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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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신영복>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남기호> 를 읽고 있다.
"한 사회의 경계는 극단적인 사건에서 나타난다. 그동안 한 사회나 한 시대가 감추려 하고, 구성원들이 잘 감지하지 못했던 사회의 심연은 '극단적인 사건', '지극히 개별적인 사건'으로써 치부를 드러낸다. 한 철학자의 말을 빌린다면 이런 사소하고 극단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은 사회 전체를 드러내주는 조명탄과 같다. 한 사회의 인문학적 성숙도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것을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로 환원해버리는지, 아니면 사회를 성찰하는 실마리로 이어가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를,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실마리에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신영복>만한 책이 또 있으랴. 이 책은 저자가, 분단과 군사 독재에 저항하면서 열정을 쏟았던 학생 운동의 연장선 상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도 무기징역이라는 긴 세월동안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서 택한 '동양고전 강독' 이다. 사실 동양고전을 섭렵한다는 것은 평생 걸려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우리의 과거를 고전을 통해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 이 책을 통해 훌륭히 할 수 있다.

 

서론에서 알려주는 서양과 동양철학의 차이를 보자.
"서양에서는 철학을 Philosophy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지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동양의 도란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입니다. 도는 길처럼 일상적인 경험의 축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시경>, <서경>, <초사>를 지나 <주역>, <논어> 에 도착한다. 중국 역사상 최대의 사상인 유가 사상, 그 중심에 공자와 <논어>가 있다. 중국의 역사를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구분한다면, 공자 이전 2500년과 공자 이후 2500년으로 구분된다. 일찍이 송나라 유학자 정자는 이렇게 말했다.
"<논어>를 읽지 않았을 때도 그저 그런 사람이요, 읽은 후에도 그저 그런 사람이면 곧 읽지 않은 것과 같다."

 

인간 관계론의 보고인 <논어>의 첫 구절에 대한 신영복 교수의 해석이 그 당시 내 상황인 것같아 무척 기억에 남았었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자구해석에 관한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구절에 담겨 있는 사회적 의미를 읽어야 합니다.  춘추전국시대가 종래의 종법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기 이전의 과도기였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그것과 관련된 내용이 우선 눈에 띕니다.  ‘학습’이 그것입니다.
학습은 그 자체가 기쁨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의 학습이 적어도 수능시험을 위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노예제 사회에서는 학습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修己는 물론이며 治人도 학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학습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습니다.  학습에 대한 언급이 <논어> 첫 구절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 변동기임을 짐작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물론 ‘기쁘지 않으랴’라고 공자 자신의 개인적 심경의 일단을 표현하는 지극히 사적인 형식으로 개진되고 있습니다만, 학습에 대한 언급은 사회 재편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공자의 仁이 맹자의 義 개념으로 계승됐다.
"맹자 당시에는 유가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쇠미하고 오히려 묵자와 양자 사상이 크게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맹자는 당시 세상에 크게 떨치고 있던 다른 사상과의 논쟁을 통하여 자신의 사상을 전개해 나갑니다.  따라서 <맹자>에는 농가, 병가, 종횡가 등 당시의 다른 많은 사상이 소개되고, 또 비판되고 있기 때문에 제자백가의 사상을 가장 폭넓게 접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 한 권의 고전을 택하려고 하는 경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단연 <맹자>가 천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지배 사상인 유가 사상과 또 다른 축으로 노자 사상이 있다.  유가가 지배 담론이었다면 노자는 비판 담론이다.
"노자 철학이야말로  동양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것이 노자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횡행하던 사이비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사상은 겨우 패권 경쟁을 위한 정책 대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물을 벗어나지 못한 개구리에 지나지 않으며 여름을 넘기지 못하는 메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노자는 도의 존재성을 전제로 도를 모든 유의 근원적 존재로 상정하고 이 도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장자는 도를 무궁한 생성 변화 그 자체로 파악하고 그 도와 함께 소요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지요."

