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브런치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세계사 브런치
이 책은 손에 잡자마자, 기대 이상으로 뿌듯했답니다.
세계사에 대해서 정말 아주 단편만 알고 있기도 해서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 밑천이 다 떨어져가니 아쉬움이 남곤 했거든요.
주로 오르내리는 세계사 뿐 아니라,
많이 보지 못했던 역사들까지 알게 되니 보고 또 봐야겠다 싶은 책입니다.
저자처럼 시대순으로 꿰어볼 수 있을 때까지 줄곧 봐야겠다 싶은 책.
그리고 더불어 제목에서 <세계사 브런치>라고 이야기하듯
교과서적 느낌 책이 아닌, 원전과 더불어 생각을 해보게 되는
교양강좌 듣는 느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메인브런치 + 원전토핑 이라는 구성의 교양책.
이집트 문명의 기원, 로마 제국의 멸망,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동맹과 배신,
프랑스 혁명 등 방대한 세계사 가운데 흥미진진한 명장면 27가지를 메뉴로 담아 맛있게 읽어봅니다.
그런데 그 역사를 또한 원전들을 곁들이니 그 재미가 톡톡하죠.
<원전토핑>덕분에 이 책을 통해, 또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로마사의 경우에는 '로마인 이야기'만 유명세 따라 알고 있었는데
로마인 이야기 저자의 성향이 그리 궁합이 아니 맞아 읽어볼 수 없었던 터,
대신, 이 책 저자가 호감 불어일으켜주는 기번의 로마사를 읽어봐야겠다 싶어집니다.
브런치는, 오리엔트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들 책을 함께 읽어보게 되는 기회로 읽다보면 고대 이집트는 대단한 나라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수학, 과학에서 조차도 그 발전이 선진적이었으니 말이죠.
이전에 이집트에 대해 한마디도 듣지 못한 사람이 이집트를 본다고 해도,
평범한 관찰력만 있다면... 이집트가 그 강의 선물임을 분명히 인지할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집트는 그 '나일강' 덕분에 쉽지는 않았죠.
삼각주 지역에서 범람하는 바람에 이를 극복하고자 많은 학문들이 발달합니다.
비옥함을 주지만 이를 잘 다스려야했지요.
이집트의 나일강을 '주무렸던' 역사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압하듯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렸는데
그런 다스림보다, 이집트 같은 있는 상태에서의 온화한 다스림이 은근 멋져보인다 싶었습니다.
자연에 살며시 속해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삶을 일구는 순리에 맞는 다스림.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또한 고대 문명에 대해 배우면 참 익숙히 나오게 되죠.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이라는 강 주변 문명은 워낙 많이 배우니 빼고서,
인류 최초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이 여기서 나온 건
왜 처음 들었을까 모르겠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는 만큼 준다 하는 기브앤테이크 정신이 아닐까 싶은데요.
삶의 절제와 질서를 제공하는 법치.
결혼생활에 대한 법들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혼이라던가 불륜도 다루고 있습디다.
강 주변에서 밥먹기는 문제가 없어지니, 눈을 딴 데로 돌리기도 하는 것이
이게 인간의 본성인겐가 생각도 들기도 하는
무겁지 않게 세계사를 생각해보자니,
인간은 원래 그런건가 하는 생각까지 닿아보네요.
한편으로는 지식을 머리에 꾸역꾸역 넣을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스, 로마의 역사는 어느 책을 보든 재미나다 싶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주제로 책을 보다보면
그 긴긴 이름들의 압박에 질린다 싶기도 하는데,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살며시 조금 나오는 내용은 머리에 쏙 들어오게 되는군요.
아테네가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튀어나온 여성이었다는 설정.
그리스인들의 엽기적 상상력. 정말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로마신화가 그리스 신화를 갖다 썼다는 것을...!
이런 자잔한 이야기들도 교양도서를 재밌게 해주는 양념이죠.
한편, 책을 넘겨넘겨 중국역사를 읽다보니
사마천의 「사기」원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근에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마음껏 일삼아도 죽을 떄까지 온갖 즐거움을 누리고
부유함 역시 차고 넘쳐 대대로 끊어지는 일이 없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땅도 가려 밟고 말도 때를 가려 하며 매사에 꼼수를 쓰지 않고 바른 일이 아니면
결코 힘써 행하지 않음에도 재앙을 입는 자는 셀 수 없이 많다.
나는 의심스럽다. 이른바 천도라는 것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주변을 둘러봐도
도대체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증거가 없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착한이는 복을 받는다며,
권선징악이 당연하겠거니... 상식으로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말이죠.
아마 그래서 법이 생기고 약속이 생기고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기는 한데... 아쉽게도 그 위에 올라서는 일들이 생기곤 합디다.
사마천의 절규, 2천년이 넘어도 선이 꼭 이기지는 않는가봅니다.
세계사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원전들에서 그 시대를 이야기해주는 좋은 맛도 더 알아가게 되고,
또한 브런치라는 부담없는 설정을 주었기에
역사라는 지식만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그 나라의 지금과 연관하여 관심도 갖고 이해도 높아갑니다.
또한 지금 우리의 모습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두깨가 얇은 편도 아니고
글씨가 큼직하지도 않습니다만,
그런데 참 재밌는 책입니다.
술술 읽히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빠져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