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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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하나의 물건이 있습니다. 

이 물건을 보는 사람들은 제각기 시선을 가지고 있지요. 흠모하기도, 어려워하기도, 탐하기도, 즐기기도 합니다. 또한 이 물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다양하지요. 

당신은 이 물건, '책'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저자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를 통해 '감수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광고쟁이답게,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감성적인 광고의 원천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판화가 이철수, 김훈의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 상투적인 표현을 경계하는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 그리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우는 고은 선생의 낭만을 말하고 있지요. 

이렇게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네요. 

감성이 풍요로와지면, 인생이 풍요로와 진다면서요. 일상 속 모든 사물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줄 안다면, 창의적인 사람이라면서요. 

 

저자는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감수성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고, 매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를 탈 수 있고,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야 빨리 빨리 와, 찍어, 가자" 하는 사람, 그리고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간 5박 6일간의 파리 여행에서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라는 그림 앞에서 얼어붙어서 사십 분간 발을 떼지 못한 채 소름이 돋는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게 생을 마감하겠냐며 독자에게 묻고 있어요. 

(저는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재력과 여유가 더 풍요로와 보이지만, 아니라 해야할 거 같군요.) 

 

감동 잘 받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 현자라며 저의 빈약한 감수성을 꺠우쳐 주고 있어요. 저는 제 빈곤한 감성이 부끄러운 나머지, 저자를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박웅현은 좋겠다~, 스스로 풍요로와진 삶에다 광고까지 성공하니, 책읽기 성공 모범사례여~ 정신적, 물질적 풍요로움을 모두 얻으니, 얼마나 좋을까~! 

 

주책없는 질투를 불러일으킬만큼, 저자는 독서를 자신의 일로 훌륭히 연결시켰습니다. 좌절된 패션 디자이너의 꿈에도 생업을 새로운 꿈의 기반으로 삼은,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저자 김홍기까지 떠오르니, 한숨만 납니다. 

제가 책으로 연결시키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는 생각과 독서를 일과 연관짓지 못하는, 한계 지어진 능력이 생각나서요. 

 

<책은 도끼다> 마지막에 나오는 "책을 많이 읽어도 불행한 사람은 많습니다" 란 문장이 두고두고 울림을 주네요. 이 문장의 힘은 "책"이란 물건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얻어야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제게 책은 "애인"같아요. 안 보면 보고 싶고, 계속 보면 가끔 질리기도 하고. 힘들다 투정대기도 하고, 힘드니 쉬어가라 어깨를 내주기도 하는. 

그런 애인같은 책에서, 그냥 저냥 살아가는 일상의 힘을 얻고 싶습니다. 

좋게 말하면 득도요, 나쁘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 말이지요. 

이 책 덕분에 약간은 커진 일상을 발견하는 힘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느끼,면서요. 

 

 

 

읽은 날  2012. 5. 2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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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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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270쪽> 

 

제가 호시노 미치오를 알게 된 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였습니다. 

 

"이른바 모험가 중에는 제 행적을 남에게 팔기 위해 모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을 시험하는 

모험이 아니라, 상업모험가 혹은 모함꾼이라고 해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산꼭대기나 요트 안에 

셀프타이머 카메라를 설치하고, 의기양양한 제 얼굴을 매스컴에 판다. 진짜 모험이란 남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비상용 무전기 같은 것도 들지 않고, 남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길을 떠나는 

고독한 세계의 어떤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저는 진정한 모험가로서 호시노를 발견해야만 하는 의무감 

에 사로잡혔어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의 사진, 그의 글 곳곳에 삶의 여행가 

로서 호시노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의 여행은 어느 날 우연히 본 헌책방의 사진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진에 매혹된 호시노는 주소도 모른채 무작정 편지를 써 보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편지에 

알래스카 쉬스마레프 마을의 부부가 답장을 해오고, 이렇게 그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저도 이 사진을 보고 매혹, 당했습니다. 진짜 쉬스마레프 마을이 어떨지 몰라도, 이 사진의 고즈 

넉한 빛과 표표히 있는 마을사진은 제게도 울림을 주더군요. 

그렇다해도 모두 그곳을 찾아갈 수 없을텐데, 호시노는 어떤 마음으로 머나먼 그 곳을 향해 떠났 

을까요. 

