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과학자의 서재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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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갖고 계신가요? 

그 꿈이 자신의 현실과 맞지 않아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 <과학자의 서재>를 추천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육군장교였던 엄한 아버지와 장남으로서의 위치에서 '시인'은 언감생심이었죠. 이래저래 방황을 많이 했답니다. 

그러나, 최교수는 시인이라는 꿈을 내쫓지 않고 가슴 한 켠에 자리잡도록 했어요. 꿈이 도망가버리면 '자기답지 않은 자신'만 남기 때문이었죠. 

현실이 어떻든 가슴 속에 남아있던 꿈은 최재천 교수를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되게 해주었다죠. 

 

가슴 속에 묵혀두었던 시인의 꿈이 과학자와 결합할 수 있게 한건 한 권의 책 덕분이랍니다. 

바로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에요. 

이 책은 최교수에게 생물학이 그저 흰 가운을 입고 세포나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 철학을 논할 수 있는 학문이란 걸 알려줬답니다. 이 책으로 최교수는 생물학에 몸바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는군요. 

 

저도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세포 단위의 난해한 이야기는 '우연으로 보이지만, 그건 필연이다'란 인상을 강하게 남겨주었죠. 세월이 지나 불교의 연기론 (하나는 전체에 연루되어 있고, 전체는 하나 속에 침투하고 있다 / 자신의 행동이 수많은 인연 가운데 결정적 하나로 기여함을 아는 것)을 보며 이 책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낯선 과학과 불교의 얘기가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교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훌쩍 유명인사가 되버린 그에게 인기욕이나 명예욕이 있을것만 같았거든요. 근거없이 말입니다. (그런 작가 중 한명이 이지성이기도 하구요) 

그런 오해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다음의 문장은 제 마음을 울렸어요. 

 

"내가 가야 할 길을 담담히,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가면 세상도 나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을 해보겠다고 욕심부리며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허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이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내가 하고자 한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시인의 꿈에서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된 최교수 이야기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좌표가 될 거 같습니다. 최교수는 책을 통해 꿈을 이어 나갔지만, (그래서 과학자의 서재로 제목을 지었나 봐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지요. 꿈이 현실과 맞지 않더라도 내쫓지 말고 가슴 한 켠에 머무르게 한다면 언제고 분명 기회가 올 겁니다. 

그 믿음을 갖기엔 우리의 현실이 빈곤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자체가 '할 수 있다' 란 가능성의 반증일 테니까요. 

 

             

 

 

 

읽은 날  2013. 5.  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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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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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던 중학교가 대학교 근처에 있었습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여중생은 대학생들의 데모가 원망스럽기만 했지요. 교실 창문을 닫아도 들어오는 매캐한 연기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콧물에 섞여, 공부도 안하는 한심한 대학생이란 이미지를 만들곤 했어요.

그 당시 대학생들이 왜 데모를 할까란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었네요.

질문이 사라진 교실에서 저는 그저 착한 국민으로 육성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착하고 말 잘 듣는 모범국민으로 자라던 제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고쳐 쓴 한국근대사>를 읽은 뒤였습니다. 교과서가 알려주는 세상과 역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책을 통해 접한 지식은 놀라움 자체였고 새로운 인식의 창이었어요.

사람의 생각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 거 같아요. 목숨을 겨누는 창 앞이라 해도 겉으로 바뀌는 척 할 수 있어도 감출 수 있는 속내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그러나, 진실과 진정성 앞에선 다르겠지요. 이래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문명 이래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나봅니다.

 

제가 태어나던 그 즈음부터 리영희 선생께서는 <전환시대의 논리 / 1974년> <우상과 이성 / 1977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1994년> 등의 책을 통해 억압과 부조리에 맞선 펜의 힘을 몸소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많은 청춘들이 선생의 책을 보며, 새로운 진실에 눈을 뜨고 영감을 얻어 후학과 제자로서 사회의 커다란 기둥이 되어 갔지요. 비록 한쪽에선 저처럼 진실을 모른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10년 12월 5일 리영희 선생의 부고를 듣고난 한참 후에야 이 책 <대화 리영희>를 만났습니다.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답게 리영희 선생 개인의 회고담과 사상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같은 환경, 같은 역사적 체험과 인간적 삶을 경험해도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개인적 반응 양식은 천차만별이잖아요. 이게 다 개인의 주체적 의식의 문제라 해도, 가끔 궁금해요. 그 주체적 의식은 어떻게 형성되고 달라지는지 말이에요. 리영희 선생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랐다해서 모두 다 같이 그런 분이 되지 않는 이유가 말입니다.