 

어느 것하나 소홀할 수 없는 신영복 교수의 강의 중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묵자>였다. 묵가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읽히지 않았는데, 아마도 통치 권력의 정당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좌파 사상 이미지 탓 아니었을까?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에 비해 묵자는 인간 본성은 없는 것이라 주장했다. 백지와 같다고. 인간의 본성은 물드는 것이라 했다.
물든다. 물든다…참 인상깊은 말이다. 좋은 생각에 물든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신영복 교수도 이렇게 강의해 주고 있다.
"맹자의 성선설이든 순자의 성악설이든 우리는 본성론 자체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선악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회로 자연을 재단하는, 이른바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법가이다. 법가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응 방식을 모색해 간다.  요컨대 세상이 변화하면 도를 행하는 방법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법가의 현실 인식이었다 한다.

 

이상과 같이 신영복 교수는 사상을 사회 역사 속에 해소시킬 수 없으며 어떠한 경우든 시대가 사상을 낳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시경>부터 <법가>까지 훓으며 강의해 준다.  동시에 각 학파 간 침투가 진행되는 것이 사상사의 일반적 발전 과정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신영복 교수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려던 부분은 독자의 마음을 크게 울린다.
"사상의 일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상의 생성-발전-변화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추적.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사상사의 전개 과정에서 사회 변화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과거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을 창신의 터전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비판적 성찰이 단지 성찰에 그치지 않고 근대사회의 존재론적인 구조에 대한 철학적 체계로 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체계적인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였을 경우에야 비로소 우리 삶의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감염 부위를 수시로 발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우리의 시각을 ‘여기의 현재’에 유폐시키지 않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친 전체적 조망과 역사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사상은 이성적 논리가 아니라 감성적 정서에 담겨야 하고 인격화되어야 한다.
“얘들아! 집에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손해라. 신중히 행동하고 믿음을 지켜라.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이렇게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공부를 해라. 알겠느냐?”  (by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 중 발췌)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여 변화와 미래를 찾을 것.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것.

오늘도 희망을 갖는다.

  

읽은 날  2008. 10. 1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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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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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김민영>

 

'책' 분야의 블로거라면 '글쓰는 도넛' (http://blog.naver.com/hwayli/80150807248) 을 알게 된다. 이제 블로그를 시작했고 글쓰기 책을 읽은지 오래된 터라 읽어 보게 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저자의 이력이다. 글쓰기를 원없이 하고 싶어 증권회사를 박차고 나와 궁핍한 생활을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다음 대목에서 그의 내공을 팍팍 느낄 수 있다.
"나는 종종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그냥 하세요.'
중요한 건 ‘그냥’이다. 조건을 달지 말라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떻게 하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책을 낼 수 있을까?', '유명해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면, 무보수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에서 글쓰기가 어떻게 유혹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것에 비해, 이 책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은 글쓰기의 실전편으로 다가온다.

 

1단계 글감 찾기
2단계 자신감 찾기
3단계 잘 쓰려고 하지 마!
4단계 주위 의식하지 마!
5단계 글쓰기에도 밑그림이 필요해
6단계 시선 끌기
7단계 단락 연결하기
8단계 요약하기
9단계 잘 읽히는 글쓰기
10단계 생생하게 쓰기
11단계 논리적으로 쓰기
12단계 고쳐 쓰기
13단계 공개하기

 

도움을 받은 부분은 '잘 읽히는 글쓰기 - 간결하게 쓰기' 이다.  초등학생처럼 짧고 단순한 문장이 좋은 글임을 알면서도 잘 안된다. 자꾸 글이 늘어지고 난해해진다.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 안달하곤 한다.
머리에 각인시킨다. 짧고 쉽게 쓰자고.

 

잘 읽히는 글이 되기 위한 '퇴고' - 퇴고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ㅇ 모니터 상에서 퇴고하기
ㅇ 프린트해서 퇴고하기
소리 내 읽으며 퇴고하기

 

지금처럼 '모니터 상에서 퇴고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글쓰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한다.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를 해야한다는데...음, 노.력. 해봐야겠다.

 

저자가 추천한 책 리스트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었다면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보다 먼저 읽었을 텐데.

 

앤 라모트 <글쓰기 수업>
도정일 외 <글쓰기의 최소원칙>
애니 딜러드 <창조적 글쓰기>
오병곤 외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알수 없는 다음을 기약한다.

 

읽은 날  2012.  1.   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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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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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닥치고 정치, 김어준> 을 읽고 그가 궁금해 읽게 됐다.
글 속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책으로 자신을 보여줄것 같지 않다.
대신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책을 쓸수 밖에 없었던, 김어준이 말한 타고난 애티튜드, 그런 측면의 그가 보였다.

