심 걱정에 사로잡힌 이상한 걱정 많은 애로 봐.
그런건 괜찮아. 괜찮지 않을건 또 뭐겠어. 근데 어렵게 밥 한술 뜨는 내게 옆에서 ‘너 늬 아빠 보고싶지?‘하는데 목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라.
그런 너야.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할 수 있는 너는.
내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게 하는 너.
서민 선생님이 말한 구원이라는 것,그 절박함이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 것이 글쓰기였다면 나는 음악이야.그걸 아주 멀리 돌아서 지금 여기에 왔어.
내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줄거지?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아플 시간도 없다는게 뭔지 이제 좀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