완벽한 설명이 되지 않지만, 리영희 선생의 유년시절 두 명의 인물을 그 분의 원초적 잠재의식에 큰 영향을 준 거 같습니다. 바로 외삼촌과 문학빈이라는 머슴이지요.

 

리영희의 외삼촌은 정치.사상적 변혁을 겪은 뒤, 매제(리영희의 아버지)의 재산을 소작인들에게 나누어 줬습니다. 평생을 두고 오빠를 원망한 어머니 곁에서, 리영희 선생은 민족이 필요로 했던 혁명적인 지식인으로서 외삼촌을 기억하며 성장했다는군요.

 

또 한 명의 인물은 일자무식이었던 문학빈이란 머슴입니다. 그는 혁명가로 변신해 지난 날 상전이었던 리영희 선생의 외할아버지를 두 번이나 협박해 독립자금을 뜯어가기도 하고, 결국은 총을 쏴 죽이기도 했다는 군요.

리영희 선생은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별개로 무지렁이 머슴 출신으로, 혁명가이자 독립투사의 계급적 각성과 사회혁명을 몸으로 실천했던 분으로 문학빈을 기억하시더군요.

(문학빈은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에도 등장하던데요, 책을 통해 알게된 인물이 다른 책에도 등장하는 걸 보는 것도 독서의 묘미인 거 같습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리의 근현대사는 비록 모든 전진이 힘겹고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더디고 불만족스러웠다 해도, 미국이라는 음흉한 외부세력의 의도와 압력을 조금씩이나마 무력화해 나간 남한 국민의 역사적 성취였습니다.

가령, 미국정부의 '일본중심 아시아 후견체제' 수립에 암적인 존재였기에 미국은 이승만을 제거하려 했고, 그 대안으로 철저한 반공주의를 표방하는 독재 군부정권으로 박정희를 점 찍은 후 1961년 5월 16일 그에게 쿠테타 승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지요.

충실한 대리인이었던 박정희가 쓸모없게 되자 미국은 또 다른 대체세력으로 전두환을 선택했습니다. 전두환이 광주시민의 민주화운동을 잔인무도하게 탱크로 짓눌러버린 행위는 미국이 배후에서 모두 조종했구요.

이 모든 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정부가 애당초 해방 후 미국의 국가 이익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긴 세월에 걸쳐 한국국민 대중의 정치적 각성과 주권의식 고양으로 점차 미국의 농락과 공작이 감소되고 있는 형편이니, 그나마 감사를 해야겠지요.

 

어떤 민족의 역사에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자기절제의 현명함으로 움직여진 실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지성인의 바람이나 요구와 전혀 무관하게 걸어가는 집단적 행동의 특징이지요.

게다가 어떤 이론도 형성됐을 때는 현실을 반영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데올로기화되면 현실과 객관적 진실로부터 유리되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정말 그게 사실이어도 의식있는 산 지식을 위해 생애를 바친 고 리영희 선생의 삶 앞에서는 고개가 절로 수그려집니다.

비록 변치 않고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있어주실 리영희 선생이 계시지는 않지만, 선생의 사상은 계속 전해지고 발전되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모르는 이는 독서와 지식의 확장을 통해, 그리고 선생의 말씀대로 대중은 속일 수가 없고 역사적 평가는 한 개인의 인생보다 길게 남는, 그 자체만으로도 말입니다.

 

 

 

읽은 날 2011. 6. 2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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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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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행복이란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고,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일 확률이 높으니까요.

