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장까지 읽고 책을 덮으려고 보니 책 날개에 소개가 나온다. 아. 같은 출판사였구나. 소재도 닮고 구성도 닮았지만 두 책 모두 정말 재미있다. 책장에서 오키나와를 찾아 옆에 나란히 꽂아 두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들이다. 아마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일본작가의 작품이고 오키나와가 배경이라 마치 공간을 이동한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이 책은 한국작가의 작품이니 번역의 매끄러운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작가의 솔직하면서도 세련되고 수려한 글솜씨를 맘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동네서점을 차리고 싶은 판타지는 내게도 있지만 아마도 상상만으로 그칠 것이다. 스스로는 comfort zone을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이러한 책방지기들의 진솔한 수기는 정말 꿀맛같은 대리만족을 준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우다 도모코씨의 책에서는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오키나와로 날아가 4년을 넘게 버틸 정도로 (책이 출간될 즈음 해서) 책방 운영에 모든 것을 매진했을 때 펼쳐지는 삶을 구경할 수 있다. 오키나와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의 교류에서 행복이 묻어 났다. 그녀의 열정이 사랑스러웠다. 그에 반해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동네책방 운영이라는 자영업에 도전했던 송은정씨의 이야기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대리경험이었다. 내가 만들어 가는 오직 책을 위한,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의 최종 목표는 글을 쓰는 것이었고, 그 꿈을 이루는 공간으로 책방은 최고로 적합한 일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잘하려면 풀타임이 요구된다. 결국 책방은 문을 닫고 말았지만 대신 정말로 좋은 책이 나왔으니까. 아마도 내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