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행복이란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고,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일 확률이 높으니까요.

 

뉴욕타임즈 기자와 전국공영라디오 해외특파원을 했던 저자 에릭 와이너가 세계 10개국을 돌며 행복이 어디 있는지, 장소를 바꾸면 행복도 달라질 수 있는지를 얘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행복의 필수 요소라 생각하는 돈, 즐거움, 영적 깊이, 가족 등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는 나라를 다녀온 여행 얘기를 합니다.

 

행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 느끼기도 하지만, 역사.문화에 따른 각 나라의 차이도 있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인의 행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권태라고 합니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고,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권태가 있습니다. 그들은 권태를 완벽하게 다듬어 대량생산해요.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을 권태라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가지 않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부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집단적인 노력이 있습니다. 비록, 행복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모두들 끊임없이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미국과 달리, 부탄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도 역설적이게 행복하다고 합니다.

역사 상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부유해진 카타르는 행복할 것 같지만 석유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구요. 사회전체의 질이 매우 열악한 몰도바는 행복은 커녕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 여긴 몰도바야' 식의 체념이 사회에 깔려있고 오로지 불행밖에 볼 줄 모르구요.

태국은 재앙이든 행운이든 일어난 일을 그냥 받아들여요.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이 있고, 다음 생이 잘 안 풀리면 그 다음 생이 있으니까요.

영국은 어떨까요? 영국에게 행복은 대서양을 건너온 수입품입니다. 즉 미국산이라는 뜻이며, 미국산이라는 말은 어리석고, 유치하고, 철이 없다는 뜻이라네요.

 

이렇게 행복은 상황과 나라마다 모습이 다릅니다. 그것은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삶의 모습은 다양하니까요.

 

이 책 <행복의 지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아이슬란드'입니다.

잔혹한 기후와 고립된 위치로 죽음의 가능성을 포함하지만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강한 유대감의 나라, 'Komdu soell' (행복하게 오다)와 'Vertu soell' (행복하게 가다)란 근사한 잇삿말을 가졌고, 실패를 메인코스로 생각하는 나라... 멋지더군요.

국왕이 나서서 국민행복지수를 챙기는 부탄보다, 행복은 실패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문화가 더 끌렸던 것은 그들의 유대감이 강해서 그랬던거 같아요.

이렇게, 아이슬란드는 오랫동안 이상향의 나라로 기억됐습니다.

 

요즘 <세계금융위기 이후>를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다름 아닌 제가 한동안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아이슬란드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지금 아이슬란드는 빚더미에 앉아 있답니다.

2007년 1월 GDP가 6만 달러가 넘는 유럽의 금융허브였고, 유엔 설문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꼽히기도 한 '지상의 천국' 아이슬란드가 지금은 크로나 폭등으로 희망의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나라가 됐답니다.

한 때 외화대출로 집 사는 게 유행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1달러당 65크로나 정도 하던 환율이 137크로나로 폭등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80%가 사라지고 물가는 치솟고, 실업은 급증하고... 평생 빚을 갚아도 다음 세대에 빚이 이전되는 구조라네요.

 

어쩌다 지상천국 아이슬란드가 이리 됐을까요.

이상향의 나라를 찾는 것보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을 이상향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있다 해도, 아이슬란드의 불행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에릭 와이너가 말하는 나라마다 다른 행복의 지도에 급변하는 세계 경제를 덧붙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음...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의 지도는 어떨까요?

우리가 알다시피 행복 관련 수치는 대부분 나쁘잖아요.

우리 각자가 우리나라의 (개인이 아닌) 행복의 지도를 말한다면, 과연 어떨까 자못 궁금하네요.

 

  

 

 

지상의 천국에서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추락한 아이슬란드가 이 책<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시작이다.

 

 

읽은 날 2009. 10.  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