 

뉴욕타임즈 기자와 전국공영라디오 해외특파원을 했던 저자 에릭 와이너가 세계 10개국을 돌며 행복이 어디 있는지, 장소를 바꾸면 행복도 달라질 수 있는지를 얘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행복의 필수 요소라 생각하는 돈, 즐거움, 영적 깊이, 가족 등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는 나라를 다녀온 여행 얘기를 합니다.

 

행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 느끼기도 하지만, 역사.문화에 따른 각 나라의 차이도 있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인의 행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권태라고 합니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고,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권태가 있습니다. 그들은 권태를 완벽하게 다듬어 대량생산해요.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을 권태라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가지 않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부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집단적인 노력이 있습니다. 비록, 행복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모두들 끊임없이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미국과 달리, 부탄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도 역설적이게 행복하다고 합니다.

역사 상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부유해진 카타르는 행복할 것 같지만 석유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구요. 사회전체의 질이 매우 열악한 몰도바는 행복은 커녕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 여긴 몰도바야' 식의 체념이 사회에 깔려있고 오로지 불행밖에 볼 줄 모르구요.

태국은 재앙이든 행운이든 일어난 일을 그냥 받아들여요.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이 있고, 다음 생이 잘 안 풀리면 그 다음 생이 있으니까요.

영국은 어떨까요? 영국에게 행복은 대서양을 건너온 수입품입니다. 즉 미국산이라는 뜻이며, 미국산이라는 말은 어리석고, 유치하고, 철이 없다는 뜻이라네요.

 

이렇게 행복은 상황과 나라마다 모습이 다릅니다. 그것은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삶의 모습은 다양하니까요.

 

이 책 <행복의 지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아이슬란드'입니다.

잔혹한 기후와 고립된 위치로 죽음의 가능성을 포함하지만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강한 유대감의 나라, 'Komdu soell' (행복하게 오다)와 'Vertu soell' (행복하게 가다)란 근사한 잇삿말을 가졌고, 실패를 메인코스로 생각하는 나라... 멋지더군요.

국왕이 나서서 국민행복지수를 챙기는 부탄보다, 행복은 실패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문화가 더 끌렸던 것은 그들의 유대감이 강해서 그랬던거 같아요.

이렇게, 아이슬란드는 오랫동안 이상향의 나라로 기억됐습니다.

 

요즘 <세계금융위기 이후>를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다름 아닌 제가 한동안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아이슬란드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지금 아이슬란드는 빚더미에 앉아 있답니다.

2007년 1월 GDP가 6만 달러가 넘는 유럽의 금융허브였고, 유엔 설문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꼽히기도 한 '지상의 천국' 아이슬란드가 지금은 크로나 폭등으로 희망의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나라가 됐답니다.

한 때 외화대출로 집 사는 게 유행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1달러당 65크로나 정도 하던 환율이 137크로나로 폭등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80%가 사라지고 물가는 치솟고, 실업은 급증하고... 평생 빚을 갚아도 다음 세대에 빚이 이전되는 구조라네요.

 

어쩌다 지상천국 아이슬란드가 이리 됐을까요.

이상향의 나라를 찾는 것보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을 이상향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있다 해도, 아이슬란드의 불행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에릭 와이너가 말하는 나라마다 다른 행복의 지도에 급변하는 세계 경제를 덧붙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음...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의 지도는 어떨까요?

우리가 알다시피 행복 관련 수치는 대부분 나쁘잖아요.

우리 각자가 우리나라의 (개인이 아닌) 행복의 지도를 말한다면, 과연 어떨까 자못 궁금하네요.

 

  

 

 

지상의 천국에서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추락한 아이슬란드가 이 책<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시작이다.

 

 

읽은 날 2009. 10.  9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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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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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니의 독설>, 궁금합니다.

저는 언니도 없고 언니라는 호칭도 매우 낯설지만, '언니'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언니가 독설을 한다네요. 어떤 독설인지 꽤나 궁금합니다.

 

'tvN 스타특강쇼 역대 최고 시청률을 올린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멘토, 독한 코칭'

화려합니다.

