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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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풍경, 김형경>

 

몇 년 전 한겨레에서 '형경과 미라로부터'란 칼럼을 즐겨 읽곤 했다. 그 '형경'이 이 책의 작가임을 알게 된 건 한참 후의 일이다. 우연히 보게 된 칼럼을 꾸준히 애독하게 만든 힘, 이 책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작가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쓴 여행기와 심리 에세이를 버무린 책이다. 심리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것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것의 절묘한 결합과 작가의 여행기 그리고 자전적인 애기를 버무려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했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은 부정적인 심리기제는 유아기 때 엄마와의 관계 형성 때 억압되고, 거부되고, 사랑받지 못했던 경험이 트라우마를 형성해 본인의 무의식에 깊이, 본인도 모를만큼 내재되 있어 생긴 것이라 한다.

우리 모두 유아기 때 엄마 (혹은 애착관계의 상대방)와의 관계에서 좋은 경험만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기도 하고 주변 환경적 영향, 기타 여러가지 무수한 것들이 유아기 시절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곤 했다. 각자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받은 스트레스, 반복적 유형의 스트레스, 일시에 충격이 오는 갖가지 모양의 것들은 내면에 적든 많든 상처를 준다.

 

왜 하필 엄마인가....?

그건,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다. 유아기 때 우리는 애착관계를 필요로 하고 그 관계가 잘 형성되야만 괜찮게 성장할 수 있다. 상대방이 누구든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정서적 폐해를 겪게 된다.

애착은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모든 것(배고픔, 불편함 등)을 포함한 신뢰, 정서적 안정이다. 이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서 소개한 실험에서도 알 수 있다.

 

"유아기의 원숭이들은 우유를 든 금속재질의 가짜 어미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가짜 어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킨십과 관련된 모든 과학이 탄생했다. 수많은 장면이 촬영된 그의 섬뜩한 실험은 우리의 인생에서 근접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대부분 애착관계 상대방은 '엄마'이다. 엄마와의 애착관계, 대부분 비교적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알든 모르든, 인식하든 않든 억압되고 거부되고 사랑받지 못했던 경험이 각자에게 있을, 것이다. 부정적 경험과 긍정적 경험에 대한 많고 적음은 각자의 자아상과 정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작가가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유년시절과 맞닥뜨린 순간 순간, 그녀가 진실한 얘기를 한다. 계속, 계속 반복된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기억하고 생각한다. 어린시절의 자신을 다독인다. 엄마를 이해, 한다. 다시 반복이다.

 

계속 반복되는 작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유년시절과 맞닥뜨리게 된다.

지하 5층인지 10층인지, 100층인지도 모를 아득한 지하, 심지어 자물쇠를 걸어 열쇠도 태평양에 슝 버린 그 어느 방. 그런 방이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살아왔음을, 이 책 <사람 풍경>을 통해 기억해 냈다. 어렵고 힘들게 그 방을 찾아...냈다. 빛도 없고 공기도 습하고 탁한, 구석지고 아주 작은, 있는 거라곤 온통 시꺼먼 암흑 속에 어린시절의 내가, 있었다.


가련하고 불쌍했다. 슬펐다. 긴 세월동안 고통도 無痛이 되버린 암흑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힘들었을까.
가녀린 어깨를 웅크리고 구석에 무릎을 세워 얼굴을 묻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본다.
다가간다.
내가 고개를 올려 나를 본다.
서로의 눈만 봤을 뿐인데, 내가 울고 나도 운다.
무릎을 세워 팔을 두르고 있는 나를, 그대로 가만히 안는다. 같이 운다.
왜 이제야 왔냐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수많은 말들은 눈물이 되어 흩어진다.
그저 눈물이 되어 흩어진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훌륭한 책은 체험을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해 다독이고 감싸안음으로써 (갑자기 변한 나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변화의 작은 씨앗을 뿌렸다. 그 씨앗이 훌륭하게 싹을 피워 자라기를, 작가의 말이 내 말이 되기를.

 

"타인의 사랑을 구걸하는 대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타인을 돌보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삼는 이타주의 방어기제를 포기했다. 외부의 인정과 지지를 구하는 대신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훈련을 했다.
남의 말이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타인의 어떤 말이나 행동은 전적으로 그들 내면에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 인간은 타인의 언행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 존엄성을 타고난 존재라 믿게 되었다."

 

"내면에서 맞닥뜨리는 질투나 시기심도 있고, 계속 소설을 쓰는 행위 뒤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이제는 그것들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그것들을 조절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건강한 자기애란 바로 그 병리적 자기애를 인식하고 그것을 의식 속으로 통합하는 행위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한다.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애라고 한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에 병이 들어올 때 몸을 보살피는 것이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햇빛 속을 오래 걷고, 슬픔이 밀려오면 한증막에 가서 땀을 빼고, 무력감이 찾아오면 야산을 뛰어오른다."