 

문재인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친구'라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6살 어리고 고시도 5년 후배라 한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다음 시대에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될 내용을 역사 앞에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서거 이후 지금까지의 30여년 세월 동안의 인연과 그 이면의 이야기가 ‘만남’ ‘인생’ ‘동행’ ‘운명’ 총 4장으로 나온다. 그가 서두를 꺼낸 '그날 아침'으로 가보자.

 

"담당 의사가 말했다.

'여사님이 오시면 전혀 가망 없는 상태라는 걸 말씀드리고 동의를 받아 인공연명장치를 제거해야 합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실장님이 먼저 좀 말씀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신 차려라. 침착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여사님이, 의료진의 연락을 받고 겨우 부축을 받아 대통령을 만났다. 거짓말처럼 깨끗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아무 상처가 없었다. 표정이 온화하기까지 했다. 여사님은 그 모습을 보고서도 실신을 했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여사님에게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 드리는 것이었다.

여사님의 오열과 통곡 앞에서 나도 나를 가누기 어려웠다. 고통스런 일이었다. 실신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던 여사님께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하신 후에 동의를 했다. 인공심장 박동기를 제거했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이었다. 그 분을 떠나보냈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문재인은 박정규변호사 대타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처음 만나 동업자로 선배처럼 친구처럼 함께 한다. 열정과 원칙을 가지고 인권변호사의 길로...

그들의 눈부시게 젊은 시절부터 그 날까지 담담하게 쓰여져 있는 이 책 <문재인의 운명> 에서 그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일까?

 

그가 남긴 역사 앞의 기록을 보자.
먼저, '냉정한 현실'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진보.개혁진영 힘을 다 합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힘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냉정한 우리의 현실이다. '대의'가 조직의 논리에 숨어 버리고 힘이 분산되고, 생각보다 짧은 5년의 임기때문에 희망과 기대는 많지만, 힘이 약하다.
"즉, 개혁진영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혁’과 ‘복지국가’를 정권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여정부가 증명한 것,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박 정부가 워낙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니 그런 듯한 착시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정권을 잡는 순간 그 ‘저항’과 ‘벽’은 다시 선명해지고 높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 동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하고,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해서 모두들 앞으로 진보.개혁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만 논의할 뿐, 그 과제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에 대한 내용은 더 이상 없다.
국민인 우리가, 진보진영의 그들이, 당면한 그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된 자리에서 논의될 터이다.
다만, 국민인 우리는 각자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는 그의 서거.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와의 만남부터 오랜 동행, 그리고 이별은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긴 숙제가 있다면 그 시대적 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그가 남긴 시대적 소임, 모두가 자유롭지 않길 정말 희망한다.

 

읽은 날   2011.  12.  1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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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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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읽을 즈음이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을 계속 회피했다.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내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맨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책만 보는 바보'와 이덕무 선생의 '책만 보는 바보'는 격이 다른,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사실 글자 그대로 책만 보는 바보의 글이라면 세상에 나올 턱이 없지 않겠는가! 이제 '책은 보되 행동하지 않는 자'로 스스로를 불러야 하나보다. (힘들다.)

 

<책만 보는 바보>의 소개다.
"저자 안소영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1761년에 집필한 『간서치전 - 책만 보는 바보』라는 자서전에 매료되어, 이덕무와 그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 더 나아가 그 시대를 담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덕무와 그의 벗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서 체험하면서(이서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자출신)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새롭게 바꾸어 가려는 개혁적인 사상가로 변모한다."  

 

이덕무가 개혁적인 사상가로 나오는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수필이라 역사 속 행적-청()의 고증학을 수용하여 조선에서 북학을 일으키는 데 공헌이 자세히 언급되 있진 않다. ) 이 글은 정말 주옥 같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글이 너무 담백해 매료됐다면, 이 글은 너무 아름다워 매료된다. 인격과 성품이 여실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글.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날까지 글을 썼다.  갑작스런 이별을(미리 예감했나보다) 고하는 담담한 그의 글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탓하며 용기를 내어 읽었는데, 이런 글을 쓴다면 바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로 생각한 거 같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과 불현듯 드는 생각(바보)과 숨바꼭질 하고 있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가 제법 시간이 흘러 술래(바보 생각)한테 잡혔다가 또 멀리 도망가는 숨바꼭질.