자기계발 분야를 유난히 읽지 않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김미경의 독설은 괜찮았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부딪히며 코피 흘려가며 얻은 독설이라는 점, 현학적이고 애매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물론 그녀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 책의 독자층은 흔들리는 30대 직장 여성입니다. 이 책 전에도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언니의 독설>이란 책이 나왔던데요, 지금 김미경의 나이를 감안하면 30대에게 할 말이 참 많은가 봅니다. 4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물어보고 싶은데, 30대를 잘 지내면 45~55세를 진.짜. 화려하게 산다고 말하는 그녀인지라 입이 열리진 않을 거 같아요.

 

대개 20대는 정신없습니다. 졸업 후 처음으로 자기 일을 하고 자기 힘으로 돈벌이 하니까요. 그러다 경력이 5여년쯤 되면 차차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일도 재미없고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10년을 더 버텨서 팀장까지 되자니 기다리다 숨 막혀 죽을 것 같으니까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배우느라 정신없고 새로운 일이라 긴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일이 숙달되니까 지겨워지는 것이지요.

그럴 때, 찾아가고 싶은 언니가 있다면 좋을거 같습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증거인 언니라면 더욱 좋을거 같구요.

그런 면에서 <언니의 독설>은 꽤나 유용합니다.

 

김미경의 독설에서 자주 나오는 내용은 '회사 일정과 집안 일정 간의 균형을 맞추라' 입니다. 남자들이 얼마나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우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지, '우리'를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를 희생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회식 때 애 봐야 한다고 매번 빠지지 말라고 하네요.

그러기 위해 잘난 남편 열 명보다 애 봐주는 시어머니 한 명이 더 낫다며,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를 빨리 맡으라 합니다. 다른 며느리가 채가지 않게요.

 

너무 직선적인 충고입니다. 민망해 고개 돌리고 싶지만, 어느 정도 현실인 부분도 있어요. 이러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거 같습니다. 두리뭉실 좋은 게 좋은 거가 아닌 확 꼬집어서 훅훅 말하는 거요.

 

그렇다해도 전, 김미경 같은 언니를 찾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현실적인 조언은 머리 질끈 동여매고 앞만 보고 달리는 전사같아, 무서워요. 그리고 전 흔들리는 30대가 아니니까요.

30대 직장여성이라면 흔들리든, 그렇지 않든 <언니의 독설>을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거 같습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건져낸 충고를 마음을 담아 말해주는 언니의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전사 같은 김미경의 말 중 공감되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고객한테 세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요."

스트레스 받아 미치겠대. 그게 일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왜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와우~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안 받지 뭐에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쟎아. 여기서 중요한 건 '말 습관이' 결국 '일하는 습관'을 결정한다는 거야. 지금껏 나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서 살아왔어. 그런데 그게 내 일의 과정인 거야. 스트레스는 내 일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양념인 거지.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는 열정의 흔적' 이라고 불러.

 

 

 

읽은 날 2012. 12. 1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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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대기업 소속 경제학자도 해봤고, 정부 소속 경제학자도, 시민단체의 정책실장도, 원 없이 마이크를 잡고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해왔던 저자, 우석훈이 편안히 그의 일상과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의 90%인 비독파(책을 읽지 않는)와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사회과학 형식보다 포장마차에서 쐬주 한잔 시켜놓고 얘기하는 식이라면 수용성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과 함께요. 

 

그 이야기의 밑바탕은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 (라고 해도 그는 너무 좌파지만요.) 생존해야 하는 사회인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삶이란 꾸질꾸질하고, 티 안나는, 그렇지만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질구레한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과, 사람은 때때로 사악하고 때로는 고결하고 때로는 순진하며, 대체적으로 생각을 귀찮아하는 존재라는 점, 그렇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총체적인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그가 참 매력적입니다. 

우석훈은 정말 절친했던 친구가 아니면 결혼식도 안 간다더군요. 가끔 그에게 누군가 돌잔치 오라하면, '좀 모자른 사람이군' 하고 수첩에 기록한답니다. 

