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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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를 아시나요?

(제 이웃들은 모두 아신다는 걸 압니다만... ^^)

 

헐렁한 제 기준에 '김애란' 작가는 매우 유명한 거 같아요.

제가 어찌저찌해 모 SNS의 책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는데, 책 리뷰는 여타 글에 비해 공감이 떨어집니다. SNS 흐름에 맞는 글과 내용이 아니기 때문인데 <침묵의 미래> 글이 제가 쓴 90여 개 중 공감수 2위를 기록하니 그렇게 여겨지더군요.

90여 개 글이 평균 5개의 공감을 받았는데, <침묵의 미래>는 무려 36개의 공감이니 무척 큰 숫자에요.

공감 수가 적은 건 글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베스트셀러 책이 아니라 그럴텐데, 평균 6배 이상의 숫자는 이렇게 밖에 해석이 안되더군요.

"으아, 김애란! 정말 인기가 많구나!"

 

 

 

제가 쓴 글입니다.

"듬성듬성 정강이 털에 핑크색 팬츠를 입고 달리던 아비에서, 두근두근 아름이의 인생을 지나 말(言)의 존재와 가치를 묻는 김애란. 그녀의 발전이 놀랍도록 눈부시다. 게다가 언어의 존재, 가치, 운명을 사유하고 있다니! 그는 단순한 인기작가를 뛰어넘어 거장이 될지도.

오랜만에 읽은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의 이름이 아깝지 않다."

 

<달려라 아비>로 처음 만난 김애란의 글은 매우 깔끔했습니다. 떡 떨어지는 맞춤옷 같았어요. 군더더기 없는 글에 대한 인상으로 <두근두근 내 인생>을 만났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구요. 잘 쓴 글에서 감동 주는 글로 변화한 거 같았어요.

작품마다 다른 느낌은 김애란 작가의 독자 저변 확대에 한 몫 했을겁니다.

 

이번에 만난 <침묵의 미래>는 대중 문화를 뛰어넘은 문학적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말(言)이 가진 고유한 의미입니다. 한 때 말과 한 몸이 되어 무리를 이뤘으나 대부분 사라지고 홀로 버려지죠.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는 '소수언어박물관'의 보호를 받습니다만, 소수언어박물관의 바램은 세계 곳곳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이죠.

박물관에 들어간 언어는 낮에는 '자신'인 척 하다가 해가 지면 '중앙'식으로 생활하며 점차 자신의 고유성을 잃어갑니다. 박물관이 고유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타 민족끼리 말 섞는 것을 금했음에도 불구하구요. (트릭이었겠죠)

결국 언어는 죽고, 화자를 잃어버린 의미는 지옥처럼 뜨거운 공장으로 호로록 빨려들어갑니다. 내세도 우주도 아닌 지옥처럼 뜨거운 공장으로요.

 

껍데기만 남은 '빈 말'이 횡행하는 시대에 대한 고찰...인 셈이죠.

독자는 사라져 가는 언어의 마지막 말을 듣는 영매 자리에 놓이게 되고, 이를 통해 언어의 존재와 죽음을 묵도하게 됩니다. 뻔한 이야기 흐름 대신 깊은 통찰과 문학적 표현의 남다름이 이상문학상 수상에 기여한 거 같아요.

 

김애란은 언어.문학의 가능성을 말하려 했을까요.

글쎄요.

이 작품에선 답이 보이지 않아요.

답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작가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권력이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언어의 시대에, 언어의 본질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지는 그는,

정말 인기작가를 뛰어넘어 거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와 이 작품으로, 독자는 언어.문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읽은 날  2013. 2. 1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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