 

그가 이 사진을 본 나이는 19살, 그리고 그 전에 16살 나이로 2개월간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을 

홀로 여행한 이력이 있더군요. 그러기에 가능했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다해도, 19살 청년을 무작정 떠나게 한 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구수한 밥 짓는 냄새, 따스 

한 석양이 내려앉는 지붕, 넉넉한 품을 가진 가족.....이 없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26년이나 지속된 여행에서 그가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더는 물러설 데가 없 

는, 발견 당하는 측에서 풍겨나는 아우라요. 이래저래 변화가 진행 중인 알래스카에서 저항하지도 

영합하지도 않고 늘 표표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 말입니다. 

그 표표한 모습은 자연에 대한 관심이며, 그 종착점은 자기 생명, 살아 있다는 것의 신비, 이지 않았 

을까요. 

 

게다가 호시노는 1996년 45세 나이로 야영중인 텐트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아 죽어요. 

바람 같은 삶, 그리고 그의 글. 사진과 같은 죽음입니다. 

불곰의 습격을 받아 죽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불행을 느끼지 않았을거라면, 저의 착각일까 싶지만, 그래도 그는 바람 같은 여행이었던 그의 삶을 

이렇게 느꼈을 거 같아요. 

"이만 하면 됐다~" 하구요. 

 

그가 찍었을 사진과 글을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저도 바람같았던 그의 삶을 표표히 바라보고 싶네요. 

제 인생도. 

그리고 제 자신도 늘 표표히 서 있고 싶습니다. 

저항하지도, 영합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이지요. 

 

 

 

읽은 날 2012. 5. 29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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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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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한비야, 그의 이름을 낯설어하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다니던 국제홍보회사를 그만두고 7년간 세계여행을 한 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출간하고,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 이어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의 경험이 담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까지, 쉽사리 흉내내기 힘든 에너지 파워, 한비야 팀장이다. 

그를 알게 되면 저절로 응원자가 되버려서일까, 씩씩하고 당당한 그녀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일까.  2009년에 출간된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은 건  누구도 아닌 한비야 팀장의 글이기 때문 

이다. 

 

정말 지구 세 바퀴 반을 걸었을까.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 인도차 

이나반도, 남부아시아, 몽골, 중국, 티베트.... 그가 걸어서 다닌 거리가 실감나지 않아 믿기 힘들 

지경이다. 

그 후 그는 2001~09년까지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젼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다, 새로 

운 출발선 즈음에 이 책 <그건 사랑이었네>를 썼다. 

 

그가 지구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반을 걷고, 8여년 간의 봉사활동을 하게 한 저력은 무엇일까.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열정?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삶?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켜서 하는 일? 

그건 아마도 그의 말대로 '사랑' 때문이 아닐까. 

지구를 돌고 돌아 오십 대에 접어든 그가 '그건 사랑이었네'라 말하고 있지만, 애초 그녀의 시작이 

'사랑', 이었을 것이다. 

그 안에 오롯이 품어져 있던 사랑을 오십 대 접어들어 '발견'한 거라 생각한다. 

(아니, 그는 분명 언제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었을 거다.) 

 

자신과 세월, 환경, 그리고 문화를 거슬러 살아왔든 혹은 순응하며 살아왔든 인생의 혜안처럼 깨우 

쳐지는 진리 중 분명 '사랑'은 있어 왔다. 

한비야 팀장의 경우뿐만 아니라 지구별을 거쳐간, 그리고 지금도 여행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공통 

된 목소리, '사랑' 이다. 

 

나와 주위를 사랑하고, 나아가 지구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 행동의 주인공은 바로 사람 

이고, 그 사람은 바로 '나'이다. 

관념과 생각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나에 의해 실천되는 행위로서 '사랑',을 말이다. 

 

얼마 전 오묘하게 빠진 이상한 나라를 푸는 열쇠도 '사랑'이리라. 

그 동안 행동과 관습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출발선을 '인식의 전환'이라 여겨왔다. 

내가 생각해 온 '인식의 전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알면 행동이 바뀔 것이고, 나아가 세상이 바뀔 

수 있으리란 소박한 소망이 색안경처럼 덧씌어져 있었음을 인정한다. 

지식과 관념으로 세상이 바뀌리라는 갸날픈 소망, 그 소망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아프게 인정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을 그러안을 수 있는 '사랑'이 우리의 대안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생각으로 '사랑'이 다가오지 않음을 아는 것이 고통스럽다. 

