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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
김영희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거 같아요.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 이라니요. 잘못된 이유는, 독자를 엄마로 한정시킨다는 점, 교육 외의 이야기 - 문화.역사.사회 배경 등 기본적인 내용도 제법 알차다는 점에서요.
이 책은 이웃을 통해 덴마크의 선행을 알게 되, 덴마크란 나라에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된 책입니다. 1943년 덴마크 사람들이 목숨 걸고 7천명이 넘는 유태인의 스웨덴 망명을 돕고, 전쟁이 끝나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그들의 집과 재산을 지켜주었다는 내용은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덴마크가 정말 그랬을까, 그게 사실이라면 그 저력은 무엇일까....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 <덴마크식 교육법>을 읽으면 답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어요. 평범한(?) 좋은 부모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를 하지 않은 탓인지 완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덴마크는 분명 연대, 평등, 국민적 합의, 유연성이 뛰어난 나라였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직업에 따른 사회적 신분.보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인거 같아요.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평등한 사회다 보니 부모와 아이들은 굳이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경쟁을 위한 교육도 필요없는 것이지요.
엄마들이 꿈꾸는 교육법이라.... 일단, 아이들이 경쟁없이 충분히 잘 놀거란 예상은 했습니다만, 숲 속 유치원은 뜻 밖이었어요.
숲 속 유치원은 코펜하겐 부모에게 인기가 높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자 명단에 올려놔야 겨우 자리가 날까 말까라고 하는데요, 심지어 어떤 숲 속 유치원은 유치원 건물도 없이 매일 아침 숲 속 입구에서 만나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오후에 해산하는 곳도 있다 합니다.
시험없고, 서열없고, 공부를 잘 해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부르기보다 공부 잘하는 편이라 부르고, 담임이 9년간 바뀌지 않는 거... 음, 뭐, 그렇군요.
그러나, 애프터 스쿨, 평민대학 부분에선 입이 떡 벌어집니다.
애프터 스쿨은 8~10학년 과정의 학생들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기숙학교로, 보통 1년 과정입니다. 청소년기에 다다른 학생들이 반항심이 생길 만도 하기 때문에 1년 여 동안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이 기간을 특히 학부모들이 더욱 반기는 이유는 애프터스쿨이 학생들에게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그 다음 평민대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 4개월에서 1년 과정의 기숙학교입니다. 대학 입학 전 혹은 사회에 나온 후라도 자신을 점검하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네요. 애프터스쿨과 평민대학은 모두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런 교육이 가능하게 된 덴마크 사회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열의식이 존재했는데, 1968년 학생 혁명이 분기점이 되어 평등의식이 급격히 확산되었다네요.
이보다 앞서 오늘날의 덴마크를 있게 해준 그룬트비 목사 영향이 더 클거 같은데요, 사실 19세기 무렵, 덴마크는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프러시아(지금의 독일)와 벌인 전쟁에서 패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주고, 유럽 북부의 곡창지대였던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지역들마저 프러시아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덴마크에 남겨진 땅은 북해와 발트 해에 접한 돌과 잡초만이 무성한 그야말로 황무지들 뿐이었죠. 경제는 파탄났고 사회는 불안했으며 국민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룬트비는 그런 덴마크인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자, 이웃을 사랑하자, 땅을 사랑하자'는 삼애 정신을 기본으로 '국민의식 개혁운동'과 '농촌부흥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특히 그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기숙교육학교를 설립할 것을 주장했어요.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땅을 개척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데 성공하기 시작했고, 이런 모습을 보고 덴마크 국민들은 비로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통해 실제로 덴마크의 근대화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합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 덴마크의 연대.평등정신을 설명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 차차 다양한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최고 수입의 60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낸답니다. 높은 세금에 투덜거리면서도 꼬박꼬박 정확히 세금을 내는 이유는, 세금이 복지 혜택이 되어 투명하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금이 너무 높다, 내기 싫다' 말하면서도 속마음으로는 자기들 개개인이 복지국가를 지탱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장관이나 시장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해서 특별할 것도 없는 나라, 뛰어난 평등과 연대의식의 나라, 그 속에서 평등과 연대정신을 배우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커서 그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하는, 교육과 사회의 선순환 고리.... 정말 미치도록 부럽더군요.
우리 사회는 은근히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이란 말로 서열을 숨기잖아요.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뿌리깊은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은 기를 쓰고 자녀교육에 올인하구요. 진정한 교육이 힘든 것은 진정한 사회의 변화가 힘들어서 일거에요.
이 책은 저자가 덴마크에서 3년여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씌여진 것입니다. 분명 덴마크에도 단점과 문제점이 있을테지만,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장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에요. 전, 단숨에 보쌈이라도 해서 훔쳐오고 싶지만, 가당치 않을테지요.
앞으로 덴마크와 북유럽에 대해 많이 알아가려 합니다.
사실, 자신이나 우리 나라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세계로의 탐방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리라 생각해요.
그것이 우리가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나쁜 꿈(경쟁위주의 교육, 차별사회)에서 깨어나게 해 줄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읽은 날 2013. 2. 23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