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하나의 물건이 있습니다. 

이 물건을 보는 사람들은 제각기 시선을 가지고 있지요. 흠모하기도, 어려워하기도, 탐하기도, 즐기기도 합니다. 또한 이 물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다양하지요. 

당신은 이 물건, '책'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저자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를 통해 '감수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광고쟁이답게,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감성적인 광고의 원천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판화가 이철수, 김훈의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 상투적인 표현을 경계하는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 그리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우는 고은 선생의 낭만을 말하고 있지요. 

이렇게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네요. 

감성이 풍요로와지면, 인생이 풍요로와 진다면서요. 일상 속 모든 사물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줄 안다면, 창의적인 사람이라면서요. 

 

저자는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감수성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고, 매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를 탈 수 있고,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야 빨리 빨리 와, 찍어, 가자" 하는 사람, 그리고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간 5박 6일간의 파리 여행에서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라는 그림 앞에서 얼어붙어서 사십 분간 발을 떼지 못한 채 소름이 돋는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게 생을 마감하겠냐며 독자에게 묻고 있어요. 

(저는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재력과 여유가 더 풍요로와 보이지만, 아니라 해야할 거 같군요.) 

 

감동 잘 받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 현자라며 저의 빈약한 감수성을 꺠우쳐 주고 있어요. 저는 제 빈곤한 감성이 부끄러운 나머지, 저자를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박웅현은 좋겠다~, 스스로 풍요로와진 삶에다 광고까지 성공하니, 책읽기 성공 모범사례여~ 정신적, 물질적 풍요로움을 모두 얻으니, 얼마나 좋을까~! 

 

주책없는 질투를 불러일으킬만큼, 저자는 독서를 자신의 일로 훌륭히 연결시켰습니다. 좌절된 패션 디자이너의 꿈에도 생업을 새로운 꿈의 기반으로 삼은,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저자 김홍기까지 떠오르니, 한숨만 납니다. 

제가 책으로 연결시키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는 생각과 독서를 일과 연관짓지 못하는, 한계 지어진 능력이 생각나서요. 

 

<책은 도끼다> 마지막에 나오는 "책을 많이 읽어도 불행한 사람은 많습니다" 란 문장이 두고두고 울림을 주네요. 이 문장의 힘은 "책"이란 물건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얻어야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제게 책은 "애인"같아요. 안 보면 보고 싶고, 계속 보면 가끔 질리기도 하고. 힘들다 투정대기도 하고, 힘드니 쉬어가라 어깨를 내주기도 하는. 

그런 애인같은 책에서, 그냥 저냥 살아가는 일상의 힘을 얻고 싶습니다. 

좋게 말하면 득도요, 나쁘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 말이지요. 

이 책 덕분에 약간은 커진 일상을 발견하는 힘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느끼,면서요. 

 

 

 

읽은 날  2012. 5. 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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