나는 당장 무엇으로 '사랑'을 실천할까. 

생각없이 튀어나오는 답은 독서와 글쓰기지만.... 

 

어쩃든 궤도는 수정됐다. 

조금씩 천천히 나의 답을 찾아가리라. 

 

 

 읽은 날   2009. 11. 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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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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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이희인>  

 

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 책 <여행자의 독서>처럼 말이다. 

이 책은 독서와 여행의 멋들어진 조합으로, 독자로 하여금 꿈을 그리게 한다. 나도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읽었던 책을 떠올렸으면, 혹은 감동받은 책을 그리며 그곳을 여행했으면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었을 당시 인상깊었던 문구는 린위탕이 <생활의 발견>에서 말한 

"10년을 독서에 바치고, 10년을 여행에 바치고, 10년을 그 보존과 정리에 바친다" 와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였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평생을 독서와 여행에 바치고,  평생을 세상에 좋은 흔적을 남기고  후손에게 좋은 세상을 전해주 

는데 바친다고. 

그리고 <인도방랑>을 읽은 후, 독서와 여행이 완전한 동격이 되기 힘들다는 생각, 삶은 어찌보면 

여행이기에 머리로 떠나는 독서까지 겸비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는 생각...말이다. 

 

저자가 각국에서 떠올린 책을 소개하자면, 러시아 <백야> <죄와 벌>, 네팔 히말라야 <인듀어런스>, 

미얀마 <박사가 사랑한 수식>, 라오스 <월든>, 호주 <파이 이야기>, 모로코 <연금술사>, 요르단 외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연을 쫓는 아이> 등이다. 

나만 눈치챘다. 위에 열거된 책들은 내가 읽었거나, 읽었을거라 추정되는 책임을. 

 

저자의 여행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것은 인도와 쿠바다. 

인도는 사흘을 못 버티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만일 버티게 된다면 3년은 더 머물고 싶어 

지는 곳이라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실감났고, 쿠바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게 많은 나라를 가봤으면서 오직 쿠바에 가보질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보다 내 여행 편 

력을 윗길로 쳐주는 친구가 있다. 쿠바를 못 가봤다면 진정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게  그 

의 해괴한 편견 내지는 선입견이다. 그 친구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여행담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쿠바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쿠바의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의 마음을 사로잡고 설레게 하는 것일까?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삶과 전설? 쿠바에 머물며 작품을 

썼던 헤밍웨이와 그 작품 <노인과 바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야구라든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쿠바 재즈? 혹은 살사 댄스와 라틴 댄스?  사실 이 나라의 매력과 낭만을 표현하는 단어 

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쿠바는 북한 등 몇몇 나라와 함께 외견상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는 듯 보인다. 반 

제국주의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가 생존해  반세기 가깝게 쿠바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독재 국가와 달리 완강한 폐쇄성이나 폭력적인 정치 체제에 대한 인상은 드물다. 이웃 나라 

미국의 집요한 봉쇄와 압력에도 굳건히 맞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세계 각지에 의료지원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나라가 이 나라이고, 소련 붕괴로 식량 지원이 끊기면서 자구책으로 

택한 이 나라의 유기농업은  지구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의료와 교육에 있어 높은 수준의 사회 

지원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이 나라는 세상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나라다." 

 

쿠바, 정말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쿠바와 관련된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 

쿠바...외에 옆구리에 책을 끼고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떠올려본다. '애독자의 여행'이라고 할까? 

 

그 동안 읽었던 책을 훑어보니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이탈리아다. 

먼저 피렌체 두오모 광장에서 <냉정과 열정사이>의 아오이를 느끼고 싶다. 아오이 마음으로 떠 

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다면 더 좋을테고... 

아오이를 가득 느끼고 난 후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를 즐기리라. 

고대 로마의 미식가는  하류에서 잡은 물고기와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를 맛으로 구별할 줄 아는 

완벽한 수준의 민감한 재능이 있었고, 나뭇가지 위에서 조는 자고새 다리의 특별한 맛까지 안다 

하니, 그 재능의 현현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배가 채워지면 볼로냐에 가서 8,000 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의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 

 

그 다음 가고 싶은 나라는 첼리스트 카잘스의 조국, 카탈루냐다. 일찍이 중세 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당신(지배자)과 동등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합치면 당신보다 위대합니다' 라는 

헌법을 만든 나라, 11세기 때 이 세상에 전쟁을 없애기 위한 의회를 소집한 높은 수준의 문명을 

느껴보고 싶다. 