그런 이유는 잘나가는 사람은 굳이 만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네요. 대신 누군가가 곤경에 처하면 꼭 인사를 간답니다. 그리고 단체든 회사든 어려운 시절이 지나고 나면 그곳을 떠나는데, 그 이유가 심오합니다. 즐거움까지 같이 나누려하면, 결국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된다네요.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려하지 않는 것, 그의 인간관계 철학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예외가 있어요. 바로 '아내' 입니다. 

결혼식 때 어쩔 수 없이 연미복을 입었는데, 그의 선배가 지금도 배신이라고 한다네요. 배신이란 얘기에 우석훈이 말합니다. 

'아내란.....그런 것이다.' 

 

우석훈이 말하는 마흔, 불혹은 흔들림이 없다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혹시는 없다' 즉,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렸다는 의미라 합니다. 아직도 모르는 뭔가가 문득 튀어나와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가 벌어지지 않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런 삶이 마흔....무척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마흔일지라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네요. 익숙한 것낯선 곳, 둘 중의 하나를 말이지요. 익숙한 것만 쫓고 두 손 가득 꼭쥐고 추한 꼰대로 늙어가거나 비슷한 사람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하다가 어느날 문득 한나라당 할아버지처럼 변한 자신을 발견할 것인지, 낯선 곳을 찾을지 말입니다. 

낯선 곳에서 마흔이란 나이가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받아야 할 것보다 주어야 할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테지요. 

 

그가 익숙함을 버리고 선택한 낯선 곳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그의 직업은 주부인데요, 그가 일반 직장에 도저히 출근을 못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러고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아침에 대충 출근해서, 점심은 집에 와서 먹고, 저녁 때 칼퇴근하는 거, 온 국민이 그렇게 사는 나라도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생각이 많아 출근을 못하겠다니, 좀 별나기는 합니다. (꼭 필요한 생각이긴 하군요) 

 

그리고, 요즘 한국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서 자란 10대들이 스스로 대학에 가는 건, 차라리 나라 구하러 만주가는 게 쉬운 일이라며 그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조기유학 가지 않고, 학원 다니지 않은 10대들이 어떻게 하면 부모 잘 만나서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특목고 가지 않고 그냥 공교육에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평온하게 한평생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란 고민으로 10대들을 만나고 글을 쓴다 합니다. 

 

심지어 그는 '꿈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 합니다. 꿈, 목표, 열정이 욕망과 같다 얘기하면서, 어떤 시련이 있어도 그걸 넘어서라 말하는 건 괴물을 만드는게 아닐까 생각한다네요. 

 

저는 우석훈이 이야기하는 주제나, 내용, 방식, 심지어 고양이의 야성이 좋다고 하는 사소한 이야기 모두 모두가 좋았습니다. 

우리의 자녀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열악할 것이라는 걸 한국의 중산층이 집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때가 사회 변화의 첫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대 담론 이야기도, 지금의 40대가 앞으로 겪게 될 시대의 변화는 승진을 위해 골프 정도는 쳐줘야 하는 시기에서 독서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모두 모두 말입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람'과 그가 마흔이라는 나이 앞에서 발견한 것들입니다. 

당췌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라곤 없는 제게 '보람있는 삶'....이란 문장은 오래토록 가슴을 울리더군요. 

비록 보람있는 삶을 살겠다 하는 순간, 행복은 파랑새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라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것 - 사람은 가끔 착한 생각을 하고 잡스러운 생각이나 치사하고 좀스러운 생각을 할 때가 훨씬 많다는 말은, 보잘것 없는 제 인생에 큰 위안과 위로를 줍니다. 힐링받은 마음으로 그저 그렇기만 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보람을 덤으로 만든다면 더 바랄게 없겠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읽을지, 얼마나 받아들일지...그 고민과 함께 나온 이 책이, 이편 저편을 가리지 않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강하고 분명한 어조가 아닌, 배 나오고 흰머리 희끗희끗한 아저씨가 <마시멜로 이야기>에 열광했고, <시크릿>을 열심히 보던, 정치에는 관심 없다고 하면서도 집값 떨어진다고 한나라당 찍는 그런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은, 이 이야기를요.  

 

              

 

 

읽은 날  2012. 10. 3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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