 

알게 모르게 시작된 집에서 하는 1시간 요가. 몸을 보살핌으로써 마음도 건강하게 됨을 느낀다. 삶을 즐긴다.
까마득한 지하에 있었던 나는 음....지금 지상에 있나, 지하 1층에 있나.
그래도 가녀린 어깨를 가진 그녀를 잊지 않고 있다.

 

 

 

읽은 날 2008. 11. 1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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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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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도 방랑, 후지와라 신야>

 

얼마 전 TV 예능프로에서 봤다. 사진기사까지 대동한 신혼여행에서 그들만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 6천장이라는, 어느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닌 그들의 에피소드를 듣노라면 상당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왜 그리 사진을 많이 찍을까? 아니, 비단 그들만의 얘기만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찍는다. 

 

"우리는 카메라의 심부름꾼이 되었다...카메라는 내 경험을 보존하고 다시 생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장난감과 비슷한 도구가 되었다"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엄기호>

 

사진의 순기능,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극단인 경우 단점도 있다. 경험을 보존하고 다시 꺼내어 추억하는 도구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도구, 치장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 말이다.
어떤 여행기를 보노라면 여행을 통해 느꼈었어야 할 무언가가 사진으로 채워진 느낌을 받곤 한다. 온전한 경험이 필요한 순간, 카메라가 경험의 순간을 대신해 느낀다.

 

얼마 전, 한국민속촌에 갔을 때 일이다. 제기차기, 그네타기 등 각종체험과 국악비보이, 마상무예 등 볼거리 중에서 아이들이 최고로 뽑은 것은 '고구마 먹기'였다. 생뚱맞았다. 하필 고구마 먹기라니! (블로그에 고구마 먹기를 제일로 쓸 지도 모르는데, 이런 사진이 없네!)
아마도 이런 느낌 때문이지 않았을까? 호일에서 갓 구운 뜨끈뜨끈한 군고구마. 생각보다 너무 뜨거운 고구마 껍질을 벗기질 못해 엄마는 연신 '앗, 뜨거 뜨거'를 연발하고 언제나처럼 아빠가 껍질을 벗겨주고. 차가운 강바람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와 종이컵에 얄밉게 채워진 코코아를 같이 먹으며 생각보다 맛있네의 느낌. 맛있네~ 하니 응~ 맛있지? 되받아주는 가족. 서로의 얼굴을 보며 먹는 오붓함. 바로 이것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정감있게 서로 쳐다보며 먹는 그 순간, 기록한답시고 카메라를 들이댔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 순간을 최고로 쳤을까?
후지라와 신야의 <인도방랑>에도 사진은 있다. 그러나 그의 여행기는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다. 진정한 경험의 순간이 기록되어진 인도여행의 고전이자 바이블이다. 

 

"책은 머리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운율상 맞는 문장이 독서를 추켜세운다. <여행자의 독서, 이희인>에서 봤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였다. 그러나 이 책 <인도방랑>을 보면 독서와 여행이 거의 동격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눈, 코, 입, 귀, 피부 이 모든 것을 통해 마음과 몸에 새겨진 여행은 머리로 하는 여행과 비교가 될 수 없다.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그런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비록 찰나와 같은 순간일지라도 진정한 '나'와 만나고, 타인에게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없지만 분명 있는 그만의 깨달음, 세계...일상에서 느낄 수 있지만 여행에서 보다 더 많은 기회가 오는....그러한 것이 아닐까?
신야가 느낀 그만의 깨달음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꼽아본다.

 

"여행은…비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놀랄 만큼 어리석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로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가득하고, 결국 그것은 기묘한 무엇이다."

 

너무 짧은가? 좀 더 긴 문장으로 음미해보자.

 

"나는 ‘여행’을 계속했다…다분히 어리석은 여행이었다. 때로 그것은 우스꽝스런 발걸음이기도 했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좋은 것도 보았다. 거대한 바냔나무에 깃들인 숱한 삶을 보았다. 그 뒤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비구름을 보았다. 인간들에게 덤벼드는 사나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를 정복한 기품 있는 소년을 보았다. 코끼리와 소년을 감싸 안은 높다란 ‘숲’을 보았다 세계는 좋았다. 대지와 바람은 거칠었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웠다.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실實’을 ‘베꼈다’. 그리고 내 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보았다."