 

그 숨바꼭질 중에 '아룬다티 로이' 사람을 알게 됐다.
그녀는 1997년 영국의 부터 상을 수상했는데, 그 수상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매우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첫 소설로 수상한 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인도에서 댐 건설 반대운동, 반전운동 등에 힘쓰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도 그와 관련된 에세이뿐이다. 유럽에서 인기를 얻은 인도의 작가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이주해 화려한 문단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소설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로이는 자기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지는 않으며 쓸 것이 있을 때에만 쓴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한가롭게 소설 따위를 쓸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제는 술래한테 잡혀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도망가고 싶다. 뒤통수가 간지럽다. 

뭐라 말하고 싶지만, 변명임을 안다.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m 거리에 술래가 있다. 도망가지 않고자 한다.

 

 

읽은 날   2010. 2. 1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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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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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시키기, 앤 페디먼>

 

내가 아는 한 페디먼 가족만큼 책을 좋아하는 가족이 없다.

 

저자소개 중 일부를 보면,
"책을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저자 역시 책 속에 파묻혀 자랐다. 사이먼 앤 슈스터 출판사의 편집자로 평생을 일해온 아버지와 기자인 어머니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산악 안내인이자 자연사 교사인 오빠 역시 엄청난 독서광이다.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도 틀린 곳을 찾아 교정을 본다. 이렇게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가족들 틈에서 자라서인지 그녀의 남편 역시 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인 조지 하우콜트는 시인으로, 그의 책에 대한 열정 역시 결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네들 독서의 순수한 이유는 오직 '책이 좋아서' 이다. 목적, 목표같은 거창한 혹은 소소한 이유, 없다. 그냥 책이 좋댄다.

그녀의 책사랑을 보자.

"친구의 친구가 몇 달 동안 실내 장식업자한테 집을 빌려 주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모든 책이 색깔과 크기를 기준으로 재정리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 직후 실내 장식업자는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 식탁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사고가 인과응보라고 입을 모았다."

 

시인과 결혼한 그녀가 둘의 서재를 합치면서, (책에 대한 각자의 방식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기에)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한다.

 

"나는 밀리지 않고 몰아부쳤다. '그래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폭풍>보다 먼저 썼다는 것은 알잖아. 나는 그 사실이 내 책꽂이에도 그대로 반영되기 바래.'
조지는 나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 때만은 달랐다고 한다."

 

이 책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을 당시, 재미있게 읽었는데 요즘도 새록새록 생각난다.
최근 블로그를 통해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는데,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가 매일 와닿기 때문이다.

 

"나는 알렉산더 린디의 <표절과 독창성>에서 도벽이라는 단어와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그가 나의 발상을 훔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는 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그 책을 썼다."

 

그녀의 친절한 주석을 통해 좀 더 음미해 보자면,
"전도서 1:9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다음을 참조하라. 장드 라 브뤼에르, <특징들>(1688): "우리는 너무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누군가 이미 다 한 이야기다." 라 브뤼에르는 아마 이 구절을 로버트 버턴의 <우울증의 해부>(1621)에서 훔쳐왔을 것이다. "이미 누군가 한 이야기말고는 아무 할 이야기가 없다." 버턴은 이 구절을 테렌티우스의 <환관>(기원전 161)에서 훔쳐왔을 것이다. "전에 누군가 한 이야기말고는 아무도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이 네 구절을 비교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바틀릿 유명 인용구>의 주석에서 훔쳐왔다."

 

앤 페디먼은 표절에 대한 관대한 태도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녀 어머니 글이 '존 허시 지음' 으로 책이 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허시는 죽었지만, 그녀 집안 사람들 특히 어머니는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표절'에 관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로는 인용없이 그의 생각과 같다는 이유로 그냥 쓸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내 글은 사막의 모래처럼 흩어지고 '수애'마냥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티끌 한점의 내 글이 '표절' 당한다면?
겉으로는 쿨한척 할 것이다. 그리고 앤 페디먼 어머니처럼 두고두고 그 일을 잊지 못 할 것이다.

 

읽은 날   2011.  9. 29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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