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270쪽> 

 

제가 호시노 미치오를 알게 된 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였습니다. 

 

"이른바 모험가 중에는 제 행적을 남에게 팔기 위해 모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을 시험하는 

모험이 아니라, 상업모험가 혹은 모함꾼이라고 해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산꼭대기나 요트 안에 

셀프타이머 카메라를 설치하고, 의기양양한 제 얼굴을 매스컴에 판다. 진짜 모험이란 남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비상용 무전기 같은 것도 들지 않고, 남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길을 떠나는 

고독한 세계의 어떤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저는 진정한 모험가로서 호시노를 발견해야만 하는 의무감 

에 사로잡혔어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의 사진, 그의 글 곳곳에 삶의 여행가 

로서 호시노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의 여행은 어느 날 우연히 본 헌책방의 사진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진에 매혹된 호시노는 주소도 모른채 무작정 편지를 써 보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편지에 

알래스카 쉬스마레프 마을의 부부가 답장을 해오고, 이렇게 그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저도 이 사진을 보고 매혹, 당했습니다. 진짜 쉬스마레프 마을이 어떨지 몰라도, 이 사진의 고즈 

넉한 빛과 표표히 있는 마을사진은 제게도 울림을 주더군요. 

그렇다해도 모두 그곳을 찾아갈 수 없을텐데, 호시노는 어떤 마음으로 머나먼 그 곳을 향해 떠났 

을까요. 

 

그가 이 사진을 본 나이는 19살, 그리고 그 전에 16살 나이로 2개월간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을 

홀로 여행한 이력이 있더군요. 그러기에 가능했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다해도, 19살 청년을 무작정 떠나게 한 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구수한 밥 짓는 냄새, 따스 

한 석양이 내려앉는 지붕, 넉넉한 품을 가진 가족.....이 없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26년이나 지속된 여행에서 그가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더는 물러설 데가 없 

는, 발견 당하는 측에서 풍겨나는 아우라요. 이래저래 변화가 진행 중인 알래스카에서 저항하지도 

영합하지도 않고 늘 표표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 말입니다. 

그 표표한 모습은 자연에 대한 관심이며, 그 종착점은 자기 생명, 살아 있다는 것의 신비, 이지 않았 

을까요. 

 

게다가 호시노는 1996년 45세 나이로 야영중인 텐트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아 죽어요. 

바람 같은 삶, 그리고 그의 글. 사진과 같은 죽음입니다. 

불곰의 습격을 받아 죽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불행을 느끼지 않았을거라면, 저의 착각일까 싶지만, 그래도 그는 바람 같은 여행이었던 그의 삶을 

이렇게 느꼈을 거 같아요. 

"이만 하면 됐다~" 하구요. 

 

그가 찍었을 사진과 글을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저도 바람같았던 그의 삶을 표표히 바라보고 싶네요. 

제 인생도. 

그리고 제 자신도 늘 표표히 서 있고 싶습니다. 

저항하지도, 영합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이지요. 

 

 

 

읽은 날 2012. 5. 2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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