 

그에게 '긴 잠의 끝'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선물한 여행....부럽다. 그런 여유가 있어도 하기 힘든데, 지금은 말하면 뭣하리.
내게 여행은 4인 가족이 함께 떠나고 느끼는 것이다. 다양한 장소, 볼거리, 할거리, 먹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같이 가고 보고 하고 먹고 느끼며 나누는 공감이 중요하다. 여러 곳을 가고 보고 먹으면서 나중에 엄마아빠가 너희를 위해 이렇게 노력했다고 내밀어야 하는 증거가 아니다. 같이 고구마를 먹으면서 느꼈던 감정의 결을 쌓아가는 것, 진정 여행이다.

 

후지와라 신야가 1969~1972년까지 3년간의 여행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 꽤 오래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혀지는 이유, 분명 있다.  그가 전하는 비참, 신랄, 신성, 어리석음, 우스꽝, 기묘한 무엇...결국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런지.
끝으로 기묘한 무엇 중에서도 웃음을 주는 그의 글을 전한다.

 

"사두(성자) – 예로부터 있어온 이 정체 모를 사람들은 적어도 10만 명 이상 지금도 인도 아대륙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왜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왜 이런 정체 모를 사람들이 있는가. 그것은…이야기가 너무 복잡해 나도 잘 모르겠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혼자 알아서 연구하면 될 거라 생각한다.
또한 연구 결과, 왜 이런 정체 모를 사람이 있는지 알아냈다고 해도, 그것은 살아가는 데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읽은 날   2011. 10. 1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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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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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김민영>

 

'책' 분야의 블로거라면 '글쓰는 도넛' (http://blog.naver.com/hwayli/80150807248) 을 알게 된다. 이제 블로그를 시작했고 글쓰기 책을 읽은지 오래된 터라 읽어 보게 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저자의 이력이다. 글쓰기를 원없이 하고 싶어 증권회사를 박차고 나와 궁핍한 생활을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다음 대목에서 그의 내공을 팍팍 느낄 수 있다.
"나는 종종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그냥 하세요.'
중요한 건 ‘그냥’이다. 조건을 달지 말라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떻게 하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책을 낼 수 있을까?', '유명해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면, 무보수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에서 글쓰기가 어떻게 유혹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것에 비해, 이 책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은 글쓰기의 실전편으로 다가온다.

 

1단계 글감 찾기
2단계 자신감 찾기
3단계 잘 쓰려고 하지 마!
4단계 주위 의식하지 마!
5단계 글쓰기에도 밑그림이 필요해
6단계 시선 끌기
7단계 단락 연결하기
8단계 요약하기
9단계 잘 읽히는 글쓰기
10단계 생생하게 쓰기
11단계 논리적으로 쓰기
12단계 고쳐 쓰기
13단계 공개하기

 

도움을 받은 부분은 '잘 읽히는 글쓰기 - 간결하게 쓰기' 이다.  초등학생처럼 짧고 단순한 문장이 좋은 글임을 알면서도 잘 안된다. 자꾸 글이 늘어지고 난해해진다.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 안달하곤 한다.
머리에 각인시킨다. 짧고 쉽게 쓰자고.

 

잘 읽히는 글이 되기 위한 '퇴고' - 퇴고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ㅇ 모니터 상에서 퇴고하기
ㅇ 프린트해서 퇴고하기
소리 내 읽으며 퇴고하기

 

지금처럼 '모니터 상에서 퇴고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글쓰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한다.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를 해야한다는데...음, 노.력. 해봐야겠다.

 

저자가 추천한 책 리스트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었다면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보다 먼저 읽었을 텐데.

 

앤 라모트 <글쓰기 수업>
도정일 외 <글쓰기의 최소원칙>
애니 딜러드 <창조적 글쓰기>
오병곤 외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알수 없는 다음을 기약한다.

 

읽은 날  2012.  1.   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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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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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재인의 운명>

 

<닥치고 정치, 김어준> 을 읽고 그가 궁금해 읽게 됐다.
글 속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책으로 자신을 보여줄것 같지 않다.
대신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책을 쓸수 밖에 없었던, 김어준이 말한 타고난 애티튜드, 그런 측면의 그가 보였다.

 

문재인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친구'라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6살 어리고 고시도 5년 후배라 한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다음 시대에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될 내용을 역사 앞에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서거 이후 지금까지의 30여년 세월 동안의 인연과 그 이면의 이야기가 ‘만남’ ‘인생’ ‘동행’ ‘운명’ 총 4장으로 나온다. 그가 서두를 꺼낸 '그날 아침'으로 가보자.

 

"담당 의사가 말했다.

