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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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읽을 즈음이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을 계속 회피했다.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내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맨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책만 보는 바보'와 이덕무 선생의 '책만 보는 바보'는 격이 다른,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사실 글자 그대로 책만 보는 바보의 글이라면 세상에 나올 턱이 없지 않겠는가! 이제 '책은 보되 행동하지 않는 자'로 스스로를 불러야 하나보다. (힘들다.)

 

<책만 보는 바보>의 소개다.
"저자 안소영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1761년에 집필한 『간서치전 - 책만 보는 바보』라는 자서전에 매료되어, 이덕무와 그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 더 나아가 그 시대를 담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덕무와 그의 벗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서 체험하면서(이서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자출신)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새롭게 바꾸어 가려는 개혁적인 사상가로 변모한다."  

 

이덕무가 개혁적인 사상가로 나오는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수필이라 역사 속 행적-청()의 고증학을 수용하여 조선에서 북학을 일으키는 데 공헌이 자세히 언급되 있진 않다. ) 이 글은 정말 주옥 같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글이 너무 담백해 매료됐다면, 이 글은 너무 아름다워 매료된다. 인격과 성품이 여실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글.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날까지 글을 썼다.  갑작스런 이별을(미리 예감했나보다) 고하는 담담한 그의 글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탓하며 용기를 내어 읽었는데, 이런 글을 쓴다면 바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로 생각한 거 같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과 불현듯 드는 생각(바보)과 숨바꼭질 하고 있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가 제법 시간이 흘러 술래(바보 생각)한테 잡혔다가 또 멀리 도망가는 숨바꼭질.

 

그 숨바꼭질 중에 '아룬다티 로이' 사람을 알게 됐다.
그녀는 1997년 영국의 부터 상을 수상했는데, 그 수상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매우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첫 소설로 수상한 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인도에서 댐 건설 반대운동, 반전운동 등에 힘쓰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도 그와 관련된 에세이뿐이다. 유럽에서 인기를 얻은 인도의 작가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이주해 화려한 문단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소설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로이는 자기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지는 않으며 쓸 것이 있을 때에만 쓴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한가롭게 소설 따위를 쓸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제는 술래한테 잡혀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도망가고 싶다. 뒤통수가 간지럽다. 

뭐라 말하고 싶지만, 변명임을 안다.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m 거리에 술래가 있다. 도망가지 않고자 한다.

 

 

읽은 날   2010. 2. 1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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