 

독일에서는 <압록강은 흐른다>의 이미륵을 만나고 싶고,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 

라 불리는 토마 상카라의 정신을 만나고 싶다. 

<행복의 지도>에서 반한 아이슬란드는 어떤가. 죽음의 가능성을 포함하면서도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유대감이 있는 나라, 정말 멋지다.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는 땅, 터키에서 <생사불명 야사르>의 기상천외함은 또 어떤가. 

 

빼놓을 수 없는 나라는 그리스, 인도, 영국이다. 

두 말하면 잔소리인 그리스는 <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 덕에 더 가고 싶어졌고, 읽은 책이 

쌓이면서 느끼게 되는 불교정신의 발현지 인도에서는, 붓다의 보리수 아래만이라도 서 보고 싶다. 

러셀과 다윈이 태어난 영국도 가 보고 싶고. 

장소가 아닌 사람으로는 절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인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다. 

만나서 무엇을 물어볼까? 

'이제 곧 당신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TV에서나 볼 법한 지리 

멸렬한 질문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 다음 가기가 염려되는 곳, 일본이 있다. (두어차례 관광은 다녀왔지만) 

일본은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에서 서경식 선생이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옅어지는 나라라 

말하고 있어서이다. '정의를 추구한다'고 하면 열렬하다든지, 시끄럽게 떠든다든지, 폼 잡는다 든 

지 하여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분위기가 몇 십 년이나 계속되고 있고,  올바른 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주저하고 몸을 움츠려야 하는 분위기라 하니, 가기가 두려운 곳이다. 

 

쓰고 보니 생각보다 많다.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 <채링크로스 84번지>의 뉴욕, <연애소설 읽 

는 노인>의 칠레, <잠수복과 나비>의 프랑스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국내도 많지 않은가. <토지>의 경남 평사리, 하다못해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의 서울까지! 

 

  

읽은 날  2010. 11. 1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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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신공 - 손자병법에도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 생존비책
김용전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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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직장신공, 김용전>

 

신입사원 시절, 회사다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주5일 근무가 아니었던 그 시절, 일요일 쉬는

게 불만이었고  수능시험으로 출근시간이 늦춰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동료들이

늦춰진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세월이 흐르자 교과서가 세상인 줄 알았던 순진한 신입사원은 더 이상 출근이 즐거워지지 않았

다.  회사의 요구로 자신의 양심을 버린 결과가 되었던 어느 날,  양심이 찔려 식사를 못한 적도

있었지.

세월이 흘러 회사와 소비자 이익의 아슬아슬한 교차점, win-win 지점을 찾아내는 방법을 터득

하게 됐으나, 단어조차 생소한 검은 백조, 블랙 스완의 출현은 모든 것을 한방에 무너뜨렸다.

 

사람은 어려움을 겪어봐야 진면목을 안다고 했던가.

아,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다. 조직에게 인품, 아니 조품(組品)이란 있을 수 없다. 생존과 이익이

있을 뿐이다. 그 조직의 생존 앞에 조직원의 안위 따위는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 평소 열심히 일한 직원은 소비자의 민원에 편할 틈이 없었고, 평소 소박히 일한 직

원에게 위기는 딴나라 일인 법이다.

들락거린 법원과 경찰서, 오밤중과 새벽을 가리지 않는 4개월 문자협박,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

기 위해 구입한 호신용 gas 스프레이.

아마도 나는 '사기성'이 강한 사람인가보다.

아,마,도.

..............!!

 

또 세월이 흘러 큰 계기, 소소한 이유와 핑계가 켜켜히 쌓여, 과거야 어찌됐든 지금의 나는 '암반

수족'이다. 이 책,<직장신공>의 저자 김용전이 말하는 암반수족은 직장에 불만이나 힘든 일이 있

어도 바위 밑을 흐르는 물처럼 소리없이 참아내며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라 한다.

아니 어쩌면, '나토족' No Action, Talking Only 일지도, '다운시프트족' (자기가 처한 현실을

부정해봐도 소용없기 때문에 체념하고 받아들이려는)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말이다.