'여사님이 오시면 전혀 가망 없는 상태라는 걸 말씀드리고 동의를 받아 인공연명장치를 제거해야 합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실장님이 먼저 좀 말씀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신 차려라. 침착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여사님이, 의료진의 연락을 받고 겨우 부축을 받아 대통령을 만났다. 거짓말처럼 깨끗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아무 상처가 없었다. 표정이 온화하기까지 했다. 여사님은 그 모습을 보고서도 실신을 했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여사님에게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 드리는 것이었다.

여사님의 오열과 통곡 앞에서 나도 나를 가누기 어려웠다. 고통스런 일이었다. 실신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던 여사님께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하신 후에 동의를 했다. 인공심장 박동기를 제거했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이었다. 그 분을 떠나보냈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단 몇 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한잔 갖다 줬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찻잔에서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던 바로 그 날, 우리는 눈부시게 젊었다."

 

문재인은 박정규변호사 대타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처음 만나 동업자로 선배처럼 친구처럼 함께 한다. 열정과 원칙을 가지고 인권변호사의 길로...

그들의 눈부시게 젊은 시절부터 그 날까지 담담하게 쓰여져 있는 이 책 <문재인의 운명> 에서 그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일까?

 

그가 남긴 역사 앞의 기록을 보자.
먼저, '냉정한 현실'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진보.개혁진영 힘을 다 합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힘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냉정한 우리의 현실이다. '대의'가 조직의 논리에 숨어 버리고 힘이 분산되고, 생각보다 짧은 5년의 임기때문에 희망과 기대는 많지만, 힘이 약하다.
"즉, 개혁진영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혁’과 ‘복지국가’를 정권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참여정부가 증명한 것,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박 정부가 워낙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니 그런 듯한 착시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정권을 잡는 순간 그 ‘저항’과 ‘벽’은 다시 선명해지고 높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 동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하고,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해서 모두들 앞으로 진보.개혁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만 논의할 뿐, 그 과제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에 대한 내용은 더 이상 없다.
국민인 우리가, 진보진영의 그들이, 당면한 그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된 자리에서 논의될 터이다.
다만, 국민인 우리는 각자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는 그의 서거.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와의 만남부터 오랜 동행, 그리고 이별은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긴 숙제가 있다면 그 시대적 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그가 남긴 시대적 소임, 모두가 자유롭지 않길 정말 희망한다.

 

읽은 날   2011.  12.  1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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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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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읽을 즈음이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을 계속 회피했다.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책만 읽어내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맨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책만 보는 바보'와 이덕무 선생의 '책만 보는 바보'는 격이 다른,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사실 글자 그대로 책만 보는 바보의 글이라면 세상에 나올 턱이 없지 않겠는가! 이제 '책은 보되 행동하지 않는 자'로 스스로를 불러야 하나보다. (힘들다.)

 

<책만 보는 바보>의 소개다.
"저자 안소영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1761년에 집필한 『간서치전 - 책만 보는 바보』라는 자서전에 매료되어, 이덕무와 그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 더 나아가 그 시대를 담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덕무와 그의 벗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서 체험하면서(이서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자출신)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새롭게 바꾸어 가려는 개혁적인 사상가로 변모한다."  

 

이덕무가 개혁적인 사상가로 나오는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수필이라 역사 속 행적-청()의 고증학을 수용하여 조선에서 북학을 일으키는 데 공헌이 자세히 언급되 있진 않다. ) 이 글은 정말 주옥 같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글이 너무 담백해 매료됐다면, 이 글은 너무 아름다워 매료된다. 인격과 성품이 여실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글.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날까지 글을 썼다.  갑작스런 이별을(미리 예감했나보다) 고하는 담담한 그의 글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 칭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탓하며 용기를 내어 읽었는데, 이런 글을 쓴다면 바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로 생각한 거 같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과 불현듯 드는 생각(바보)과 숨바꼭질 하고 있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가 제법 시간이 흘러 술래(바보 생각)한테 잡혔다가 또 멀리 도망가는 숨바꼭질.

 

그 숨바꼭질 중에 '아룬다티 로이' 사람을 알게 됐다.
그녀는 1997년 영국의 부터 상을 수상했는데, 그 수상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매우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첫 소설로 수상한 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인도에서 댐 건설 반대운동, 반전운동 등에 힘쓰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도 그와 관련된 에세이뿐이다. 유럽에서 인기를 얻은 인도의 작가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이주해 화려한 문단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소설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로이는 자기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지는 않으며 쓸 것이 있을 때에만 쓴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한가롭게 소설 따위를 쓸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제는 술래한테 잡혀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도망가고 싶다. 뒤통수가 간지럽다. 

뭐라 말하고 싶지만, 변명임을 안다.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m 거리에 술래가 있다. 도망가지 않고자 한다.

 

 

읽은 날   2010. 2. 1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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