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문재인의 운명>

 

<닥치고 정치, 김어준> 을 읽고 그가 궁금해 읽게 됐다.
글 속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책으로 자신을 보여줄것 같지 않다.
대신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책을 쓸수 밖에 없었던, 김어준이 말한 타고난 애티튜드, 그런 측면의 그가 보였다.

 

문재인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친구'라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6살 어리고 고시도 5년 후배라 한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다음 시대에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될 내용을 역사 앞에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서거 이후 지금까지의 30여년 세월 동안의 인연과 그 이면의 이야기가 ‘만남’ ‘인생’ ‘동행’ ‘운명’ 총 4장으로 나온다. 그가 서두를 꺼낸 '그날 아침'으로 가보자.

 

"담당 의사가 말했다.

'여사님이 오시면 전혀 가망 없는 상태라는 걸 말씀드리고 동의를 받아 인공연명장치를 제거해야 합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실장님이 먼저 좀 말씀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신 차려라. 침착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여사님이, 의료진의 연락을 받고 겨우 부축을 받아 대통령을 만났다. 거짓말처럼 깨끗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아무 상처가 없었다. 표정이 온화하기까지 했다. 여사님은 그 모습을 보고서도 실신을 했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여사님에게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 드리는 것이었다.

여사님의 오열과 통곡 앞에서 나도 나를 가누기 어려웠다. 고통스런 일이었다. 실신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던 여사님께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하신 후에 동의를 했다. 인공심장 박동기를 제거했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이었다. 그 분을 떠나보냈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문재인은 박정규변호사 대타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처음 만나 동업자로 선배처럼 친구처럼 함께 한다. 열정과 원칙을 가지고 인권변호사의 길로...

그들의 눈부시게 젊은 시절부터 그 날까지 담담하게 쓰여져 있는 이 책 <문재인의 운명> 에서 그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일까?

 

그가 남긴 역사 앞의 기록을 보자.
먼저, '냉정한 현실'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진보.개혁진영 힘을 다 합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힘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냉정한 우리의 현실이다. '대의'가 조직의 논리에 숨어 버리고 힘이 분산되고, 생각보다 짧은 5년의 임기때문에 희망과 기대는 많지만, 힘이 약하다.
"즉, 개혁진영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혁’과 ‘복지국가’를 정권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여정부가 증명한 것,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박 정부가 워낙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니 그런 듯한 착시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정권을 잡는 순간 그 ‘저항’과 ‘벽’은 다시 선명해지고 높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 동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하고,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해서 모두들 앞으로 진보.개혁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만 논의할 뿐, 그 과제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에 대한 내용은 더 이상 없다.
국민인 우리가, 진보진영의 그들이, 당면한 그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된 자리에서 논의될 터이다.
다만, 국민인 우리는 각자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는 그의 서거.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와의 만남부터 오랜 동행, 그리고 이별은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긴 숙제가 있다면 그 시대적 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그가 남긴 시대적 소임, 모두가 자유롭지 않길 정말 희망한다.

 

읽은 날   2011.  12.  1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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