 

암반수족이든 나토족이든 다운시프트족이든, 내 상황이 '직장신공'이란 단어와 조화되지 않는

터라 오히려 더 읽어 보고 싶었다. 지금 내게 '직장신공'은 새로운 분야(?)니까.

 

이 책의 저자 김용전은 한 교육 기업의 단칸방 창립 멤버로 시작해 연매출 3,000억대의 대기업

을 만들며 30대 이사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어느 날 20여 년간 청춘과 인생을 바쳤던 회

사에서 이유도 모른 채 나이 쉰에 토사구팽 당한다. 그 후 '회사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니라는

뼈아픈 깨달음을 얻고, 직장이라는 비정한 무림강호에서 홀로 싸우는 후배들을 위해 KBS라디오

에서 '직장인 성공학'의 인기코너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 코너의 100여회가 알차게 추려진 게

이 책이다.

이론과 실전, 어느 것하나 부족함 없는데다 수많은 상담사례까지 더해진 그의 입담은 속이 꽉꽉

찬 커다란 열매다. 베어무는 부위마다 다른 맛과 풍미를 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번지르르한

이론이나, 현실과 다른 실전이 아닌, 그야말로 맞춤형 '대한민국 직장인 생존비책'이다.

 

이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초식 진심직설 眞心直說                 나는 대한민국 직장인이다
2초식 불가근불가원 不可近不可遠     상사의 오른팔은 안전핀이 아니다
3초식 청출어람 靑出於藍                 부하는 그대 성공의 텃밭이다

4초식 오월동주 吳越同舟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함께 가야 한다

5초식 도광양회 韜光養晦                  이직 첫 계명, 333검법을 써라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은 불가근 불가원, 바로 상사와의 관계다.

상사 대하기 입사 연차별 맞춤형 전략, 내 할일 다 하는데 괴롭히는 상사, 무능하면서 자리만 차

하는 상사, 총대메기 전략, 상사의 비리....대개 어느 직장에나 있음직한 내용이 빼곡하다.

그 중 지금 내게 가장 적합한 문구는,

 

"당신 앞에서는 비정하고 거대한 상사이지만, 그도 결국 똑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엄한 척하지만 사실은 당신을 유심히 지켜보며, 당신의 성장을 속으로 기뻐하는 숨은

흑기사일 수도 있다." 이다.

 

회사 내 제법 센 권력과 카리스마, 그 뒤에 보여지는 '떼 쓰는 남자아이'가 바로 내 상사다. 상사

뒷담화 대상은 늘 '떼 쓰는 남자아이'인데, 이제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권력과 카리스마를 유

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떼 쓰는 남자아이'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부하직원에게 유치한 떼를 써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도 결국 같은 사람인 것이다.

설령, 비정하고 자기만 아는 상사라 하더라도 그를 같은 사람으로 보는 시각, 그 지점이 상사와

의 관계, 그 출발점이다.

 

산뜻한 출발로 상사와의 관계가 좋다면 불가근을 유념해야 한다. 상사는 부하에게 파악되면 안

되는 존재,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령,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부하가 파악한 상사의 진실은 완벽한 진모를 파악한 것이 아닐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반대로 위에서는 아래를 거의 완벽하게 읽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를 평하는 데서는 항상 겸손하고 신중하면서 말을 아껴야 한다. 그리고 가급

적 상사와 겨루는 일을 삼가라고 말하고 싶다. 부하는 대부분 총이 한 자루인데 반해 상사는 총이

두 자루일 뿐만 아니라, 서랍을 열면 거기서 미사일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현실성을 소개한다.

저자는 마지막 도광양회 부분에서 대기업 인턴과 중소기업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중소기업의 장

점을 쫙~ 얘기해주고는 대기업 인턴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원론적인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다르기도 하지만, 상담 요청자의 심리까지 감안한 현실적인 조언이

라는 점이 이 책의 최고장점이다.

 

길이 단단히 들어버린 나는야 암반수족.

계속 암반수족을 고집, 할까?

이 책은 고집쟁이를 고민하게 하고, 허공에 뜬 두 다리를 붙잡아 지상에 붙여놓는다.

언젠가 물길을 바꾸든, 물길을 확장하든, 물길이 메말라버리든 뭐, 언젠가 결딴이 나겠지.

 

 

읽은 날  2012. 7. 2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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